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띠 세 여자의 페미니즘 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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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띠 세 여자의 페미니즘 교육 이야기
  • 한국여성의전화
  • 승인 2018.12.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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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

본지는 한국 사회 최초로 폭력피해 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하고 쉼터를 개설한 한국여성의전화와 정기연재에 관한 협약을 맺고, 지난해 6월 16일부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본 연재에서는 뿌리깊은 여성 차별과 폭력을 폭로하는 #미투운동을 '역사적 필연'으로 규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의 시작, 그 이야기를 다뤄나갈 예정이다.

우리사회의 비폭력과 평등을 향한 이야기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여성의전화 회원들이 모였다. 놀랍게도 이들은 모두 용띠! 더욱 소름 돋는 사실은 용띠 여자는 기가 세서 안 된다는 당시 사회적 인식 때문에 1년 늦게 출생신고가 되었다는 것! 성차별적 편견 속에 같은 탄생 비화를 가진, 그리고 교사 또는 엄마라는 위치에서 교육 현장에 있는 세 사람이 모여 페미니즘 교육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의 일부를 전한다.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용띠 세 여자의 모습

나와 페미니즘 

연순 : 스스로 성차별적 요소나 젠더의 문제를 내 삶 안에서 나의 힘으로 균형을 맞추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결혼 생활을 하면서 내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어요. 제가 불편한 성차별에 관해 얘기하면 늘 “남들도 다 그러고 산다.”는 얘기가 돌아왔어요. 그렇다면 남들은 왜 그러고 사는지, 그 불편함을 꺼내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페미니즘에 더 관심을 가지고, 드러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현애 : 네 자매 중에 넷째 딸이에요. 셋째 언니랑 7살 차이가 나는데도 제가 태어났다는 것은 저는 아들이어야 했다는 것을 말해주죠. 대학 때 자치조직에서 대표가 될 때도 남초 집단이었는데 “네가 우리 과 학생회장이 되면 네가 너무 힘들 거야.”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수많은 성폭력과 성희롱, 데이트폭력 등을 언어화하지 못했지만 그런 것들이 불편했어요. 내가 살아야 하니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중헌 :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랑 살았는데, 여자는 배울 필요 없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성차별에 대한 반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남편을 만났을 때도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봤어요. 그런데도 결혼을 해서 여자인 제 역할은 당연시되고, 남편이 가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 감사해야 한다는 등의 성역할 문제들 때문에 많이 부딪혔어요. 페미니즘은 사회에서 당연시되던 것을 질문하잖아요. 그런 인식의 변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관심이 생겼어요.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해

중헌 : 딸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해요. 한 번은 모르는 사람이 “교복을 그렇게 짧게 입으니까 큰일 나는 거다.”라고 했대요. 성범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옷을 그렇게 입은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잖아요. 학교에서도 차별적인 말을 많이 들어서 선생님부터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선생님들이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알아야 학생을 가르칠 수 있잖아요.

연순 :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젠더 감수성을 많이 키울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아이가 외국에서 자라서 남자와 여자를 굳이 구분 짓지 않았어요. 근데 아이가 한국에 살면서 욕을 할 때, ‘놈’이나 ‘새끼’가 아닌 ‘년’을 쓰더라고요. 아이한테 왜 그렇게 욕을 하면 안 되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니, 여성 비하라는 것을 알더라고요. 그런데 친구들이 쓰니까, 혐오인지 모르고 쓰기도 하고, 재미있다고 쓰기도 해요. 혐오를 재미라고 생각하는 게 더 위험하잖아요. 이런 게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부모가 얘기하는 것과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다른 개념이잖아요. 그래서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죠. 

현애 : 사람들은 교육 내용을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것이 제일 쉽고, 개인 교육자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해요. 교육자는 교육 내용으로 인해서 본인도 교육을 받거든요. 특히 공립학교는 사회 변화에 따라 교육이 바뀌고, 교사는 거기에 맞춰야 해요. 

‘페미니즘’ 교육, 명명하는 것부터

현애 : 최근에 페미니즘 이슈가 급부상하면서 여성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가 확 달라졌어요. 전에는 학생들이 제가 “여성은 약자야. 차별받아 왔어”라고 말하면 용인했는데, 그것을 페미니즘이란 이름으로 얘기하면 큰 저항과 비난의 대상이 돼요. ‘페미니즘 교육’이라고 호명하는 것 자체를 싫어해요. 그런 반응에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페미니즘 교육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페미니즘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큰 싸움이에요. 약자로서 권리를 구걸하는 것은 괜찮지만, 약자가 동등한 권리를 쟁취하겠다고 하면 혐오로써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태도가 학생들에게도 보여요.

연순 :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에 페미니즘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라는 인식이 만연한 것 같아요. 사회는 ‘이제 여성은 약자가 아니고, 남성과 동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페미니즘을 얘기하면 여성이 다 가진다고 생각하잖아요. 이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까 대립할 수밖에 없고, 백래시 문제가 많잖아요.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해

중헌 : 학교에서 남자 선생님이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한 거예요. 딸은 지나칠 수 없어서 그 선생님에게 편지를 썼대요. 담임선생님이 과격한 표현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일정 부분 수정을 해서 전달하게 했더라고요. 학생이 선생과 대립을 하면 학생 개인이 문제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연순 : 학생이 교사한테 반론을 제기하고, 불편함을 이야기할 수 있고, 교사와 소통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힘으로 누르지 않는 선생님의 태도면 교육들이 긍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아쉬워요.

현애 : 제일 중요한 것은 페미니스트 교사가 페미니즘에 해답을 던져주는 존재가 아니라 같은 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제일 기뻤던 일 중 하나가 제자 한 명이 ‘Girls can do anything’ 배지를 저한테 주면서 “쌤, 같이 하실 거죠?”라고 말했어요. 무엇을 같이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저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것이 가장 기뻤죠. 제일 좋은 활동은 아이들과 일상 속에서 여성주의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 교육이 가능케 하려면

현애 : 페미니즘 교육이 실현되려면 교사의 재교육과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 스쿨 미투처럼 용기를 내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일상적으로 사건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그리고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교사 내 여성과 남성 간의 심각한 성차별 문제가 함께 해결되어야 해요.

연순 : 학생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 선생님에게도 힘이 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집 안에서의 투쟁이 많아요. 구조적으로 바깥보다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이나 차별이 더 심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풀어가기 어려워요. 그런 고민을 더 하고, 더 열심히 싸워야죠. 

현애 : 학교 현장의 변화를 만들려면 학부모들의 개입도 필요해요. 페미니즘적 요구를 계속하면서 교육 구조에 대항하고 문제 제기하시되, 개별 교사에 대한 신뢰를 주면 좋겠어요.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응원이 필요해요. 그래야 학교를 바꿀 수 있어요. 

* 인터뷰어 : 중헌
* 인터뷰이 : 연순 , 현애
* 편집 : 나눔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조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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