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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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제비꽃
  • 유은경
  • 승인 2019.01.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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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두번째

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4주차 금요일에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제비꽃

제비꽃만큼 친근한 들꽃이 있을까. 우리가 손꼽는 들꽃들은 집을 떠나 숲자락이나 논과 밭이 보이는 들판, 손을 빌어 만든 공원에 들어서야 만날 수 있지만 제비꽃은 초청받지 않아도 집앞 화단이나 담장 한켠, 공원이나 버스정류장 가로수 밑둥치, 심지어는 아스팔트나 보도블럭 사이에서도 꽃을 피운다. 오랑캐꽃이라는 별명은 이 거칠고 강인한 생명력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노랑제비꽃

제비꽃, 우리나라 야생화 중 종류가 제일 많은 꽃이라고 감히 얘기하겠다. 학자에 따라 40여 종에서 70종까지 이야기하는데 가까이 계시는 제비꽃 박사님은 아직도 찾지 못한 것이 있고 기존의 변이들과 교잡종들이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 계속 진행 중이라 한다. 꽃이력이 짧은 나도 그동안 만난 제비꽃 종류를 손꼽아보니 20종이나 된다. 올해는 제비꽃을 더 유심히 찾아봐야겠다.

남산제비꽃

제비꽃을 생각하면 그려지는 모양과 빛깔!! 바로 ‘호제비꽃’이다. ‘왜제비꽃’과 ‘서울제비꽃’도 비슷해 구별이 어렵기는 하지만... 재미난 것은 키가 훤칠하고 색이 짙은 오리지널 제비꽃이 의외로 보기 드물다는 사실이다.

흰색 꽃을 피우는 제비꽃의 대표주자는 남산제비꽃이다. 첫 대면에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모른다. 깊고 잘게 갈라진 잎과 하얀 꽃색은 제비꽃에 대한 나의 상식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랑이나 분홍, 자주색 꽃들을 만나고 잎이 또르르 말려있거나 무늬가 있고 향이 지극하며 털이 나있는 것들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그 다양함과 하나하나의 매력을 알고 나니 제비꽃이 다시 보인다.

금강제비꽃

제비꽃의 가장 큰 특징은 ‘폐쇄화’란 것이다. 봄에는 여느 꽃들과 다름없이 벌과 나비를 통해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지만 그 이후 가을 늦게까지는 꽃을 피우지 않고 자가수정을 통해 바로 열매를 맺는 것이다. 더 많은 씨앗을 만들려는 제비꽃의 꼼수인 셈이다.

고깔제비꽃

들판에 널려진 제비꽃을 따서 반지도 만들고 시계도 만들고... 더 시간을 들여서는 머리에 화관도 쓰고 서로 쳐다보며 히죽거리기도 했다. 색이 다른 꽃을 발견하면 먼저 차지하려 몸싸움하던 그 보랏빛 기억들은 차가운 무채색 도시생활 속 한줄기 따스한 숨구멍이다.

태백제비꽃

벌써 새해 첫달 마지막 주간! 작심삼일(作心三日)을 몇번째 되풀이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작은 들꽃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상의 잔잔한 여유를 준비해가는 겨울이기를... 춥지만 춥지 않은 겨울이기를...

털제비꽃
알록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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