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법사태 이면에 가려진 복지부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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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법사태 이면에 가려진 복지부의 민낯
  • 신보미
  • 승인 2018.10.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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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강릉원주대학교 치위생학과 신보미 부교수

최근 몇 년간, 치과계의 동상이몽을 들여다보면 이렇다. A는 함께 협력할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힘들다, 새로운 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B는 인력이 과잉 배출되고 있는 반면, 일하려는 이는 없고, 이것은 업무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니 업무 현실화를 주장하며, C는 B의 업무 현실화는 생존권 위협이자 정체성 훼손이며, A와 함께 새로운 인력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치과진료인력’이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했을 때 결국 자기 것만 보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처사다. 각 입장의 주장이 얼마나 정당하고 타당한가의 문제를 떠나서, 직역의 이해관계 앞에서 각자 자기 입장‘만’ 주장하는 것은 직역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마땅한 노력일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집중할수록 직역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진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일까?

현재 치과계의 주요 현안은 치과진료 인력난과 치과진료인력의 업무 현실화이다. 이러한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치과계의 현안을 다년간 ‘현행 유지’로 몰아가고 있는 장본인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컨트롤타워인 ‘보건 문외한’ 보건복지부이다.

복지부는 인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치위생(학)과 입학정원 증원을 주도해왔다. 2001년 대비 치위생(학)과 입학정원은 75% 이상 증가하였고, 면허 인력은 8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재 실제 치과진료현장에서 활용되는 인력은 절반에 불과하며, 지역별 인구 대비 활동 치과위생사 수는 지역에 따라 많게는 약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할 때에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며, 국민의 구강건강증진을 위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

더욱이 복지부는 진료현장의 현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주도적으로 해결하여 국민이 안전한 진료 환경에서 건강권을 지켜갈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법의 논란 속에 치과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치과진료현장의 문제를 묵인해왔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이해관계의 충돌을 미끼로 삼아 직역 간 갈등을 조장하여 해결되지 않는 유보상태를 만들어 놓고는, 어떻게든 자체적으로 해결되도록 방관하고 있다. 무능과 무책임을 넘어서 영악하고 교활하기까지 하다.

최근 이슈가 된 의기법 개정 사안은 결국엔 복지부가 자처하고 조장해온 일이다. 2017년 4월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서 전국 치과병원장에게 발송한 서신문에 따르면, 치과위생사의 치과진료보조에 대한 복지부 유권해석 결과, 의료법 위반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2018년 2월에도 복지부는 해당 업무를 원칙적으로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업무로 명시하며, 행위 특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있다는 애매모호한 유권해석을 발표하였다.

그리고는 이번 의기법 개정 시 치위생계에서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자 대한치과위생사협회와의 면담에서 현 사안에 대해 적극 공감하나, 관련 직역 간 합의가 필요하며, 해당 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하였다.

이리도 적극 공감하는 사안이었다면 치위협에서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이에 대한 충분하고 체계적인 검토가 선행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복지부가 직역 간 논의와 합의를 위해 시도한 노력이 전무한 것을 보면, 혹여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속셈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시끄러워지니 이제 와 유권해석을 자처하여 번복하겠다는 답변은 그야말로 보건 문외한의 무능과 무책임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더 가관인 것은 관련 법 개정을 위해 타 직역을 만나 협의를 먼저 하고 오라니,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상대로 한 중앙행정기관의 갑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의기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 제기로 조만간 복지부가 주재하여 치과계 직역 대표단체 간의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치과계 각 대표단체들은 자기주장만 늘어놓을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인력 정책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방향도 없이 모임을 주재한들 의견 수렴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또한 그렇게 판단된 결과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이다.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치과계 현안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국민의 건강권을 기준으로 해결방안에 대한 타당여부를 주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007년 구강보건팀이 해체되고, 구강생활건강과가 된 이후 현재까지 10번의 담당 과장이 교체되었다. 국민의 구강건강은 갈 길을 잃었고, 모든 것이 ‘현행 유지’이다. 얼마 전 구강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였던 구강생활건강과장은 발제문도 없이 참석하여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몇 가지를 매우 간단하게 나열한 후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발제를 마쳤다.

‘무엇을’이 빠진, 무성의한 발제가 끝나고, 참석한 한 국회의원이 담당 과장은 구강보건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그리고 얼마 후, 11번째 신임 과장이 부임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본 기고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신보미 (강릉원주대학교 치위생학과 부교수,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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