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과 기부금품 모집 법률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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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과 기부금품 모집 법률위반
  • 김다언
  • 승인 2019.06.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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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언’s 문학 B급 살롱] 김다언 작가

2017년 김다언이란 필명으로 『목마와 숙녀, 그리고 박인환』이란 시 해설집을 펴내며 데뷔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이창호 회원. 그가 올해부터 1940년대~1960년대의 한국문학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본지에 ‘김다언’s 문학 B급 살롱’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키로 했다. 열 여덟번째 화에서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불교계 개혁을 위해 나섰고, 이에 일제는 기부금법 위반으로 한용운 선생을 탄압한 내용을 다뤘다.

-편집자 주

『만해 한용운 평전 (김광식 지음)』 중에서 사진 촬영 (제공 = 김다언)

만해 한용운 선생이 3‧1운동의 33인 대표 중 1인이었고 그로인해 일경에게 체포돼 고초를 겪은 일은 이미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1919년 3‧1운동 훨씬 이전에 불교계의 개혁을 위해 애를 쓰다가 일본경찰에 의해 구금돼 재판 받은 사실은 잘 모른다.

1910년(융희 4)에 일제가 한일 병합 조약에 따라 우리나라의 통치권을 빼앗고 식민지로 삼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12년, 당시 우리나라 불교계는 일본불교계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는 일본의 식민지정책의 압력을 피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용운 선생이 일본불교계와 영합하려는 세력에 반발하며 불교계 개혁을 위해 임제종 포교활동에 앞장서고 기부금을 모아 1912년 5월 12일에  조선임제종중앙포교당(朝鮮臨濟宗中央布敎堂)을 개설한다. 이 임제종포교당은 1910년 9월, 친일승려인 이회광(李晦光)이 일본불교인 조동종(曹洞宗)과 비밀리에 맺은 조동종 맹약(盟約)의 반발 구도에서 나왔다. 당연히 뜻있는 불자들의 참여와 지지가 늘어나자 이를 두고 볼 조선총독부가 아니었다. 일본경찰은 만해 한용운을 임제종 포교당 건설을 위해 모은 기부금에 대해 「기부금품 모집 취제규칙」이라는 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을 하고 1912년 6월 21일 벌금 30원의 형을 선고하고 임제종의 간판 철거명령을 내렸다.

필자는 처음 『한용운평전』을 읽으면서 1912년 조선총독부가 불교계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현재의 우리나라 법률로 치자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100년도 전에 우리나라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적용 시켰다는 사실에 몸서리쳤다. “이토록 꼼꼼하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 우리를 침탈했구나. 아직도 나는 일본을 잘 몰랐구나.” 한마디로 나쁜 놈도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서 틈틈이 기회를 엿보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지 안 그러면 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었다.

만해 한용운선생이 성북동에 거처할 집으로 지은 ‘심우장’이 조선총독부를 마주하기 싫어서 북향으로 지은 일은 너무도 유명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심우장을 방문한다. 하지만 현 대한민국 야당의 주요인사가 ‘반민특위’가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상황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마음을 다잡는 대다수 국민의 정서와는 크나큰 거리가 있다. 한용운 선생이 활동하던 시절 일본 앞잡이들은 엄청난 권력을 휘둘렀고 일본이 물러간 뒤에도 그 권력을 놓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 21세기 대한민국은 당시보다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친일파를 나쁘다고 말하거나 글을 쓰면 체포돼서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친일파를 나쁘다고 말한다고 해서 마음속에서 두려움을 느끼거나 체포되지 않는다. 다만 일부세력에게 ‘빨갱이’, ‘좌빨’이라고 이념공세를 받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종군위안부 문제 등 이미 해결됐어야 마땅한 일들은 21세기의 대한민국인지 100년 전의 사법부였는지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며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한용운 선생은 일본이 패망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1944년 6월 심우장에서 입적했다. 일제강점기 어둠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정진하던 선생의 삶의 자세를 느낄 수 있는 시 『나룻배와 행인』으로 글을 마친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김다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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