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긴 터널 속에서 '빛'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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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긴 터널 속에서 '빛'을 만났다"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01.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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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송영숙, 제4회 대구·경북 민주시민상 수상

대구지역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정의로운 인재를 발굴·격려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건강사회를 위한 대구·경북 민주시민상(이하 민주시민상)'에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 전 지도위원과 송영숙 전 부지부장이 선정됐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상임대표 박준철 이하 대경건치)는 지난 16일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2층 상상홀에서 제4회 민주시민상 시상식을 개최해 이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1천만 원의 상금을 전달했다.

(왼쪽부터) 양병운 추천위원장, 송영숙 수상자, 영남대의료원노조 김진경 지부장, 대경건치 최봉주 상임대표, 김윤상 선정위원장

대경건치 홍석준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는 대경건치 최봉주 상임대표와 김명섭·박준철 공동대표, 김효정·박현탁·배지영·송필경·이상재·이지연·장기영·정제봉 등의 회원들을 비롯, 건치 홍수연 공동대표, 대구광역시치과의사회(이하 대구치) 최문철 회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대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구·경북지부 김건우 대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 박성호 대표, 민주시민상 김윤상 선정위원장, 박병춘 선정위원, 양병운 추천위원장,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이하 영남대의료원지부) 김진경 지부장, 제2회 수상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 제3회 수상단체인 대구환경운동연합 계대욱 부장 등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민주시민상 추천위원회 양병운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해온 여러 단체와 개인들 중 활동의 결과와 우리에게 주는 사회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평가해 5개 단체를 추천했다"며 "지난 14년간 노동자의 권익만이 아니라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투쟁해온 이 분들의 노력은 우리 사회의 보배이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오랜 시간 희생해온 이 분들의 노고와 투쟁에 조금이나마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그동안의 경과와 추천 이유를 밝혔다.

민주시민상 선정위원회 김윤상 위원장은 "제4회 민주시민상 수상자로 지난 2006년 영남대의료원의 노조파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지난해 7월 1일부터 오늘까지 200일 동안 영남대의료원 응급의료센터 74m 옥상에서 저항해온 영남대의료원지부 박문진 전 지도위원과 송영주 전 부지부장을 선정했다"면서 "영남대의료원지부는 지난 14년 동안 사측과 창조컨설팅에 의한 노조 파괴에 투쟁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950여 명의 노조원이 70명으로 축소되는 탄압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윤상 선정위원장

이어 그는 "노조는 단순한 노동조건 향상만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 민주화 나아가 우리 사회 민주화의 중요한 역할을 지금까지 담당해 왔고, 현재 한국 사회 최대의 현안인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주요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며 "노조 탄압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해고자 복직은 지역사회의 중요한 현안의 하나인 학교법인 영남학원에 대한 적폐 청산과 사학재단 정상화, 그리고 대구경북 지역 민주화의 마중물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영남대의료원 노조에 대한 기획탄압은 지난 2006년 박근혜 구재단의 18년만의 영남학원 복귀와 더불어 시작됐으며, 창조컨설팅과의 계약을 통해 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후 조합원 탈퇴 강요 등 불법적인 노조 파괴 공작을 벌여왔음이 지난 2011년 국회의 유성기업 국정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맞서 영남대의료원지부는 지난 14년 동안 로비농성과 집회, 삭발, 쇠사슬 농성, 천막농성, 단식농성, 박근혜 집앞 삼천배 투쟁(57일간 총 171,000배), 새누리당사 및 국회‧서울역 앞 피케팅,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의 선거유세장을 쫒아다니는 그림자투쟁, 경주 교동 최씨고택에서 영남대의료원까지 80km 도보 행진, 150일 집중투쟁, 오체투지 등 영남대의료원 측에 의해 파괴된 노조를 바로세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쟁들을 벌여왔다.

"고공농성은 절박한 심정으로 끝장 투쟁 들어간 것"

"건강하고 차별없는 세상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송영숙 수상자

이날 제4회 민주시민상 수상자로 시상식장에 선 송영주 전 지부장은 "지난해 7월 1일 박문진 전 지도위원과 74m 옥상에 올라간 것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투쟁이 없어 이번에야말로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끝장 투쟁에 들어간 것"이라며 "뜻밖에 큰 상을 받게 돼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러웠지만, 지난 14년 동안 노조 기획 탄압에 맞서 굴하지 않고 온갖 투쟁을 지속해온 영남대의료원지부를 지지하고 격려해주시는 상으로 알고 감사히 받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이 8일째 동조단식에 동참하고 있으며 영남대의료원지부 김진경 지부장 등이 4일차, 오늘부터 민중당 대구시당 황순규 위원장과 정의당 대구시당 장태수 위원장이 1일차, 그리고 많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릴레이 동조단식에 나서고 있다"면서 "오늘 이 상이 그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많은 격려와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남대의료원 옥상 고공농성 때문에 이날 시상식에 참여치 못한 박문진 전 지도위원은 시상식장에서 연결한 전화 통화를 통해 수상 소감을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영남대의료원 옥상 고공농성으로 참석치 못한 박문진 수상자는 전화 연결을 통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왼쪽부터) 송영숙 수상자, 영남대의료원지부 김진경 지부장, 대경건치 홍석준 사무국장

박 전 위원은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딱 200일째 되는 날인 오늘 민주시민상을 받게 됐다"면서 "외롭고 어두운 긴 터널 속에서 큰 빛줄기를 만난 기분이며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노동자인 저희에게 큰 상을 주신 것이 굉장히 의외였고 반가웠다. 상을 주신 의미만큼 좀 더 건강하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정말 기쁜 상을 주신 오늘처럼 저희 투쟁을 끝까지 지켜봐주시고, 함께 승리의 축배를 드는 그 날까지 모두 같이 동행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늘 하루라도 모든 분들과 함께 웃었으면"

"두 분의 메아리가 지역 사회에 큰 반향이 돼"

건치 홍수연 공동대표

영남대의료원지부 박문진 전 지도위원과 송영주 전 부지부장의 제4회 민주시민상 수상을 축하하는 각계의 응원 메시지도 이어졌다.

건치 홍수연 공동대표는 축사에 나서 "대경건치 회원들이 마음을 모아서 만든 이 행사에 오면 참 좋은 기운을 받게 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올해는 영남대의료원 동지들이 상을 받게 돼 더 기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투쟁은 길고 숨막히는 연속이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지역에서 연대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잠시 웃었으면 좋겠다"며 "대경건치가 애쓴 이 자리에서 지난 1‧2‧3회 수상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서로 힘을 한 번 모아보자"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대구치 최문철 회장도 축사를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외롭게 세상을 향해 외쳐오신 두 분의 메아리가 지역내 큰 반향이 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면서 "노조활동의 결과로 해직 처분을 받은 한 개인의 14년 동안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는 해직이라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구치 최문철 회장

더불어 그는 "대구는 그동안 보수의 도시, 고담시라고 지칭될 정도로 정치적으로 한쪽으로 편향된 도시로 여겨져 왔으며, 수십 년 동안 여러가지 경제지표에서 전국 꼴지를 할 만큼 사회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온 것이 정치가 한쪽 색깔만으로 이루어져 비판과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며 "이제 대구의 정치도 '컬러풀 대구'의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상호 견제와 비판 속에서 성장 발전해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경건치 최봉주 상임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란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시상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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