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강진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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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강진 다산초당
  • 박종순
  • 승인 200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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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의 거처


▲ 다산이 유배시절에 머물며 제자들을 가르치던 초당이다
은자의 거처

여러 번 다산초당을 찾게 되었지만 매번 그 찾는 의미는 새롭고 달랐다.
이번에는 다산의 글 제황상유인첩(題黃裳幽人帖)을 읽고 은자의 거처로서의 다산초당을 찾아가 본다. 제황상유인첩은 황상이라는 사람이 묻는 주역에 나오는 유인, 즉 은자의 삶에 대한 답을 적은 글로 다산 스스로에게는 실제로 이룩했던 삶이며 그런 삶을 바라는 측면으로 보기에는 이상적인 경지를 그린 글이다.

그 글을 읽고 만나는 다산초당은 곳곳이 살아 움직이는 듯 다산을 만나고 느낄 수 있다. 초당 주위에는 다산사경(茶山四景)으로 일컬어지는 정석(丁石),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 약천(藥泉), 다조(茶竈)가 남아있다. 약천에서 물을 떠서 바위위에 올리고 불을 피워 차를 끓이는 것을 하나의 낙으로 삼았다 한다. 강진만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동쪽 산마루에는 천일각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독서와 저술 중에 틈틈이 올라 바람을 쐬기도 하고 멀리 흑산도에 귀양 가 있던 형 정약전을 그리워하기도 하던 터에 새로이 지은 것이라 한다.

천일각 옆을 지나 만덕산을 넘어 백련사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아마도 이 다산초당의 백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길을 통해 혜장선사와 교류하게 되었는데 제황상유인첩에 의한 표현으로는 시를 좋아하고 술도 거리낌 없이 마시는 등 계율에 얽매이지 않는데 그와 더불어 오가며 세상사를 잊으니, 이것도 즐거운 일일 것이라 하였다.

▲ 연지석가산
또한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그 글에 남아 있는 모습을 초당 마루에 앉아 마음으로 그려본다. 석류, 치자, 백목련 같은 갖가지 화분이며 근처 손수 가꾸었던 아욱, 배추, 파, 마늘을 심은 채마밭이며 그 채마밭을 둘러싸고 있을 수천그루의 장미, 방안 책꽂이를 가득 채웠을 고서, 산경, 지리지, 의약, 초목과 새와 물고기의 계보에 관한 책과 같은 다양한 방면의 책들이며 논어가 놓인 책상, 도연명, 두보, 한유, 소식, 육유의 시가 놓인 화리목 탁자, 그리고 옥유향이 피어오르는 오동으로 만든 향로, 뜰 한 켠에 있는 연못에서는 연꽃과 붕어가 있으며 대나무 홈통으로 산골짜기 물이 흘러 들어오고 연못에서 흘러넘치는 물은 담장 구멍을 통해 채마밭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들 모두 다산이 살아 있을 적 다산초당의 모습들 이었으리라.

항상 떠나는 꿈을 꾸며 산다. 언젠가는 떠난다며 떠나게 되었을 땐 어떤 모습일까를 많이 그려보며 살게 된다. 그런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제황상유인첩의 은자의 거처와 다산초당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모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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