낙태‘죄’ 강화한 복지부 고시 철회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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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강화한 복지부 고시 철회돼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8.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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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낙태시술 의료인에 자격정지 1개월 규정 ‘규탄’…의료인 위축‧여성 건강권 위협 ‘우려’

대한민국에서 여자는 국민이 아닌가?

사법부는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법부는 위력형 성폭력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했으며, 성적자기결정권을 ‘개인의 판단능력’으로 왜곡하고, 피해자다움을 요구했다. 서지현 검사로 촉발된 #미투 이후 달라진 사회 흐름과 요구에 역행하는 ‘퇴행적’ 판결로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드러냈다. 게다가 이 모든 책임을 ‘입법미비’로 돌리는 무책임을 보였다. 이는 지난 14일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시국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의료인이)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발효했다. 이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산부인과의사회)는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한다”며 파업을 선언키도 했다.

현 사태의 원인은 지난 2016년 9월 22일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이를 어기는 의사를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부터다.

이 ‘비도덕적 의료행위’에는 주사기 재사용, 성범죄와 함께 ‘불법 낙태’ 항목이 포함돼, 여성들의 강한 반발과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으며, 이는 낙태죄 폐지 운동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어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도입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고, 2017년 2월 제출된 낙태죄에 대한 위헌소원 심리가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규칙 개정안 논의를 미뤘다가 지난 17일에 슬그머니 발표한 것.

국민 건강 방기한 복지부 무책임성 규탄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은 오늘(23일) 성명을 내고 “여성의 건강과 의료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면서 “한국의 보건의료와 여성 건강을 위한 낙태죄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인의협은 인공임신중절 사안의 주무 부처임에도 책임을 방기해 온 보건복지를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4일 낙태죄 위헌청구 공개변론을 앞두고 각계 시민사회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복지부는 ‘의견없음’이라고 헌재에 회신했다”며 “급기야 이번 행정처분규칙 개정안 발표는 모자보건법 위반을 명시한 초안과 달리, 헌법소원에 걸린 형법 270조 1항을 명시하기까지 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인의협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5년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를 핵심으로 인공임신중절 서비스 제공과 관련 법규 제정을 천명한 내용을 들면서 “이번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은 실질적으로 인공임신중절 시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복지부의 퇴행적 입장을 확인시켰다”며 “복지부의 책무는 인공임신중절을 도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안전한 인공임신 중절을 보건정책으로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인의협은 “세계적으로 한 해 5,600만 건의 인공임신중절 일어나며 그 중 2,500만 건이 의학적으로 부적절하고 불안전하게 시행되며, 매년 700만 명이 관련 합병증에 시달리며, 매년 47,000명이 사망한다”며 “한국은 관련 통계조자 없으며, 공중보건의 중요한 문제임에도 낙후된 법과 정책으로 음성화된 의료행위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의협은 “복지부는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표준진료지침을 만들거나 실태조사, 과니‧감독을 통한 현황 파악 등 기본 의무조차 외면하고 무지와 무능으로 여성 건강을 방치해 왔다”며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공중보건 책임을 방기하면서 시술 의사를 처벌해 음성화로 내모는 복지부야말로 비도덕적이다”라고 규탄했다.

여성에 공감하는 의료인의 행동 필요

또 인의협은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낙태 수술 전면거부를 선언하며, 모든 혼란과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고 발표한 산부인과의사회의 분노에는 공감을 표하는 반면 여성 건강권을 등한시한 자세에는 비판을 가했다.

인의협은 “인공임신중절은 그 기한이 지연될수록 모체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으며 시의적절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시술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파업으로 복지부 개정안에 대응하는 것은 여성 입장에선 퇴행적 조치가 가중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의협은 “복지부도 산부인과의사회 모두 ‘낙태죄’로 인해 발생해 온 실질적 문제는 다루지 않은 채 여성의 건강과 생명만 볼모가 되는 상황”이라며 “복지부의 개정안 철회, 산부인과의사회의 낙태 시술 파업 선언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인의협은 “일선 현장에서 불법과 낙인을 무릅쓰며 어성들의 곁을 지키는 수많은 의사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현행법상 사각지대에 있는 약물적 인공임신 중절에 대한 정보제공과 시술자와 의료기관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진정 한국 보건의료와 여성의 건강을 위해 함께 낙태죄 폐지에 함께 나서자”고 제안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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