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야,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는 말을 실감하는 기분 좋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유난히도 더웠던 8월의 중순-땀을 흘려가며 치과위생사 국가시험 실기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인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게 바삐 지내던 시간 속에 핸드폰에 낯선 번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바쁜 나머지 확인해볼 엄두도 없이 본인이 급하면 또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번호에 대한 기억은 잊어 버렸으나 같은 번호가 여러 번 찍혀 꼭 통화해야 하는 사연인가 보다 하는 생각에 휴식시간의 여유를 이용하여 낮선 번호를 눌렀다.

수화기를 통해 광진구의 모치과병원이 연결되었고 연고가 없는지라 간단히 나를 소개하고 전화하신 분을 찾았다.

잠시 후 전화기에서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본인은 모치과병원의 원장이고, 아주 또 민망스럽다는 듯이 병원에서 작은 수익이 생겨 좋은 일에 쓰기로 결정하여 병원과 인근에 있는 치위생과 학생들에게 적은 금액이지만 장학금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하였다.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난 얼떨떨한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조만간에 찾아뵙겠노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 학과 교수님 한 분과 동행하여 병원을 찾았고 멋진 원장님 두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동안의 젊은 원장님 두 분은 찾아준 것에 대해 미안해하며 적은 금액인데 학교에서 너무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하신다.

개원 한지 2년이면 여러 가지 본인들을 위해 또는 병원을 위해 투자 할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눔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넉넉함과 나눔의 문제를 병원의 스텝들과 함께 상의했다는 것에 우리는 더 놀라웠고 감사했다.

모 방송에서 치과진료기관의 감염관리 문제로 한 참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씁쓸했던 마음을 가졌던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결정이고 처사였다.
그래서일까 그 병원에서 만난 스텝들의 표정은 밝고 편안해 보였다.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서로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즈음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조하며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이 눈물 흘릴 수 있게 또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로 ‘아침식사 제공’, ‘발마사지’ 등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도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외부고객이 중요한 만큼 내부고객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환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고 의료기관 간에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부고객이 만족하지 못하면 결코 최고의 진료와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내 가족, 내 자신이 소중하지 않은데 어떻게 타인을 위한 배려나 서비스가 완벽해질 수 있을까?

제자들과 후배들에게 늘 멋진 프로가 되기 위해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과 능력을 갖추라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이야기 하곤 한다.
그때마다 들려오는 한 마디가 가슴에 송곳처럼 꽂혀 아프고 씁쓸하게 한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 원장님이 알아주나요? 아니예요 교수님”

원장님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너의 직업에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 정말 교과서적인 말로 타이르지만 내말은 공허하게 허공을 헤매고 힘이 없다.

그런데 이제는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내부고객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병원들,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병원의 여러 가지 복지제도, 그리고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성숙한 선생님들에 대해!!!

가을 쪽빛 하늘은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수채화지만 성숙한 사람의 모습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이글을 쓰면서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음에 행복하고 마음이 따뜻하다.

제게 행복을 주신 멋진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재연(한양여자대학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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