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 佛 영아유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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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佛 영아유기사건
  • 서대선
  • 승인 200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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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문제는 '영아유기'가 아니라 '낙태'
▲ 베로니크와 쿠루조씨 부부 인터뷰 장면
이 사건의 핵심은 "영아유기"가 아니라 "낙태"에 있다. 그런데 프랑스 언론도 그렇고 한국, 유럽언론도 온통 "영아냉동유기"라는 베로니크의 엽기적인 행위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나는 베로니크가 냉동실에 죽은 영아를 집어 넣은게 그다지 놀랄만한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프랑스인 부부는 아마도 한국을 아시아의 후진국들 중 하나 쯤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유전자 검사도 못할 것이고 - 황우석교수의 연구가 사기였던 나라니까 - 프랑스로 튀면 이 나라가 죽은 아이들의 부모가 누군지 알아 낼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 듯 하다.

두 프랑스 부부에게 실수가 있었다면 냉동고에 보관된 영아들을 잘 처리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근데 이게 만만치 않다. 죽은 영아라도 눈은 파랄테니, 한국이 아무리 수준 낮은 나라라 할지라도 영아들이 서양인인 것을 쉽게 알아 차릴 수 있으므로 쓰레기통 등에 함부로 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강에 버린다면, 근데 한강까지 가서 쉽게 버릴 수는 없다. 거리가 상당하고, 보는 눈도 있을테니까. 서래마을에서 불에 태울만한 장소 또한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냉동고 속에 넣어두고 있다가 나중에 어떻게 하지 뭐, 하면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치 않고 미루다가 일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남편 쿠르조는 이사 떠날 때 쯤 자진신고하면 한국경찰이 알아서 죽은 영아들을 잘 처리해 줄걸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파리로 튀면 한국이 알아챌 수 없을거라고 낙관한 듯하다.

파리에 도착한 두 부부는 절대 자신들과 무관하다면서 펄쩍 뛴다. 한.프간에 분쟁화 될텐데, 한국이란 나라 프랑스와의 분쟁을 원치않아 대충 덮어 버릴 것이다. 살아보니 한국이라는 나라는 이런 일 대충 흐지부지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말더라.

내가 베로니크 입장이었더라도 낙태를 못해서 영아를 낳고, 살해를 했다면 우선 불에 태울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태울 곳이 마땅치 않으니, 출산후 아픈 몸에 그냥 냉동고 속에 우선 깊이 넣어 둘 것 같다.

사실 아파트에 사는 필자도 버리면 썩어서 냄새날 것 같고, 그냥두면 부패할 것 같고, 소각하기는 어렵고 아파트내에서 땅에 파뭍기도 어려운, 처리하기 귀찮은 물건은 일단 냉동실에 넣어 두는 버릇이 있다. 엄마들이 먹다남은 생선 넣어 두듯이 말이다.

▲ 佛 르몽드지 “한국을 깔봤다” 비판
이렇듯 낙태를 계획한 아이가 낙태가 되지 않고 태어나면 베로니크, 쿠르조 부부처럼 죄의식 없이 "영아유기"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예는 많다. 우리나라는 세계 낙태율 1위 국가다. 미국과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그리고 현지언론이나 유럽쪽 언론, 한국언론들은 남편인 쿠르조씨는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진짜 몰랐을까, 미스테리 하다며 기사들 써 대는데, 미스테리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남편 쿠루조씨도 "영아냉동유기"의 공범이니까.

둘이 합심해서 애 낳고 처리 곤란하니까, 같이 냉동실에 둔거다. 쿠르조씨는 한국 떠날때, 스스로 아기들을 발견해서 경찰에 신고했다. 자신들의 아기들은 아니다, 라고 떳떳하게 신고하고 프랑스로 떠나도 아무일 없을 줄 알았던거다.

한국경찰이 냉동된 영아들을 "누구 애기들일까"하면서 유야무야될 줄만 알았던게 분명하다. 이건 한국의 과학수사를 개무시 한거다. 그리고 프랑스 현지에서 문제가 되니까, 변호사와 상의 끝에 언론에 나온데로 그렇게 쭉 정신질환자로 가자고 한 것 같다.

남편은 임신사실을 몰랐고, 베로니크는 과거 한국에 가기전에도 "영아를 벽난로에 태워 죽였다고" 자백한다. 그래야 베로니크는 엽기적인 영아유기범이 되고 정신감정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정신병 소유자로 판정 받으면 종신형은 면하고, 정신병자 보호감호시설에서 1~2년 살다 나온다.

둘다 엽기적 영아유기범으로 종신형을 받거나 정신병자 보호시설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남편은 끝까지 몰랐다고 이해하기 힘든, 진술을 계속해야만 한다. 한 사람은 밖에 남아서 9살, 11살 아들 둘 교육시키고, 생활을 유지해 나가야 하니까. 그리고 베로니크 출소 후 정상생활로 되돌아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문제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한국에서의 낙태실패 후 죽은 영아들을 냉동고에 보관한채 방치한게 나중에 한국과 프랑스 본국 뿐만 아니라 유럽이 '충격'에 빠지게 된 엽기적인 영아냉동유기 사건이 되고 만거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우려 냉동된 영아들을 폐기하지 못한 것, 즉 한국의 과학수사를 우습게 본게 후에 일종의 엄청난 영아냉동유기 사건으로 확대되고 만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는 "낙태"에 있는 것이지 "영아유기"에 있지 않다. 그 똑똑한 선진국, 사회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프랑스 언론이 이런 간단한 추리 조차 못하지는 않을텐데. 끌끌. 조금 지켜보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나.

아마도 조만간에 프랑스 TV 토크쇼에 낙태 찬/반론자들이 나와서 한바탕 설전을 벌이지나 않을까. 아니면 단순히 엽기적인 영아냉동유기범 베로니크 부인의 정신병원 수용과 그녀에 대한 사회정신병리학적 행동에 대한 정신분석학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질까.


프랑스에서의 낙태문제는 지난 30년(1970년대초)전에 이미 여성해방운동가들이 가부장적인 카톨릭과 낙태반대론자들과 싸워서 합법적으로 그 권리를 인정받은 여성해방 운동에 있어서 빛나는 유산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프랑스 사회에서는 낙태에 대해 범죄시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는 오늘날 같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낙태의 권리"는 어느 선까지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그 사회의 육아와 출산정책에 있어서 사회보장적 장치들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면, 여성들의 무책임한 낙태를 지지할 이유는 없다. 이런 사회에서는 무분별한 낙태행위는 해서는 안될 "범죄행위"라 할 것이다. 물론, 그런 이상적인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특별한 사유(강간, 원치않은 임신,기타 출산이 어려운 조건 등)가 있지 않은 이상 낙태를 선호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이나 프랑스 모두 낙태가 "권리"가 되지 않고 "범죄행위"가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옳바른 출산문화정책과 육아정책이 잘 작동되는 건강하고 사람 살만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문제는 "영아유기"가 아니라 "낙태"이다. 또한 문제는 "무한경쟁"이 아니라 다시 "사회보장",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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