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영리병원과 성남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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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영리병원과 성남의료원
  • 김경일
  • 승인 2018.12.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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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김경일 논설위원

지난 금요일, 많은 이들이 녹지국제영리병원 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다. 녹지병원은 이미 2015년 사업계획 승인이 났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설립에 적극적이었다. 다만, 지방선거를 의식해서인지 공론화 절차를 밟고자 하였고, 58.9%가 개설불허를 권고하였다는 사실에 기대가 있어, 혹여 개설허가가 나지 않을 거란 생각도 했었으나,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영리병원에 대한 논의는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즈음 경제자유구역, WTO, 의료시장 개방 등의 논의를 했던 것이 아득한 옛날 같기도 하고 바로 얼마 전 일인 것 같기도 할 만큼, 영리병원과 의료영리화와 관련한 논의는 오래되기도 했고, 항상 있어왔다.

그 사이 원격의료,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법을 비롯하여 의료기기 규제 혁신 등 많은 시도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으며, 2018년에 드디어 영리병원의 설립허가가 났으니, 의료영리화 추진 세력에게는 16년 만에 작지만 커다란 결실(?)을 맺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의료영리화는 90년대 이미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타고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치과계에도 대표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네트워크가 이 시기에 태동했다는 점에서, 제도를 떠나 사회문화적으로 이미 의료영리화의 토대는 마련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런 흐름은 세계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들보다 신자유주의, 의료영리화에 더욱 취약하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는 미국식 제도가 급격하게 이식되었으며, 의료국영론과 같은 급진적 이상은 배제되었다. 개발독재 시기에는 경제를 우선시하며, 보건의료정책은 최소화되었고, 대부분의 의료공급은 민간에 맡겨졌다. 제대로 된 공공의료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의료의 영리화는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영리화의 흐름을 막아야 하고, 그 영향력이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지 않는 한, 만연한 신자유주의, 상업주의를 보건의료 한 분야에서만 막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영리화를 막는 노력과 더불어,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공공의료이다.

부족한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하는 것과 민간병원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장에는 성남의료원이 올바른 공공병원으로 자리 잡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3년 진주의료원이 폐원하면서, 같은 해에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뜬 성남의료원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추진하던 전임 시장의 정치적 입지로 인하여, 의료원이 만들어지는 자치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으로 인하여, 그리고 기대되는 역할로 인하여,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설립논의 초기에도 수많은 난관을 거쳐왔고, 현재도 병원의 방향성이 위협받는 등 설립과정이 그리 순탄치 못하다. 설립 이후에도 공공성을 유지하고 민주적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하며,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그렇듯, 현재도, 미래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녹지병원의 개설허가가 나지 않았더라도, 그것으로 의료영리화가 저지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시장의 논리와 노력은 강하고 지속적일 것이기에, 이에 대응하는 우리도 강하고 지속적이어야 할 것이다.

한 손엔 녹지영리병원 철회를, 다른 한 손엔 공공병원 설립 촉구, 성남의료원의 공공성 확대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리화의 물꼬가 터진 지금, 공공성의 물꼬를 더욱 확실하게 터트리면 좋을 것 같다.

 

김경일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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