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뿌리를 튼튼히 지켜온 동사연의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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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뿌리를 튼튼히 지켜온 동사연의 30년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12.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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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30일 30주년 기념행사…이충섭 원장, 여순사건 증언채록‧수불사업 추진 등 성과로 꼽아
동사연 창립 30주년 기념 ‘가려진 항쟁, 동학-일제하 순천근대사를 아시나요?’ 특별포럼 (제공=정제봉)

‘지역과 환경’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전남 동부지역의 뿌리와 역사를 찾고 알리고, 지역 환경자산의 보존, 나아가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해 온 (사)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소장 장채열 이하 동사연)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동사연은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참생태도시 순천, 제도화 실현 - 조례제정 정책토론청구 ▲특별포럼 ‘가려진 항쟁, 동학-일제하 순천근대사를 아시나요?’ ▲역사탐방 ‘순천 근대사(동학~일제하) 주요 항쟁지 답사 등의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고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광주‧전남지부 동부지회 이충섭 원장, 건치 대구‧경북지부 정제봉 회원이 함께 자리해 동사연의 30년을 축하했다.

동사연은 지난 1989년 세워진 시민단체로 전남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이들은 지난 1991년부터 2000년대 중반 ‘여순사건순천시민연대’가 결성되기까지 여순사건 생존자들을 찾아 증언을 채록하고 기념사업을 추진했다. 이어 ‘한얼답사회’를 조직, 순천지역의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대중사업, 문화해설사를 배출해 초‧중‧고에 ‘문화유산방문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동사연은 1970년대 이후 여천산단과 광양만권에 불어닥친 급격한 개발 열풍에 휩쓸려 환경파괴, 문화유산의 상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순천만 보전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조례저수지 호수공원화 매립택지 반대 ▲순천만 흑두루미 모니터링단 조직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시민주권 실현을 위한 참여자치, 생활정치, 권리찾기 소송 등의 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 결과 ▲화상경마장 입점 1‧2차 저지 ▲시민사회 이슈 다루는 ‘순천포럼’ 발족 ▲지역경제 우선 LF아울렛, 코스트코 등 입점 저지 ▲순천 지역 친환경 농사꾼 발굴, ‘순천로컬푸드 거래 장터’ 개설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여순사건 아픔 달랜 노래채록
동사연‧건치 함께한 ‘수불사업’

동사연 30주년 기념행사, 특별포럼에 참가한 (왼쪽부터) 대경건치 정제봉 회원, 동사연 최주원 이사장, 광전건치 동부지회 이충섭 회원 (제공 = 정제봉)

건치 광주‧전남지부 동부지회 이충섭 원장(순천사랑치과)은 지난 1992년 고향인 순천에 개원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동사연에서 묵직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본지는 이 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 동사연의 활동에 대해 들었다.

그가 처음 동사연에서 맡은 활동은 ‘여순사건 역사채록’이었다. 2000년대 중반 ‘여순사건순천시민연대’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동사연 파견 회원으로서 증언채록 사업, 나아가 여순사건 위령탑 제작, 여순사건 관련 유적지 표지판 설치 등을 도맡아 해냈다.

특히 그는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던 서슬퍼런 시기에 지역민들 간의 손가락 총에 산자와 죽은 자가 가려지던 뼈아픈 기억이 서린 여순사건 이후 불러졌던 노래들을 발굴‧채록해 『여순사건, 그 슬픈 영혼을 위한 진혼음반』을 제작하는 등 ‘금기의 지역사’를 깨우는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사실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당시의 슬픈 상황, 기억에 대해 문화적‧감성적으로 접근해 화해를 시도하고자 당시 불러졌던 노래들을 수집하고 음반으로 만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건치 동료들의 든든한 후원이 뒷받침 됐다고. 그는 “이 음반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노래 채록부터 악보 만들고, 편곡하고, 가수 섭외해 녹음하고 CD로 만들기까지 최철용 원장과 윤용식 원장이 관심을 갖고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준 덕분에 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진혼음반을 3천장 찍어냈는데, 두 분 원장님이 가장 많이 구매를 해 줘 매우 든든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원장은 아쉽지만 의미 있었던 사업으로는 건치 동부지회‧동사연‧순천시치과의사회가 공동으로 전남동부지역 수돗물불소화사업(이하 수불사업) 추진을 위해 제작한 간행물 발간을 꼽았다.

그는 “과천에서 故송학선 선생님 주도하에 시민들이 시에 수불사업 추진을 요구해 성공했던 것처럼 1994~1995년 순천에서도 수불사업을 추진했다”며 “동사연이 환경 관련 일을 많이 하고 성공시켜온 단체라 과연 ‘수불사업’에도 동의할까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행히 ‘좋은 일이니 함께 하자’고 뜻을 모아서 세 단체가 연합해 책자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발간된 것이 『시민구강보건-보다 나은 미래를 향하여』, 『시민구강건강을 위한 상수도불소화사업』 등이다. 이 책자엔 WHO의 자료집을 번역한 것, 서울대치과대학 예방치과교실에서 나온 자료, 나아가 미국의 사례 등을 실었다. 이는 수불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와의 시비가 불거졌을 때 요긴하게 사용되기도 했고, 지금은 여수로 통합된 당시 여천시 수불사업 시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지역역사‧아픔 껴안고 미래세대 키워내야

이 원장은 이번 30주년을 기점으로 ‘동사연’의 역할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역사회의 뿌리가 되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천혜의 자연을 보존하는 일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조계산, 백운산, 고흥반도, 섬진강, 여수, 순천, 구례, 곡성, 고흥, 광양 등의 지명을 읊으며 “전남 동부권이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인 지역으로 여기엔 여러 가지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을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의미를 찾아왔다”며 “이번 30주년 기념행사로 순천지역 동학농민운동 조직인 ‘영호도회소’의 경로를 따라 역사탐방을 진행하며 지역사를 끊임없이 되뇌이고, 지금은 돌아가신 故진인호 선생님이 전남 동부지역 곳곳의 옛 지명을 연구한 것을 도로명 사업당시 도로명에 반영해 줄 것을 제안하는 등 향토사 연구도 한 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순천 로컬 푸드’ 사업, ‘흑두루미 모니터링단’ 사업 등 역시 그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순천 땅 천리길을 걸으며 면단위의 친환경농사꾼들과 만나, 의기투합해 ‘친환경직거래 장터’를 열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지역에서 생산된 것들이 지역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순천만은 흑두루미 도래지인데, 그 보전활동의 하나로 방학시즌에 초‧중학생을 모니터링단원으로 모집해 지역 아동들에게 순천만 보전의 필요성과 또 역사를 알려주는 일 역시 동사연의 주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30주년을 기점으로 이 지역, 그리고 역사를 끌고 가는 힘은 무엇인지 찾고 미래를 준비하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동사연이 지역의 향토사를 연구하고 자연과 문화유산 보전을 위한 생태조례 제안 등의 사업을 젊은 회원들이 중심이 돼 힘있게 끌고 나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동사연은 지난 30년사와 사람들, 사업을 총망라해 자체 소식지 『지역과 전망』 17호에서 선보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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