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정보의 합법적 유출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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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정보의 합법적 유출을 허(許)하라?
  • 김용진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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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청회 맞서 노동, 인권, 시민사회단체 법안 폐기 요구

 

11월6일 진행된 '건강정보보호 및 관운영에 관한 법률'제정 공청회에 맞서 제 시민사회단체가 반대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고 나섰다.
다음은 이들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건강정보 유출 법안인, 정부의 "건강정보보호 및 관리운영 법안" 을 즉각 폐기하라!
- 11월 6일 정부 공청회에 대한 노동, 인권, 시민사회단체 공동 입장

오늘 보건복지부는 “건강정보보호 및 관리운영에 관한 법률”제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 법안의 제정을 목적으로 운영되었던 건강정보보호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안의 문제점을 회의 때마다 지적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반대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오늘 단지 요식행위일 뿐인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 완전히 무시된 결과 법안 이름에는 ‘건강정보보호’가 명시되어 있으나 법의 실제 내용은 최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건강정보를 합법적으로 유통시키고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힌다.

1.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건강정보를 보호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건강정보보호 및 관리·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10월 24일 입법 예고하였다. 하지만 이번 법안은 국민의 건강 정보를 보호하기는커녕, 여러 기관 및 개인이 합법적으로 개인의 건강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법안이다. 그러므로 이 법안은 폐기되어야 하며,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 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새롭게 입법되어야 한다.

2. 우리는 지금 현재 한국에서 개인의 건강 정보 보호 수준이 매우 열악하며,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하루 빨리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의 의료기관에서 생성되는 개인 건강 정보는 급격히 전산화되어가고 있다. 최근 대형의료기관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컴퓨터를 진료영역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이전에 종이에 적혀져서 따로 보관되었던 개인건강정보들이 전산망을 통하여 관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건강정보의 유출은 과거의 의무기록에 비해 손쉬워지고 대규모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 이를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으며, 단지 개인건강정보를 다루는 기관의 양식에만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 보안이나 건강 정보 집적에 대한 의료기관의 문제의식은 매우 미약하여, 지금 현재도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개인 건강 정보의 양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정보 보호를 위한 법안을 시급히 마련하고, 이러한 법안이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철저한 법 집행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국민 건강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하여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

3.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준비한 법안은 ‘건강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니었다. 그것은 ‘건강 정보의 합법적 유출 및 관리∙운영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안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진료의 편의라는 명목으로 의료기관끼리 건강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본인의 동의가 있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현재 한국에서 의료기관과 환자의 불균등한 권력 관계와 판단에 필요한 정보 양의 차이를 고려할 때, 본인의 동의는 형식화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 교류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면, 개인의 건강 정보는 집적되기 쉽고, 집적된 정보는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많다.
둘째, 본인의 동의하에 외부 기관이 개인 식별이 가능한 건강 정보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본인 동의 여부의 유명무실성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러므로 입법 예고된 법안이 실행될 경우, 보험회사 등이 본인의 서명을 받아 건강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개인의 건강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셋째, 거의 대부분의 건강 정보를 생성하는 의료기관의 책임 의무 설정이 부족하다. 건강 정보는 정보의 특성상 개인이 그 건강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개인이 인지하지 못한 가운데 생성되는 정보도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건강 정보를 생성하는 의료기관의 정보 보호에 대한 의식과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입법 예고된 법안에는 의료기관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책임을 지우는 조항이 없다.
넷째, 건강정보보호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하려고 하는 법인에 과다한 정보 집중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보보호진흥원은 그 존재의 목적상 건강 정보 보호를 위한 정책 수립과 연구 등을 하면 충분한데, 현재 입법 예고안에서는 이 곳에 건강 정보가 집적되도록 하고 있어, 정보 집적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

4. 보건복지부는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었다.
보건복지부는 개인의 건강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 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건강 정보의 상업적 이용과 그것을 매개로 한 건강 정보 산업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이 법안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건강 정보에 대한 표준을 설정하고 건강 정보 이용에 대한 규준을 마련함으로써, 여러 기관과 조직이 합법적인 틀거리 내에서 효율적으로 개인의 건강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이중성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5. 이에 그간 개인 건강 정보 보호의 필요성에 동의해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정보보호자문위원회’에 참여하였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자문위원회를 탈퇴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단체와 더불어 우리 보건의료, 인권, 정보 보호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은 이번 입법 예고안이 폐기되고, 진정한 건강 정보 보호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06. 11. 6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의약센터, 광주인권운동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불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의료연대노동조합, 환자권리를위한환우회연합모임, 강직성척추염협회, 뇌종양환우와함께, 신장암환우회, 한국백혈병환우회, GIST환우회, HIV/AIDS감염인인권증진을위한에이즈예방법대응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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