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
상태바
[행복한 책읽기]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
  • 한동헌
  • 승인 2004.06.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들끓던 어느 날, 촛불집회에 갈까 망설이며 서점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 날따라 게으름을 피우고 싶기도 했거니와 서점에 들어가니 이것 저것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아 내 발을 서점 밖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더 솔직한 심정은 쾌적한 서점 안에서 시간 때우다 오후 늦게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얄팍한 계산도 자리잡고 있었다.

어슬렁거리며 구경하던 중 내 눈길을 끄는 코너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 역사의 정치논쟁과 관련된 책들을 모아서 진열해 놓은 곳이었다. 인물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소재로 하는 책이며 특정 시기의 논쟁을 다룬 책들이 여럿 있었는데 하나의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당쟁으로 보는 조선역사』(이덕일 지음).

“이것도 탄핵정국을 맞아 서점에서 발빠르게 기획한 판매 전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한때 한 권짜리 역사시리즈가 유행했는데 쉽고 간단하게 한 시대를 마스터(?)할 수 있어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물론 읽으면서 사실의 나열에 지루해 하기도 했지만 지루함은 읽고 난 후 뭔가 하나를 마쳤다는 뿌듯함으로 보상받는 듯 해서 그 후에도 그런 종류의 책이 있으면 머리말은 뒤적여 보곤 했다. 이책도 역시 무언가 지루함을 보상해 줄만한 것이 있는가 해서 선 채로 머리말부터 읽어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조선시대 유학자요 정치가인 우암 송시열이 조선시대 당시에도 한 쪽에서는 송자라 높여 부르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자기 집에서 기르는 개이름을 시열이라고 부를 정도로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는 이유를 조선시대의 당쟁으로 보고 이를 정리한다. 학생 시절에도 원서보다는 정리판에 마음이 끌렸던지라 이런 면에서 내 맘에 들었고 더구나 각각의 인물 위주로 사실과 추측, 은밀한 뒷 이야기까지 흥미있게 읽고 넘어가기에 적당했다.

그러나 당쟁의 역사가 정치적 당파가 자당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그로써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이야기,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자신의 생존과 이익에 치중하면서 몰락해가는 이야기가 흥미를 끌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은 훈구파에 이어 집권한 사림과 그 후 이루어진 동서 분당을 소개하고 이어 붕당으로 나뉘어 서로 경쟁하지만 공존하고자 했던 붕당정치의 초기, 그 후 정쟁이 격해져 정권을 잡지 못하면 학살당하는 상호 배척의 시대, 이를 타개하고자 했던 탕평의 시대를 인물과 사건 위주로 정리하고 있다.

빼먹을 수 없는 즐거움은 책 앞에 정리한 인물 사전과 곳곳에 정리한 연표와 도표다. 방대한 조선역사의 당쟁을 읽는 중간 까먹지 않도록 확인할 수 있는 표로 나의 암기력을 체크해 보는 것도 책읽기의 즐거움중 하나인 듯 하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니 잘못된 입시교육에 길들여진 학생 입맛에 딱맞는 책은 아닌지, 아직도 나의 책읽기 습관은 고등학교 입시 수준인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건 왜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