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미국의 금융세계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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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미국의 금융세계화 전략
  • 이현정 기자
  • 승인 2006.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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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 2006 가을 소식지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기고한 글의 전문이다.(편집자)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우리는 준비 없는 개방과 국제 금융시장으로의 급격한 편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IMF 외환위기를 통해 절실히 배웠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고 사회는 극단적인 양극화를 향해 치달았다.

정부가 IMF 체제를 조기졸업했다고 축포를 쏘아 올리는 데 들어간 대가는 너무 큰 것이었다.
국가 기간산업 주식의 대부분이 외국인에게 넘어갔고 은행을 비롯한 주요기업들의 소유권 역시 외국인의 것이 됐다. 질 좋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대신 비정규직으로 내몰린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중소기업은 몰락하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IMF체제를 조기졸업한다는 목표 아래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외환시장, 자본시장(투자) 등의 시장을 대폭 개방했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IMF의 본질인 미국식 제도의 강제 이식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해 있는 한미 FTA는 이러한 개방과 구조조정, 미국식 제도의 강제 이식이라는 본질적 측면에서 IMF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더구나 미국과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전세계가 공히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했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FTA는 강제부과(imposition)일뿐 협상(negotiation)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는 원초적으로 협상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등한 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FTA가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 경제를 선진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초 ‘양극화 해소’와 ‘한미FTA 체결’에 남은 임기를 바치겠다고 밝혔고 국정홍보실에서는 이 주제들이 두 마리 토끼가 아닌 ‘수레의 두바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IMF 체제를 거친 한국은 소득 십분위 배율 평균이 9.3배(OECD 평균 4.3배)로 OECD 주요국 가운데 불평등도가 가장 심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럽식 모델로의 전환이 아닌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미국 모델의 이식을 더욱 강화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강변하면서 비판세력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신이 없냐’고 으름장을 놓는다. 협상이 진행될수록 미국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한국정부의 요구는 더욱 작아지는데도 정부가 한미FTA를 고수하는 이유는 미국 금융질서로의 편입을 통해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완성하겠다는 정부의 노림수가 감추어져 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상품이동 자유와 관세인하였던 자유무역협정의 초점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하면서 자본이동의 자유와 금융ㆍ서비스의 자유로운 활동으로 옮겨졌다.

세계최대의 무역적자국인 미국과의 FTA를 통해 다른 산업에서 추가적으로 얻을 무역이익은 거의 없는 반면에 미국의 가장 강력한 산업부분인 금융과 서비스 부분에서 미국 경제에 급속히 편입시킴으로써 달러 중심의 금융자본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지지만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는 않으며 특히 그 이득이 자국 내에서 공평하게 배분되지도 않는다.

결국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은 생산력이 가장 앞선 나라의 가장 앞선 산업부문이며 현재는 미국의 금융산업이 자유무역협정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통화가 세계통화로 기능한다는 점을 배경으로 금융산업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자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만회하고 세계 경제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금융세계화 전략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유무역협정은 금융자본에 대한 활동의 자유와 서비스 시장의 통합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이해를 전세계에 관철하기 위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이같은 점은 미국의 내부보고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미국 국제경제기구(IIE) 보고서(2006.6)에는 한미 FTA를 통한 미국의 가장 큰 이익은 서비스 산업, 특히 금융과 지식기반산업 부문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FTA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를 금융허브의 거대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도전에서 찾고 있다.

이를 놓고 볼 때 한미FTA 협상에서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투자부문(자본시장 개방)과 금융신상품, 국경간 거래에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 정부 역시 막대한 달러자본의 유입을 바탕으로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IMF 체제가 외환은행, 서울은행, 제일은행, 조흥은행 등 대형 기관들의 매각을 강제한 것과 마찬가지로 남아있는 국가소유, 또는 공공 소유 기관들의 매각을 강제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미국은 우체국예금/보험, 우체국 택배에 대한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보증보험, 보증기금에 대해서도 정부지원의 중단이나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농수축협,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 역시 한미FTA 이후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결국 한미FTA가 가져올 결과는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질서에 한국을 편입시킴으로써 미국 금융자본에 한국 경제를 더욱 종속시키는 것이며 한국은 미국 금융자본의 동북아 기지역할을 하는 대가로 이윤의 일부를 보상받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금융자본의 유입을 통해 동북아의 금융허브를 이룬다는 것은 모든 조건이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맞춰놓는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 이는 싱가포르, 홍콩 등 기존 금융시장과의 경쟁은 차치하더라도 상해 등 새롭게 떠오르는 경쟁상대를 넘어서야 가능한 것이며 이들과 비교해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한국 산업이 금융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고 하더라도 투기자본화되어가는 금융산업 속에서 산업자본은 쇠퇴가 불가피하며 이는 사회 전체의 심각한 양극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미 FTA는 미국 경제로의 급속한 편입과 그로 인한 국내의 심각한 사회양극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더구나 현재 보수 중심의 정치권 구도상 한미FTA만 체결만 되면 국회에서 이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며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에 눈과 귀를 막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정부는 한미FTA의 본질적인 측면은 감춘 채 한미FTA에 대한 관심을 개별 각론에서의 협상결과로 이동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개별협상결과를 놓고 한미FTA의 이해당사자들을 개별 설득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미FTA에 반대한 세력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FTA에 대한 개별협상결과를 주시하는 것과 함께 한미FTA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막기 위한 범국민적인 저항을 조직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다.

심상정(민주노동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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