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후의 희망… 영화 『버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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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후의 희망… 영화 『버드박스』
  • 박준영
  • 승인 2020.03.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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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사에 말을 걸다- 열 일곱 번째 이야기

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1회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특강은 줄줄이 순연되거나 취소됐고, 회의가 연기됐으며, 소소한 개인 약속들도 나중으로 미뤄졌다. 영화관과 대형 서점도 굳이 이런 시기에 가야 하나 하는 생각에 주저하다 보니 결국 일터 나가는 일조차 주저하게 됐다.

이런 난리가 예전에도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에서나마 좀 밝은 영화를 보려고 했으나 자꾸 인류 종말을 다룬 영화로만 눈이 가게 된다.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 신나는 음악은 오히려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는 심리학자의 말이 생각났다.

이참에 아예 바닥으로 깊숙이 침잠하고 나면, 그후에 비로소 수면 위로 나오기가 차라리 쉬울 것 같다. 사실 지구 재난 영화는 많다. 최근에만 해도 헐리웃 영화 『컨테이젼』이 있었고 한국영화는 『연가시』와 『감기』가 떠오른다. 마치 이런 상황을 정확히 예견한 듯한 스토리와 배경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걸쳐 엄선한(?) 영화는 인류 종말을 다룬 『버드박스』다.

넷플릭스 화제작 『버드박스』는 정체불명의 악령(‘그’)이 온 지구를 덮쳐 ‘그’를 본 사람들은 100% 자살을 하고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을 다룬 영화다. 악령을 피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가려 ‘그’를 보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벌써 지구 인구의 반은 죽어 나가고 있다.

이런 극한상황에서 여러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앞을 보지 못하게 헝겊으로 눈을 가린 말로리(산드라 블록)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한 공간으로 피신시키는 여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령’과의 사투를 벌이며 공포와 긴장감을 자아낸다.

(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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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넷플릭스 영화 중 최단기간에 시청계정 4,500만 명을 기록했다고 하니 흥행도 성공했다. '보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넷플릭스의 성공 방정식도 흥미롭다.

한때 영화 속 상황처럼 눈을 가리고 일상을 보내는 ‘버드박스 챌린지’가 시청자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다. 그 당시 이로 인해 심각한 사고가 빈번하자 넷플릭스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유행 때문에 당신이 병원에서 지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떠오르는 생각은 ‘인류의 수명은 대체 언제까지일까’라는 의문이었다.

단 한 번의 치명적 변종 바이러스로 지구의 유산이 잿더미로 변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인류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게 만든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 더욱 그런 마음속 의구심이 깊어진다. 만약 단 하나의 변종 바이러스가 치사율 100%라면?

상상하기도 싫치만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린 최악의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영화의 여주인공 말로리의 초인적 의지와 포기없는 희망을 마음에 새겨본다.

(출처= 네이버영화)
(출처= 네이버영화)

'모든 바이러스는 무절제함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이렇게 충고한다. “무절제한 삶을 계속 살게 되면 이번 세기 안에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습니다. 아주 불편한 진실을 알고 조금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지구의 최종 포식자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보다 훨씬 겸허해지지 않는다면 자연의 응징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내리칠 것이다. 전 지구적인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하지 않는다면 영화는 현실이 될 수 있다.

마음이 갑갑한 탓인지 요즘들어 따뜻한 봄이 더욱 그리워진다. 조금만 참으면 되려나?

(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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