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보건전담부서의 부활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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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보건전담부서의 부활을 맞이하며…
  • 김철신
  • 승인 2019.03.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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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철신 편집국장

2018년 가을, 구강보건 전담부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할 무렵, 건치의 몇몇 선생님들과 전담부서가 담당해야 할 여러 구강건강문제와 대안에 대해 검토하는 자리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전담부서가 폐지된 수년간 제기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특히 새로 생길 전담부서가 해야 할 업무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고민해보자고 했다. 전담부서의 부활을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주장과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임에서 실제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나 필자는 전담부서의 담당업무와 정교한 구강건강정책대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에 회의적인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2007년 전담부서 폐지 때부터 치과계의 항의와 시위를 지켜보고, 10여 년간 계속해서 전담부서 부활을 외치던 경험을 비추어 보며 필자는 대안의 부재, 전담부서의 정책내용과 근거의 부재가 조직의 해체로 이어졌을까 고민이 되었다.

실제로는 정부가 구강건강과 치과의료체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의 크기에 합당한 인식과 대안을 가지고 그에 맞는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세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닌가. 정확한 근거나 대안의 제시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정부가 요구할 사항이 아니고 책임을 질 사안인 것이다.

그러면 구강보건전담부서가 폐지된 10여 년간 우리나라 국민의 구강건강과 치과의료의 실태는 어떻게 변화되었고, 현재의 상황은 어떠할까?

우선 국민들의 구강건강은 일정정도 개선되다 정체되고 있다. 여전히 주요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상태이다. 12세 아동 2명 중 한명은 충치를 경험하고 있고, 50세 이상 성인의 절반은 치주염 환자이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한명은 치아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구강질환은 다빈도 상병 조사에서 십 수년째 변함없이 10위 이내에 두 가지나 들어갈 정도로 좋지 않고,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열악한 상태인 것이다.

이에 따른 치과의료이용과 관련 비용은 어떤가?

우리나라 치과의료비는 2000년 1조 9천억 가량에서 2015년 9조 7천억으로 5배가 되었고, 최근 1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은 여전히 미약하여 본인부담률이 80%를 넘는 등 OECD 국가들 중 국민직접부담이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국민들의 치과의료 이용은 예방과 검진목적은 10%남짓에 불과하고, 구강질환 발생 후 통증과 불편감으로 인한 치료목적의 방문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은 매년 천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치과치료가 필요한데도 치과방문을 하지 못하는 현실로 나타난다.

구강건강을 책임질 인력의 양성과 역량강화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열악한 구강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효율적인 구강진료 전달 체계에 대한 고민은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가?

정부는 구강보건인력의 양성과 수급, 역량강화에 대해서도 별다른 비전이 없고, 전문치의, 의료기사법등 첨예한 갈등사안에 대해서는 해법 제시는 고사하고 중재와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구강보건인력양성과 관리라는 중차대한 역할이 방기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형사무장치과의 과잉진료, 일부치과의 교정치료를 둘러싼 논란 등 환자안전과 관련되어 사회적 파장이 일어도 정부 내 구강건강담자의 책임 있는 목소리가 없다.

치과계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제안되고 시행되던 구강보건사업들의 현실을 살펴보면 더욱 참담하다.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은 2001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위축되어 2017년에는 수혜인구가 162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여러 논란과 갈등에도 중앙정부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다.

불소양치사업도 수혜자가 2003년 536만 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절반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는 등, 예방과 건강증진이 강조되는 최근의 보건의료정책기조가 무색하게 지난 10년간 구강보건사업은 날이 갈수록 위축되어 왔다.

또한 최근 부산의 한 토론회에서 시민단체 관계자가 지역에 사는 중증장애인 모두가 치과진료를 받으려면 67년이 걸린다고 한탄할 만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구강건강도 방치되고 있다.

구강건강관련 인력양성과 역량강화에 대한 실패, 전달체계의 난맥상에 대한 방치,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한 대책부재, 취약계층의 건강권보장 외면 등 주요한 구강건강과 치과의료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심각한 수준의 무책임한 대응을 해온 것이다.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이 보다 못해 애쓰고 있는 아동청소년 주치의제, 장애인 진료봉사에 대해서도 어떠한 지원이나 효율적 운영에 대한 검토도 없이 방치하고 있다.

적어도 구강건강에 대해서는 참담할 정도의 정부였던 것이다.

2019년 구강정책과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시작한 구강보건전담부서에 대해 정부의 자세가 참으로 중요한 이유이다. 일부 직역단체의 숙원사업 해결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열악한 국민구강건강 상황과 치과의료를 둘러싼 여러 난맥상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건치신문은 정부의 무책임과 방치가 가져온 열악하고 심각한 구강보건 실태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구강정책과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으로 전담부서의 부활을 맞이하려 한다.

구강보건전담부서라는 조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유관단체의 협조가 아니라 정부의 제대로 된 실태파악과 현실인식이기 때문이다.

 

김철신(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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