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일부 개정령(안) 입법예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4일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별도의 평가 트랙 마련'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에 마감일인 지난 23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번 개정안이 보건의료의 산업화 측면만을 고려한 정부의 왜곡된 정책방향에 근간을 둔 것으로, 이것이 지난해 7월 19일 발표된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방안」의 후속조치라고 봤다.
이들은 "혁신기술이라면은 기존 기술 보다 임상적 유효성 개선 정도가 혁신적이며, 반드시 치료결과로 연계되고 객관적으로 실증돼야한다"면서 "정부가 규제완화 대상으로 삼은 혁신의료기술 대부분은 임상적 타당성을 확증하기 어려운 조기기술과 연구단계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통해 임상현장에서 근거 중심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지, 신기술의 조속한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개정안의 골자인 '혁신 의료기술 평가트랙' 신설은 임상적 근거가 불문명한 의료기술의 조기 시장 진입을 꾀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신의료기술 평가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면서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의료기술을 산업계의 이윤창출 목적으로 임상현장에 확산하겠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끝으로 이들은 "임상적·문헌적 근거도 미약한 혁신의료기술 심의 대상을 사전에 분류해 지정하고, 별도 평가 트랙을 통해 '혁신'으로 포장해 임상현장에 확산시키는 것은 신의료기술평가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기기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계에 특혜를 주는 본 개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아래는 개정안 세부내용에 대한 입장 및 반대 이유다.
- 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 대상 중 별도의 심의(‘혁신의료기술 대상 심의위원회’ 도입)를 거쳐 ‘혁신의료기술 별도평가 트랙’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술들을 나열함.
이와 같이 의료기술의 ‘혁신성’을 판단할 만한 객관적 근거나 개념 정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개정안에서 지칭한 의료기술 유형을 혁신의료기술 심의 대상으로 선정할 경우 임상적 검증이 불충분한 의료기기 대부분이 혁신의료기술 심의 대상으로 지정되어 전체 의료기술의 규제 수준을 낮추는 효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음.
- ‘혁신의료기술 별도평가 트랙’의 근거 규정으로 안전성·유효성 외에 ‘잠재가치’를 평가항목으로 신설함. ‘잠재가치’ 평가는 의료기술의 혁신성, 대체기술의유무,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 의료기술의 오남용 가능성 등이라고 하며, 유효성이 확인되지는 않으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된 경우 임상에서 사용을 허용하고 일정 기간 이후 재평가를 시행한다는 것임.
또한 이 같은 별도 트랙 마련은 ‘근거중심의 보건의료기술 확산’이라는 신의료기술평가 고유의 가치체계를 흔드는 것이기도 함. 기존의 정상적인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친 근거가 확립된 의료기술이 오히려 ‘잠재가치’나 ‘혁신’이라는 기준을 적용한 모호한 기술의 도입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자 적용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음.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이 우선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되고 확산될 수 있다는 모순과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됨.
재평가와 관련해서도 임상적 검증의 원칙과 기준 등 실행 방법이 명료하지 않으며 ‘퇴출’ 근거도 없어 재평가의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려움.
- 기존 신의료기술평가 체계에서는 ‘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기에 연구결과가 부족한 경우’에는 조기기술로 분류해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 왔음. 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에 있어 ‘조기기술’ 개념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실제로 2007년~2016년 신의료기술평가가 완료된 1800건 중 탈락한 기술은 700건이고 이 중 대부분(503건)이 '조기기술'이었을 정도로, 근거가 부족한 수많은 의료기술이 평가기관의 문을 두드려 왔고 근거가 없었으므로 도입이 차단되어 왔음.
정부가 연구 결과가 부족한 기술들을 평가대상으로 진입시키겠다는 것은 근거 중심 평가체계 자체를 허물고 국민의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음.
- 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을 280일에서 250일로 축소하고, 체외진단기기의 추가검토기간을 110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의료기기 업체들은 한국의 평가기간이 너무 길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린다고 말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운영하는 주요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긴 평가기간을 갖고 있음. 호주는 12~18개월, 영국은 9개월 혹은 13개월, 캐나다 13~15개월, 미국 9개월 등임. 한국은 최대 9개월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 250일(약8개월)로 이것을 더 단축하겠다는 것은 절대 불가하고 어떠한 정당한 근거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