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뭉크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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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뭉크뭉크
  • 이주연
  • 승인 2003.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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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바르드 뭉크 지음. 이충순 옮김. 다빈치 출판사


내 그림을 보러온 사람들의 얼굴이 파랗거나 초록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 그림들을 진지한 상태에서 열정적으로 그린 것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사람의 내면적 갈등과 불안, 공포, 사랑 등의 감정을 독특한 선과 격렬한 색채로 표현해 20세기 초 표현주의 미술의 선도적 역할을 한 화가다. 베를린의 ‘분리파전’(1903)에 초대된 뭉크는 피카소와 더불어 주 전시실을 할당받아 입체파나 미래파와는 달리 인간세계의 사실적 요소들에 강렬한 감정을 응축해 표현해내는 장을 열었다.

군의관이었던 우울한 성격의 아버지, 다섯 살 때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열네 살 때 역시 결핵으로 사망한 누나 소피에에 대한 ‘불행한 기억’은 공과대학(1879)을 자퇴하고 본격적으로 그림공부를 시작(1881)하게 한 감정적 동인이 되었다. “나는 내가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본 것을 그린다”던 뭉크는 인상주의를 순간의 감각이 아니라 기억의 예술로 거듭나게 했다.

파리에서의 청년시절 급진적인 문학 그룹 ‘검은 돼지 새끼들을 위해서’의 일원이었던 그는 상징주의, 니체 철학, 성애적인 문제(‘사춘기’, ‘다리위의 세 소녀’, ‘적과 백’, ‘키스’, ‘마돈나’, ‘질투’ 등), 죽음의 환상(‘병든 아이’, ‘재’, ‘생명의 춤’, ‘병실에서의 죽음’ 등)에 몰두했다. 그 시절 일기에는 “나는 살아있는 생생한 사람들을 그릴 것이다. 숨쉬고, 느끼고, 아파하고, 사랑하는 그런 모습의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인간사의 생로병사를 깊이있게 통찰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독일 표현주의를 주도하던 시절(1892-1908) 뭉크는 ‘해수욕하는 남자’에 나타나듯 좀더 외향적인 생활태도를 보여주었지만 내면적으로는 더 신경질적이고 심한 불안(‘욕망’, ‘증오’, ‘블라인드’, ‘포도주 옆의 자화상’)에 시달렸다. 정신분열 증세가 발발(1908)하면서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노르웨이에 돌아온 뭉크는 자연을 단순하면서도 즉흥적인 붓놀림으로 그려갔다.

뭉크는 81세의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연이은 정신분열 증세에도 인간의 정신적인 삶의 요소들을 ‘생의 프리즈’ 연작을 통해 깊이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암시적으로 묘사한 작품(‘목소리’, ‘절규’, ‘두려움’, ‘우울’ 등)들은 고립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실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청년시절 뭉크의 일기문과 단편소설, 삽화가 그려진 드라마(‘수난의 역사’, ‘자유 도시의 사랑’), 우화집(‘알파와 오메갗)과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어, 작품속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뭉크의 다양한 예술적 편력들을 조망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현대미술이 소외시킨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들을 뭉클하게 길어올린 뭉크의 통찰력과도 악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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