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도시 먹거리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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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도시 먹거리 플랜
  • 건강과대안
  • 승인 2018.12.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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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대안 칼럼] 박건 상임연구위원

본지는 건강 문제를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과 보건의료 이슈에 관한 정기연재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7월 11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했다.

2018년 올 한해를 휩쓴 이슈 중 하나인 '여성 재생산권'에 관한 칼럼을 시작으로, 10여년을 끌어온 제주 영리병원 논쟁에 대해 다뤘다.

앞으로 건강과대안 칼럼에서는 치열한 보건의료 이슈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것을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다룰 예정이다.

-편집자 주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나, 도시는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자원 즉, 에너지, 먹거리 등을 다른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도시의 생존과 성장은 농촌의 생존과 성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한 먹거리는 농촌과 도시의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도시 먹거리 플랜 혹은 도시 먹거리 정책은 현재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도시의 먹거리 문제에 있어 형평성문제는 건강불평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주목 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에도 건강한 먹거리, 좋은 먹거리에 대한 접근권이 소득 집단별, 지역별 격차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건강 격차를 만드는 핵심 문제 중 하나다.

최근 발표된 세계질병부담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지표를 잘 설명해 주는데, 건강위험 요인 1위였던 담배를 제치고 불건강한 먹거리 문제가 올라서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점차로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 문제에 있어 먹거리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건강과대안 먹거리와건강 연구팀은 서울시가 주최한 도시먹거리 국제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영국 런던 먹거리위원회 위원장인 클레어 프리처드(Claire Pritchard)의 경험과 사례를 중심으로 세계가 왜 도시 먹거리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클레어 프리차드가 구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GCDA(Greenwich Cooperative Development Agency) 그리니치 협동조합개발기구는 런던 내 실업자와 취약계층이 함께 일하기 위한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을 위한 기구로 출발한 조직이다. 그리니치협동조합개발기구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창출하고 지원하는 것, 지역 내 협동조합 지원 및 경제발전 수요에 대응하는 것 이외에도 모든 주민들, 특히 건강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는 주민의 건강한 생활양식을 증진함으로써 주민의 육체적, 정신적 웰빙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건강불평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건강한 먹거리 소비를 위하여 패스트푸드 식당들과의 협력프로그램, 도시 먹거리 재배 장려, 과일채소 바우처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 등은 지역사회 내에서 먹거리를 중심으로 건강불평등의 문제에 대처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런 노력은 런던 먹거리 전략계획에도 일정하게 반영되어 있다. 2018년 만들어진 런던 먹거리 전략계획(London Food Strategy)은 법적 강제규정이 있는 전략계획은 아니지만, 이른바 법제화되어 있는 런던 플랜(London Plan)의 내용 중 일부로 그 내용이 포함되기도 하며, 각 자치구에서 이러한 내용에 맞춰서 자발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런던 먹거리 전략계획의 주요 내용은 굿 푸드(Good Food)에 맞춰져 있는데, 여기서 굿 푸드란 지속가능하며, 친환경적이며, 건강한 먹거리를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그만큼 먹거리에 대한 접근은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6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첫째 가정에서의 굿 푸드와 먹거리 불안정성 줄여 나가기, 둘째, 굿 푸드를 구매하고,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건강한 환경 조성, 셋째, 공공기관과 공동체에서의 굿 푸드 제공을 위해 더 나은 먹거리 구매, 넷째, 어머니와 아기를 위한 굿 푸드와 교육, 건강한 식습관 갖기, 다섯째, 굿 푸드 재배, 커뮤니티 정원과 도시농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먹거리 재배, 여섯째, 환경을 위한 굿 푸드를 통해 먹거리 체계의 선순환을 고려하는 등의 목표를 갖는다.

이러한 목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건강, 환경,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먹거리 전략계획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예를 들면 이러한 계획의 구체적 실행방안에는 건강한 먹거리의 제공뿐 아니라 지하철, 버스, 지상철 등 런던시 교통국 관할 구역에서 소금, 설탕,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데, 해당 식품의 브랜드를 단순하게 노출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광고금지 규제의 내용을 담고 있다.

건강 친화적인 도시환경을 구성하기 위하여 먹거리라는 중요한 이슈를 중심으로 도시정책을 재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뉴욕시립대 도시먹거리 정책위원회는 “Food Policy in New York City Since 2008 Lessons for the Next Decade”를 통해서 뉴욕시는 뉴욕시민의 2가지 주요 건강부담원인 먹거리 불안정과 먹거리관련 질병을 줄이기 위하여 총체적이고 지속적인 장기 계획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런던 먹거리 전략계획을 참고하기도 하였다.

먹거리 환경의 변화는 더 이상 개인적 관심과 주의의 문제로 먹거리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역정부 차원의 고민 나아가 국가적 수준의 고민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 먹거리 환경 혹은 굿 푸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거대 도시 차원의 계획 뿐 아니라 각 자치구 차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런던 자치구역 역시 런던 먹거리 전략계획에 부응하는 자치구의 계획과 정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치구의 계획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실이다. 클레어가 위원장으로 있는 GCDA과 위치한 그린위치 자치구의 경우 GCDA와 지역 NHS 트러스트를 포함한 몇몇 단체를 중심으로 굿 푸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역 NHS의 역할이다. 영국의 의료제도와 한국의 의료제도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영국 NHS의 경우 먹거리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 수준에서 끊임없는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혹은 건강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을 보건의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언어의 사용이 변명의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 보건의료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는 말을 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건강 먹거리 환경 혹은 굿 푸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 보건의료분야의 관심은 크지 않을 것이다. 또한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수준, 즉 개인의 식생활 개선 정도의 수준에서의 관심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도시 먹거리 플랜, 도시에서 먹거리를 통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이 개인적 수준에서의 식생활 개선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건강 환경의 개선, 건강불평등의 해소, 지속가능한 도시와 농촌 등이라고 한다면 건강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후죽순처럼 진행되고 있는 한국 내 많은 지자체의 먹거리 플랜에서 건강 문제를 단순히 장식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먹거리 플랜의 핵심적인 요소로 포함하는 문제이며, 이를 현실화하는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런던 먹거리 전략계획에서 참고해야 할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 건강불평등 해소를 실제적이고도 중요한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둘째, 먹거리 전달체계와 공급의 측면뿐 아니라 먹거리와 관련된 모든 도시환경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통해서 기업이나 외식업 산업에 대한 일정한 규제까지 포함하고 있고, 이를 통해 최소한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 즉 설탕, 소금, 지방이 높은 식품을 배제하는 등의 외적인 요인이나 환경적 요소까지 개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고민이 적극적으로 먹거리 플랜에 녹아들고, 각각의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평가 요소로 작동될 때, 나아가 보건의료를 포함하여 다양한 부문의 역할이 ‘건강과 먹거리’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건강’과 ‘먹거리 플랜’은 분리되지 않고 동일한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는 나침반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박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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