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민 무시‧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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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도민 무시‧영리병원 조건부 허가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12.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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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진료’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허가…내국인 진료 거부 법적 근거 없어
오늘(5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허가' 관련 기자회견 (제공 = 변혜진)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도지사는 결국 도민의 뜻을 저버렸다.

원 지사는 오늘(5일) 오후 2시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발표했다.

제주도의 이 같은 결정은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불허 권고에 반할 뿐 아니라, 원희룡 도지사 자신이 지난 10월 4일 공론조사위 결과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원희룡 지사는 도민 58.9%가 녹지국제영리병원 설립 '반대'를 표명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건전한 외국 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조건부 개설허가'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측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의 진료과목은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이며,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원 지사는 "건강보험 등이 적용되지 않아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면서 "도는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 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불허 권고'를 내린 취지를 적극 헤아려 '의료공공성 약화'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제주도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구절절 조건부 개설을 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이유를 나열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 내용으로는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제주는 정부가 지정한 국내 유일의 국제자유도시인 결과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현재 병원에 채용돼 있는 직원 134명에 대한 고용 문제 ▲토지의 목적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의 문제 ▲병원이 프리미엄 외국의료관광객을 고려한 시설로 건축돼 타 용도로의 전환 불가 ▲비상이 걸린 내·외국인 관광객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이다.

결국 제주도에 영리병원이 들어오나?

또 제주도 측은 녹지국제병원을 타 용도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 병원 등으로 활용하라는 공론조사위원회의 정책 제언에 따라 원희룡 지사는 현장을 방문해 VIP 병실부터 지하 기계설비실까지 확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는 "현 시설은 프리미엄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휴양시설 외에는 활용이 불가하다"며 “외국인 전용 병원으로 지어져 타 용도로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이 지역경제와 일자리 등을 위해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주대 의과대학 박형근 교수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 2006년부터 열악한 제주도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존스홉킨스와 같은 유명한 영리병원을 들여오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해 ‘제주 헬스케어타운’ 부지를 헐값에 사들인 후 중국인에게 되팔았다. 뿐만 아니라 병원을 짓겠다던 그 자리엔 콘도만 세워졌다.

결국 병원으로써의 기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중국 부동산 재벌인 녹지그룹이 세운 ‘녹지국제병원’이, 지난 13년 간 논란을 이어온 영리병원 1호로써 ‘조건부’로 제주도에 세워지게 됐다.

참고로 녹지그룹이 최초로 제출한 녹지국제병원 사업안을 살펴보면 ▲성형·피부·내과·가정의학과 4개과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코디네이터 등 행정직 직원 92명 ▲48병상 규모다.

이미 2015년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 “녹지국제병원은 극단적 상업성과 영리성이 예정된 병원”이라며 “의료진은 고작 40명이면서 행정직만 100여 명이라는 점은 사실상 환자 안전은 포기하고 돈벌이를 위한 환자 유치에만 열을 올릴 계획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라고 지적한대로다.

'외국인만 진료' 법적 근거 없어

건강과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원은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 관광객 전용 병원’으로 개원한다고 해도, 이를 적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나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는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금지 조항이 없다.

변 연구원은 “만일 녹지국제병원에서 내국인을 진료한다 하더라도 이를 제주도가 일일이 확인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내원한 내국인 진료를 거부할 경우 의료법에도 저촉될 수 있는 등 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꼼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제주도민운동본부 강호진 상임공동대표도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절차와 관련해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이 없다”며 “녹지국제병원이 한국계 컨설팅 회사와 협약을 맺고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는데, 이 역시 불법이다”라고 짚었다.

한편, 제주도민운동본부 측은 숙의 민주주의 파괴 책임을 물어 ‘원희룡 도지사 퇴진’ 운동을 전개한단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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