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 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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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 외 수
  • 김다언
  • 승인 2018.09.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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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언’s 문학 B급 살롱] 김다언 작가

2017년 김다언이란 필명으로 『목마와 숙녀, 그리고 박인환』이란 시 해설집을 펴내며 데뷔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이창호 회원. 그가 올해부터 1940년대~1960년대의 한국문학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본지에 ‘김다언’s 문학 B급 살롱’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키로 했다. 아홉번째 이야기에는 과거엔 기행으로 현재는 SNS에서 활발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작가 이외수에 대한 필자의 솔직한 생각을 담았다.

편집자

 

우리나라 작가 중에 이외수처럼 젊은 시절부터 노년기까지 꾸준하게 작품을 내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문인도 드물다. 70세가 넘은 나이로 2017년 장편소설 ‘보복대행 전문 주식회사’를 출간했으니 그의 창작활동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작품 활동과는 별개로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을 SNS를 통해 표현하는 작가 이외수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많이 엇갈리는 편이다.

작가 위외수 (출처 = 네이버 이미지)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한 이래 80년대에는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세수나 목욕을 거의 않는다는 등의 기행을 일삼는 유별난 인물로 유명해서 당시 그를 모르는 사람은 가히 간첩이라고 할만했다. 내가 처음 이외수의 작품을 읽은 것은 『들개』 아니면 『장수하늘소』였을 것이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서 처음 읽은 책을 기억하기 어렵지만 『들개』를 읽고 참으로 독특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의 작품은 학과시험을 치르고, 최루탄 터지는 거리를 달리고, 딱딱한 책을 읽는 사이사이에 잠시 세상을 잊게 만드는 묘한 재미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외수를 다른 작가보다 더 좋아하고 작품을 열심히 읽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90년대에 우연히 ‘주병진쇼’에 출연한 이외수 씨를 보게 됐다. 당시 진행자와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진행자가 던진 질문이 “목욕도 1년에 한두 번 하고 세수도 안하는 이유가 있습니까?”였다. 그 질문은 TV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진행자가 대신해서 한 질문이었다. 이때 오가던 대화가 대충이랬다.

“주병진 씨는 날마다 머리를 감나요?”
“네”
“날마다 세수도 하나요?”
“네”
“다른 세상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가요?”
“네”
“그런데 왜 세계평화는 안 오나요?”
“................”

당시 사회자도 말문이 막혔던 것 같았고, 나도 순간 멍했다. 세상 사람들은 아침마다 세수를 하고, 저녁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는 등 약속한 듯 개인위생을 위해 꾸준히 행동하지만 세계평화를 위한 일은 그처럼 열심이지 않다. 날마다 내가 세수를 하는 동안 그는 날마다 마음을 닦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드는 촌철살인의 답변이었다. 어쩌면 기행의 주인공은 몸을 깨끗이 닦아도 세상은 더럽히고 사는 우리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 일은 한동안 내 마음에 긴 여운을 남겼다.
 
2000년대 초반 가족과 춘천여행을 했을 때 이외수 씨가 머무는 춘천 교동의 ‘격외선당’을 들른 일이 있다. 당시 작가는 ‘격외선당’이라는 집에서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자신의 그림도 걸어놓고 애독자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종종 가졌었다. 우리 가족이 방문했을 때 이외수 씨는 전날 소양호에 낚시를 다녀와 잠을 자는 중이었고 사모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호기심에 외람되지만 기인으로 유명한 작가와 사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나아졌는지 물었다. 한숨을 쉬면서 500피스 이상의 커다란 퍼즐 그림을 몇 점 보여주고 이런 거를 맞추며 산다고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예전에 한 번 작가가 개집을 만들어 와서는 방에서 생활하지 않고 개집에서 살면서 먹고 자고 그러기에 이제는 정말 미쳤나보다 생각했었단다. 내가 말하길 아마 『들개』라는 작품을 쓸 무렵인가 봅니다. 작중 인물인 화가가 개처럼 생활하며 들개를 그리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라는 대답을 들으면서, 작품과 연관된 기행이지만 가족은 많이 놀랐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편, 춘천엘 가서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또 한 번 놀랐었다. 예전 ‘주병진쇼’에서 대화 이외에 이외수 씨가 젓가락을 던져서 나무판에 꽂는 실력을 선보인 일이 있다. 『고수』라는 작품의 주인공이 가족 포함 모든 것을 잃고 손도 망가진 상태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젓가락을 이용한 암기의 고수가 되어 복수를 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작가가 젓가락을 왜 날리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개집에서 생활하고 글을 쓰는 정도라고 생각 못 했었다. 사모님과의 대화로 언젠가 내가 그의 책 후기에서 읽었던 내용을 이해하게 됐다. “작가는 책을 재미있게 써야 한다. 독자는 돈을 내고 책을 사서 보는데 값을 해야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는 보통사람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을 소설에 펼쳐놓지만 단지 상상만으로 글을 쓰지 않고 직접 체험을 하면서 최대한 현실감을 살리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작가 위외수 트위터 (출처 = 이외수 트위터 캡쳐)

나는 이외수 씨의 글 대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가 글을 쓰는 자세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더 재미를 느끼고 그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이외수 씨를 만난 적이 없어서 그의 인물평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다만 그의 작품을 읽었거나 읽을 사람들에게 나의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내가 이외수의 작품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벽오금학』’이다. 노자와 장자 등의 책이나 강연에 친숙한 사람은 문제없으나 독자에 따라서는 내용이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이다.

현재 강원도 화천에 ‘감성마을’이라는 곳에 ‘이외수 문학관’겸 집필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아직 가보진 못했고, 화천군과 이외수씨가 분쟁이 있어 가끔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다. 저간의 사정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그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김다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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