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속치과이야기] 1달러 속의 치과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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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치과이야기] 1달러 속의 치과의학
  • 강신익
  • 승인 200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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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는 수많은 영웅과 천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뛰어난 용기와 창의력으로 인류를 이끌어 왔으며 때로는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꾸어 놓기도 했다. 물론 인류의 역사가 전적으로 그들에 의존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민중의 피와 땀이 없었다면 그들 영웅과 천재들도 주어진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성공은 기층민중의 일상적 고통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올바른 역사관이다. 그런데도 역사는 기층 민중의 고통보다는 이들 천재와 영웅의 고통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록하고 있다.

세종대왕은 특히 피부병으로 많은 고생을 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성종 임금은 치통으로 고생하다가 제주에서 올라온 의녀의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철학자 니체는 심한 두통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으며, 화가 고호는 역시 정신분열증으로 자신의 귀를 잘라내는 등 자해를 가했다고 한다. 작곡가 베토벤이 청력을 잃고 광기를 보였던 것은 납중독 때문이라는 설이 제기되어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치과질환에 의해 고통 받는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위인으로는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이며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이 아닐까 싶다. 당시 미국의 유명하다는 치과의사는 모두 그를 한번 이상 진찰했던 것 같다. 기록으로만 보더라도 10여 명의 치과의사가 그를 진찰했던 것으로 되어 있다. 1779년에 찰스 윌슨 필(Charles Wilson Peale)이라는 화가가 그린 그의 초상화를 보면 왼쪽 볼에 흉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치조농양으로 인해 생긴 누관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치과질환으로 고생하기는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 두 사람의 편지 속에는 치통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아무튼 1790년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시 그는 좌측 하악 소구치 하나를 제외한 모든 치아를 발거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여러 치과의사들이 여러 조의 틀니를 제작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했던 것 같다.

1796년 초상화를 그릴 당시에 사용하던 틀니는 특히 고경이 너무 짧았으므로 볼이 움푹 꺼져보였다. 화가의 입장에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초상을 합죽할아버지로 그릴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화가는 그에게 약솜을 잔뜩 물고 있도록 한 다음 그림을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1달러짜리 지폐에 등장하는 워싱턴의 모습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으며 이렇게 그의 얼굴 모습은 원래의 갸름한 모습을 잃고 둥그스름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많은 수의 틀니를 가지고 있었는데, 존 그린우드라는 치과의사 혼자서 워싱턴을 위해 제작한 틀니만도 네 개 조였다고 한다. 이 틀니들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재료도 금, 하마의 엄니, 상아, 인간의 치아 등 다양했다. 그림의 틀니는 이 중에서 가장 나중에 제작된 것이다. 입천장 부분은 금으로 제작되었으며, 여기에 상아로 된 치아가 못으로 고정되어 있다. 하악은 모두 상아로 조각되어있으며 두 틀니는 용수철로 연결되어 있다.

그는 다양한 재료로 만든 수많은 틀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불만이 무척 많았던 것 같다. 틀니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을 대부분의 백성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사치스런 불만이었겠지만, 이런 불만들 때문에 오늘날의 치과의학이 이만큼이나 발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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