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20년…등대처럼 빛 비춰준 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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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20년…등대처럼 빛 비춰준 건치”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4.22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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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를 일궈온 사람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전‧충남지부 임동진 총무

1989년 4월 26일 첫발을 낸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립(而立)입니다. 설립 이래 국민 건강권 쟁취와 의료모순 극복을 위해 노력해 온 건치의 30년 한 길, 이를 기념하기 위해 본지는 그 길에 함께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연재 기사들은 건치 30주년 기념 특별판 지면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임동진 원장

임동진 원장(임동진치과)은 “후배가 생기면 좋겠어요”라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20년 째 건치 대전‧충남지부(이하 대충건치) 막내이자, 총무면서, 젊은 피, 얼굴마담(?)의 역할까지 묵묵히 해내고 있다.

고향은 광주고 학교도 조선대 치과대학 90학번인 그가 대전에 개원을 결심한 건 순전히 편안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학부 시절부터 분야운동이 하고 싶어, 공보의를 마치고 지난 1999년 대전에도 건치가 있는지 건치 중앙에 문의를 했다. 명맥을 이어가고 있단 답변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대충건치 선배들을 만났는데, “연락하고 우릴 찾아온 후배는 네가 처음”이란 말을 들었다.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우려도 이젠 새삼스러워졌다.

초창기 대충건치를 세운 선배들은 분야운동을 10여 년 해오다, 시민사회 운동으로 빠졌다. 대전 환경운동연합, 대전참여자치연대, 시민아카데미 등 대전지역의 출발엔 항상 건치 선배들이 있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와 같이 임 원장은 대충건치 선배들의 지원을 받으며, 2000년대 초반 대전지역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 자매 단체 회원들과 대전지역 보건의료 정책과 진료 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는 결국 2005년 ‘대전충남보건의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결성으로 이어졌다. 임 원장은 김형돈 회장과 함께 건치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지난해 5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 교육감 후보에게 ‘학교보건 정책 제안서’를 전달키도 했다.

또 대충건치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전시 은행동에 위치한 ‘외국인노동자 진료센터’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치과진료를 진행했다. 그와 동시에 임 원장은 2012년부터는 노숙자 진료소도 한 달에 2달에 1회 나가게 되면서 외국인노동자 진료소 봉사를 같이 하기엔 무리가 있어, 2014년부터는 대충건치 선배들과 대전시치과의사회에 그 공을 넘기고 노숙자 진료소를 꾸려가고 있다.

분야운동, 더 넓은 사회로 나가는 발판

“지금 대충건치는 친목단체에요”라는 말과는 다르게 대충건치는 지역사회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만, 임 원장이 원했던 분야운동은 저조함에도 진료소 활동, 환경운동을 지속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엔 선배들이 시민운동으로 빠져서, 분야운동은 등한시 돼 싫은 내색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20대 후반, 30대를 거치면서 선배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선배들을 따라 환경운동도 해보고 하면서, 지역사회 운동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 진료센터 봉사나, 연대회의는 선배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보건의료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고병년 원장님이 환경운동연합 의장 당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금강 탐사를 비롯한 교육운동을 하셨다. 말보다 행동이 열심인 분이고, 그가 가진 생각들이 좋았다. 선배들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시각을 얻게 된 것도 있고.

누가 그러지 않았나? 접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몰라서 행동하지 않을 뿐이지 그게 중요하지 않은 일은 아니라고“

또 진료봉사의 경우 학부시절의 경험이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돼, ‘끝까지’하는 게 미션처럼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본과 2학년 때 발산진료동아리 회장을 맡게 됐는데, 당시엔 빈민가 진료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전국민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저소득층도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으면서 동아리가 갈 곳이 거의 없어졌다.

그러다 수소문 끝에 한 고아원을 알게 됐고, 회장으로서 이런 취지로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거기 원장님이 좋은 의미로 진료봉사를 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너희들이 가고 난 뒤에 아이들은 너희들을 기다린다. 지속성이 없으면 아이들은 상처를 받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셨다.

그때 꽤나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우리가 혜택을 준다는 생각만 한 게 부끄러웠다. 그 이후엔 장기간, 끝날 때까지, 결과야 어떻든 책임지고 진료봉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계속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임 원장은 ‘치과의사’로써 보건의료 ‘분야운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우리 세대는 혜택을 받은 계층이다. 우리 위의 선배들이 정치적 이상을 바꿨고, 그 열매를 우리 세대가 누리는 것이다. 경제 성장기라 여러 혜택도 있었고. 그래서 베푼다기 보다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어 분야운동을 생각했다.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자신이 속한, 치과의사라는 직업과 이를 둘러싼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이 우선돼야만 다른 지역 운동, 이슈와도 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치라는 분야운동을, 눈에 띄진 않지만 계속하는 이유기도 하다.

연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건 치과의사이기 때문이고, 건치가 그 구심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분야운동을 놓치지 않고 가야 후배들도 건치의 깃발로 모여들거라 생각한다. 분야운동에서 시작해, 차츰 자신의 변경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배들에 이어…지역운동도 성과로 나타나

임 원장은 예의 대충건치 선배들이 그러했듯이 분야운동 외에도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2년부터 환경운동연합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탈핵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임 원장의 생각과 꾸준함은 20년이 지난 지금 여러 가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전 유성구 지역은 원자력 연구원 내 연구용 하나로 원자로가 있어 심심치 않게 안전사고들이 발생한다. 원자로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관리되지만, 이건 ‘실험’을 하는 원자로라 안전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국가 시설이라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지난 2015년엔 원자력연구원에서 지진대비 보강공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과, 방사능 폐기물을 무단·불법폐기 의혹이 일었고, 그것이 공사하던 분들의 고발로 드러났다.

때문에 대전에서는 원자력 연구원의 안전성을 제3자가 검증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져 결국 시민단체, 대전시가 합작으로 ‘대전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을 꾸려 1년 간 안전검증을 시행했다. 여기에 합류해 활동을 하기도 했다”

임 원장은 올해에는 탈핵운동해바라기변호사회, 반핵의사회 등과 함께 대전지역 주민의 건강성평가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2000년대 초반 시작한 외국인노동자 진료소와 연계된 사업도 더욱 풍성해졌다고 전했다.

“대전지역 주변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들의 삶을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회가 이분화된다. 과거엔 정파, 세대로 인한 갈등이었다면 앞으로는 문화와 인종의 문제로 사회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에 대전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에서는 한국 요리사들의 지원을 받아 이주민여성들과 함께 ‘이마시아(IAMASIA)'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이마시아'에서는 동남아 요리와 한국 요리를 결합한 퓨전요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은행동 1호점이 굉장히 잘 돼서, 최근엔 둔산동에 2호점을 냈다.

이렇게 그들에게 함께 섞여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함께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음식점 말고도 미용학원과 연계해 기술교육도 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현재 사회에서는 100% 만족스러운 정책은 없고, 51%의 바른 방향으로 가면서 49%의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며 변화를 이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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