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해체 "의약품 안전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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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해체 "의약품 안전은 어디로?"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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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 2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의…통과되면 복지부로 격하·흡수

 

지난 1998년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문창진 이하 식약청)이 9살의 나이를 끝으로 운명을 다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 22일 "식약청을 폐지하고 식품안전처를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안 예고한 바 있으며, 오는 27일 국회 상임위에서 이를 본격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될 경우 식약청은 해체되고, 국무총리 산하에 '식품안전처'가 신설되며, 의약품 부문은 안전본부로 격하돼 다시 보건복지부 내 조직으로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이렇듯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2004년 6월 '쓰레기 만두 사건'을 시작으로 기생충알 김치사건, 학교급식 식중독사건 등 최근 터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식품 안전 관리' 등을 더욱 철저히 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약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약대 이승기 학장은 "식품 안전과 관련한 문제는 식품학자들만 모여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약학자, 의학자, 미생물학자 등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식품만 따로 떼어내 '식품안전처'를 만들어도 여러 전문가를 모아야 하는 만큼 제2의 식약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또한 이 학장은 "10년 가까이의 발전과정을 거쳐 이제 막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고 있는 식약청을 이제와 해체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관리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FDA처럼 식품·의약품을 통합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식약청 해체에 따른 의약품 안전관리 업무가 복지부 내로 격하·흡수되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식품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에는 이견이 없지만, 자칫 이번 개정안이 의약품의 안전성을 현재보다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의약품 안전업무가 식약청에 집중된 현재도 작년 8월 PPA(뇌졸증 유발) 감기약 파문 등 매우 부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임상실험 심사위원 교육·업무 표준화 미비 ▲갈수록 증가하는 신약 안전성 재심사업무에도 인력 부족 ▲허술한 의약품 관리 체계 등을 예로 들며, "현재의 상황에서 식약청을 폐기하고 의약품 분야를 보건복지부 내로 편입하려는 것은 의약품 분야의 안전 관리를 포기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연합은 "의약품 안전제도에 관한 로드맵 제시와 충분한 공론의 과정 없이 식품안전처 설립을 핑계로 의약품 분야를 복지부로 흡수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면서 "의약품도 식품의 지위에 걸맞게 최소한 현재의 청 체제를 유지하면서 의약품 안전관리를 위한 인력과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개정안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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