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의가 본 한방‧한의학 그리고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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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가 본 한방‧한의학 그리고 신자유주의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11.16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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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북건치 이성오 원장 저…『한방(韓方) 담론탐독 - 한방과 의료 그 사이』
이성오 원장이 쓴 『한방(韓方) 담론탐독 - 한방과 의료 그 사이』표지

‘신자유주의’라는 틀 속에서 한방과 한의학의 현 주소를, 치과의사 그리고 문화인류학 박사의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 나왔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전북지부(이하 전북건치) 이성오 원장(진안치과)이 『한방(韓方) 담론탐독 - 한방과 의료 그 사이(아시아사회문화연구소)』를 펴낸 것.

특히 『한방(韓方) 담론탐독 - 한방과 의료 그 사이』에서는 ‘자본주의적 인간’을 목표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담론 속에서 수 천 년을 이어온 한방과 한의학이 ‘주변화’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현실을 사례 중심으로 알기 쉽게 풀어냈다.

저자인 이성오 원장은 책에서 기능성 한방 화장품에 대한 신뢰도는 높지만, 한의학이나 전통적인 한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왜 낮아졌는지, 침과 보약으로 대변되는 한방은 과연 의료인지 문화인지 등 한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한번쯤은 의문을 품었음직한 주제들을 사회문화적으로 분석해 냈다.

책에서는 한방이 위축되게 된 원인을 ▲의료가 양방으로 일원화돼 가고 있는 점 ▲한의학을 둘러싼 대중 담론과 실천이 점차 비우호적으로 바뀌게 된 점 ▲현대 의료의 특성인 의료화의 영향 ▲생의료화로 인한 과학기술과 자본의 우위에서 찾았다.

이 원장은 책에서 이른바 양의학이 생의학적 지식과 기계를 통해 과학기술의 우위성을 확보하며, ‘확실성’을 획득하며 의료의 ‘중심’을 만들어 나가는 한편, 한의학은 비만치료, 성장치료 등 ‘기능성’을 위주로 보편적 진료에서 소외당하며 점차 ‘모호’해져가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또 과학과 경제 영역, 가시적인 전문성으로 가득 찬 의료사회는 우리 사회의 일부일 뿐이지만, 여기서 드러나는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의 문제까지도 짚어냈다.

전북대학교 함한희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환자들은 몸과 마음은 하나이며 별도로 봐선 안된다는 ‘모호한’ 답을 주는 한방의 질병관과 진맥이라는 전통적 진단 방식이 아닌 생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가진 양방의 기술을 받아들인다”면서 “이는 한방이 화장품이나 홍삼과 같은 건강보조식품으로 탈바꿈했을 때의 인기와는 대조적이다. 저자는 이렇게 한방을 둘러싼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날카롭게 통찰하면서 의료행위와 실천 속에 깊이 도사리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진면목을 백일하에 드러내 주었다”고 평했다.

한편, 『한방(韓方) 담론탐독 - 한방과 의료 그 사이』는 인터넷 알라딘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정가는 1만6천원 이다.

“사회 다양성 연구하는 첫 발”

이성오 원장

『한방(韓方) 담론탐독 - 한방과 의료 그 사이』는 2년 전 박사논문으로 제출됐다 재편집을 거쳐 책으로 재탄생했다.

이성오 원장은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이게 끝이 아니고 앞으로 할 일을 시작하기 위한 첫 발을 뗀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여러 분야에서 문화다양성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방(韓方) 담론탐독 - 한방과 의료 그 사이』는 이 원장이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 세상은 미셸푸코가 말한대로 ‘사실’이 아닌, 특정 사안에 대해 일반 대중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담론’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이 원장은 그가 속한 의료계라는 사회 속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한방과 한의학’이란 지점을 포착해 분석해 내고자 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을 ‘경제적 인간’으로 바꾸고자하는 신자유주의의 담론이 어떻게 ‘다양성’을 해치는지를 짚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보며 ‘사실’보다는 ‘잘 살고 싶다’는 우리의 욕망이 모든 걸 결정해 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출발이 이렇다 보니 이후 10년은 ‘사실’보다는 ‘그러하다’가 지배하는 형국이 됐고, 모든 힘의 원천이 ‘그러하다’였으며 나는 여기에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가 궁금해졌고, 이는 평소 관심이 있던 한방으로까지 연결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예를 들면 민족과 인종이라는 것은 상당히 불분명한 개념이지만, 어떤 민족은 게으르다라든지, 우월하다라든지 라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여기는 것에서 극단적으로 ‘인종청소’와 같은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라며 “한방은 하나의 예시이지만, 신자유주의 담론의 피해자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보통의 사람들이 ‘한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단어, 이미지가 현재 한의학이 처한 위치를 말해준다”며 “책에서는 한방에 대한 담론의 변천이 사실인지를 따져봤다. 예를 들면 한방 화장품은 잘 팔리지만 한의원엔 잘 가지 않는다. 한방 화장품이 잘 팔리는 것은 기능과 효과 때문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마케팅 방식에 의해 팔리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성오 원장은 치과의사이면서 문화인류학도로서 이러한 신자유주의 담론의 최대 수혜자로 ‘치과’를 꼽았다. 그의 다음 책은 한방을 다룬 것과 같은 방식으로 ‘치과’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이 원장은 “환자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배경과 흐름이 바뀌었기에, 치과가 그에 맞는 진료형태와 재료나 장비를 갖추게 된 것이다”라며 “생각, 즉 담론을 바꿔야만 결국 진료형태나 위상이 달라지는 거라고 문화인류학에서는 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 원장은 동료들과 ‘아시아문화연구소’를 만들고 최근 1년 동안은 소수자에 대해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문화연구소’는 사회 깊숙이 스며있는 차별, 배제, 소외, 편견을 야기하는 요소들이 자유로운 사고를 막아 소수자 집단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보고, 문화다양성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강연을 열고, 정책 등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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