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안에서도 ‘선(善)’을 이뤄가는 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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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안에서도 ‘선(善)’을 이뤄가는 건치
  • 정애련
  • 승인 2019.04.22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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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와 함께한 사람들] 인천건치 정갑천 회원의 부인 정애련노엘라
인천건치 정갑천 회원의 가족 사진

느닷없이 그것도 반강제로 받은 원고청탁에 막막하다.

음, '나에게 건치란 뭐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신혼 때에 건치는 분명한 ‘연적’이었다. 싸움의 반 이상은 건치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성질 하는 데서는 웬만하면 지지 않고, 내 뜻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도 건치만큼은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주도권 싸움에서 유일하게 포기한 것이 건치일 정도로 남편의 건치 사랑은 유별스러웠다. 

동갑의 같은 나이인 남편을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게 된 데에는 건치가 큰 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매주 화요일이면 하늘이 무너져도 건치만큼은 협상불가라는 입장인 걸 보면서 뒤통수를 쳐버리고 싶은 강렬한 유혹도 많았다.(웃음)  

매주 화요일의 건치모임 뿐이면 그래도 이해를 좀 하겠는데 그에 딸린 새끼 모임들...(눈물) 공부방, 건강과 나눔, 신문사, 사람과문화, 겨레하나 등까지 줄기차게 다니니 학을 떨었다가, 포기했다가, 인정하는 수순을 밟게 된 거다. 노선은 또렷하지, 한결 같지, 심지어 나쁜 짓이 아니고 좋은 짓이니 명분에서도 밀린 거다.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2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니 건치는 남편의 든든한 형제로 느껴진다. 같은 지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같은 곳을 향해 동반하는 삶이 참으로 좋아 보인다.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음... 세상의 불의에 맞서서 이 성만은 지켜야 하는 사명을 가진 중세의 기사단 같기도 하고, 순수한 어른아이들의 모임 같기도 하다.(웃음) 

그리고 생각해보니 건치는 나를 카톨릭 신앙으로 이끈 동기 중 하나일 수 있겠다. 밖으로 싸돌아다니는 남편 덕에 무수한 밤들을 분노와 외로움에 맞서야 했다. 남편에게 있어 건치가 필요했듯 나에게도 나를 위로하고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그것을 하느님에게서 찾았다고 할까! 

신약성경에 보면 보물이 묻혀있는 밭을 발견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모든 것을 팔아 그 밭을 사는 것처럼 우리는 이제 각자의 보물이 묻힌 밭에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말씀처럼 건치는 우리 가정 안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선을 이뤄가고 있다.

건치 30주년을 축하드리며, 카톨릭식으로 마무리 인사드립니다. 

“건치 여러분!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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