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 불평등 문제 ‘밖으로’ 끄집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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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 불평등 문제 ‘밖으로’ 끄집어내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1.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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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련 치과부 초청 기획①] 민의련 치과의 역사와 역할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병원을 세우자'를 기치로 세워진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과 의료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결성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는 나라는 다르지만, 의료모순을 극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분투해 온 모습만은 닮았다.

민의련은 지난 2012년부터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리는 '원수폭금지세계대회'에 건치를 비롯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 전문보건의료인단체를 초청해 교류의 물꼬를 텄다.

지난해 8월에 건치 청년학생위원회 '파란'이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수폭금지세계대회'에 참석해, 민의련 치과부와 청년치과의사회와 '구강건강 격차'에 대한 토론을 벌이며 양국의 공통퇸 이슈를 확인하며 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다.

건치는 지난 13일과 14일, 민의련 치과부를 공식적으로 한국에 초청, 민의련 치과부 이와시타 하루오 부장, 사카키바라 케이타 부원,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부회장, 니시자와 준 사무차장, 무코야마 켄 사무원 등 5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교류회에서는 ▲이주민 노동자 치과진료센터 '함께 아시아' 견학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견학 ▲건치 회원 치과 방문 ▲교류회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의 치과의료 현황을 비교할 수 있는 강연회로 꾸려졌다.

민의련 치과부 이와시타 하루오 부장이 '민의련치과의 역사와 역할'을 주제로, 사카키바라 케이타 선생이 '일본의 왕진·방문진료'를 주제로,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류재인 교수(경희대)가 '한국 치과주치의사업의 현황'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건치와 민의련의 참석자 모두 닮은 듯 또 다른 한국와 일본의 치과의료 상황을 보며 다시금 각 단체의 나아갈 방향을 점검키도 하고, 앞으로의 다짐과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건치 홍수연 공동대표는 "한국와 일본이 처한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 많이 교류하면서, 서로 배우고 각자의 위치에서 싸우고 승리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민의련 마스다 츠요시 부회장도 "한국에 올 때마다 우리가 왜 민의련을 하는지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된다“며 ”오늘의 활동이 양 단체의 발전의 계기가 되고, 앞으로도 계속 친구로서 더 많이 알아가자“고 강조했다.

양 단체는 서로의 활동에 감동과 영감을 주는 일을 만들어가자는 데 뜻을 모으며, 지속적이고 밀도 있는 교류를 다짐했다.

- 편집자

지난 13일 용산역에서 '민의련 치과부 초청 강연회'가 진행됐다.

민의련 치과부 초청 강연회가 지난 13일 용산역 ITX 6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은 건치와 본지의 공동 개최로 진행됐으며, 약 50여 명이 참석해 민의련 치과와 왕진‧방문치과진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와시타 하루오 부장은 ‘민의련 치과의 역사와 역할’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민의련의 역사와 현황을 간략히 짚고 일본 치과의료보험제도의 운영과 그 속에서의 민의련 활동에 대해 공유했다.

1930년대 무산자진료소에 뿌리를 둔 민의련은, 천황제 하에서 탄압을 겪으며 결국 1941년 해소됐다 전쟁 이후인 1946년 진료소를 재건하고, 1953년 ‘민의련’이란 이름으로 공식 출범한다.

당시 민의련 치과는 전국 10개소로 시작됐으나, 1970년대 치과의료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더불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어 1980년대와 90년대까지 그 성장세가 이어졌으며 민의련 내에서도 치과위원회에서 ‘치과부’로 승격됐다.

그 결과 현재 민의련 소속 치과진료소는 일본 30개 도도부현에 120개소로 성장했으며,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민의련 치과부 소속 인원은 ▲치과의사 380명 ▲치과위생사 820명 ▲치과기공사 190명 ▲사무 160명 ▲기타 10명 등 총 1,560명이다.

민의련 치과는 ‘생활협동조합’ 형태의 치과 진료소이며, 대도시 위주로 분포돼 있다. 치과의사도 개업의가 아닌 전부 봉직의로 근무하고 있다.

치과 규모와 인원도 일반 치과보다 크다. 일반치과의 경우 1인 클리닉 안에 치과의사 1.4명 치과위생사 2.8명 치과기공사 0.9명인 반면, 민의련 치과의 경우 치과의사 2.8명, 치과위생사 5명 치과기공사 1.4명으로 정도로 2배가량 차이가 난다.

진료실의 문제 밖으로 알려내는 게 과제

이와시타 부장에 따르면 일본의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된 건 1961년 이지만, 치과가 보험제도로 정착된 건 1970년대 들어서다. 그 이유는 ▲충치의 홍수 ▲치과의사 및 치과의원 부족 ▲비싼 치료비 ▲비급여 진료 ▲치과의사의 모럴헤저드 등 치과의료에 대한 전국민적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와시타 하루오 부장

이와시타 부장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치과대 정원 확대, 치대 개설, 치과의료보장성 강화 등이 이뤄지면서 민의련 치과도 함께 성장했다”면서도 “그러나 2000년대 후생노동성이 사회보장개악을 시도하면서, 경영이 어려워져 도산하는 치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환자 본인부담금도 0%에서 30%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사회보장개악’ 내용은 정부와 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시타 부장은 “이에 반대해 일본 개업의들의 단체인 ‘호단렌’과 함게 ‘보험으로 충분한 치과의료’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다”며 “우리의 운동은 치과진료의 보험적용 범위 확대, 환자 본인부담금 경감, 치과의료에 대한 국가 예산 확충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민의련과 ‘호단렌’은 이러한 내용을 가지고 2007년 국회 토론회, 청원 등을 진행했으며, 2017년  6월에는 국회내에서 집회를 열고, 240명의 국회의원을 방문하며 치과의료보장성 강화에 대한 내용을 전달키도 했다.

이와시타 부장은 이러한 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던 이유를 1992년 ‘보험으로 가능한 틀니 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틀니가 보험화 됐지만, 낮은 진료보수로 적자를 보는 치과가 많아졌고, 일부에서는 저질 틀니를 만드는 부작용이 있었다”며 “환자에게 좋은 틀니를 제공하기 위해선 진료보수가 높아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의견이 일치한 큰 운동이 됐다.  NHK에서 이를 가지고 몇차례 방송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민의련 치과는 이러한 역사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게 활동을 전개하면서도, 민의련의 기조인 ‘무차별‧평등 의료와 복지의 실천’을 실천하기 위해 ‘의료 사각지대’를 찾는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시타 부장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60%가 평균소득금액인 545만8천 엔 이하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아베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GDP대비 사회보장지출비율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상황. 반면 같은 기간 일본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30조 엔을 넘어섰다.

그는 “연간 세대수입별 의료비지출을 보면 저소득층일수록 병에 더 잘 걸리고 의료비 지출이 많은 게 보통인데, 실제로는 소득이 높을수록 의료비 지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아파도 갈 수 없는 상황을 역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의련 치과부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치과에 가지 못하는 케이스를 발굴하고 ‘무료‧저액진료’의 혜택을 받도록 할 뿐 아니라, 이들의 사례를 모든 『치과혹서』를 3차례에 걸쳐 발간했다.

이와시타 부장은 “어떤 사회‧경제적 맥락에서 치료중단이 일어나는지, 이걸 제대로 알려내는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진료실 안에서 발견하는 문제를 어떻게 밖으로 가지고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알려내는 것이 민의련 치과의 활동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무료‧저액진료’란 일본 사회복지법 제2호제3항 및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6조4항에 기초해 경제적 이유로 본인부담율 30%를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주거나 10%이하의 저액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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