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노무현 정권은 의료를 장사판으로
몰고 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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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노무현 정권은 의료를 장사판으로
몰고 가지 마라!
  • 김의동
  • 승인 2006.1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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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 즉각 철회하라!

 

12월 14일 정부에서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이란 걸 발표했다. 그 중 “의료서비스의 다양화 첨단화를 위한 제도개선”은 지금까지 추진된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의 종합판이라 부를 만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찍었던 수많은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다양한 이유와 근거들이 있었겠지만 아마도 가장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는 부자보다는 서민을 위한 정치, 노무현 정권이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줄여가는 방향으로 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아니었을까? 본인도 비록 2002년에 노무현을 찍지는 않았지만,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노무현을 찍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래서 충분히 이해하고 노무현을 찍지 않은 본인 역시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의료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이제 더 이상 양극화 해소를 운운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분야에서도 양극화 해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 있었는가에 대한 부분도 의문스럽지만, 국민의 복지 부분 중에 가장 커다란 분야의 하나인 의료부분에 있어서는 단언컨대 정부가 양극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발표된 소위 종합대책이란 걸 보면, 먼저 중앙 일간지에서조차 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의 직전단계라고 표현하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 : 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가 의료기관의 수익사업이라는 형태로 허용(5항)되면, 이 MSO를 통해 병원의 체인화가 가능해지고, 이는 실질적인 영리병원 체인이 되게 된다. 더구나 이러한 MSO를 지원하기 위해 채권발행도 가능(3항)하게 하고, 장비와 인력의 공동 활용도 가능(1항)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리병원 허용의 직전단계가 아니라, 주식회사 형태만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영리병원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셈인 것이다. 지금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네트워크 형태의 병원 체인들이 병원경영지원회사로 간판만 바꾸면 합법적으로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수익사업을 벌여 나갈 수 있고, 더 나아가 비영리 의료기관의 인수 합병까지 허용(2항)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보험회사의 병원지배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사에 환자 유인과 알선 행위를 허용(8항)하는 것은 특정병원에 대한 소개와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을 합법화함으로써 보험사 입장에서는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이 가능해지고 알선행위를 통한 병원지배가 가능해진다. 위에서 본 것처럼 MSO를 통한 영리병원 체인이 가능해지면, 이러한 영리병원 체인과의 계약을 통해 보험사는 실질적으로 병원 체인을 지배할 수 있고, 미국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특정보험사와 영리병원의 복합체도 출현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 진료비 심사제도를 강화하여 보험사의 위험부담을 완화하고 보험사의 상품개발을 위해 국민의 소중한 개인신상정보인 건강보험공단의 기초통계를 제공(9항)하고, 2007년중 실손형 보험 상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실무협의회를 구성해서 보험사를 지원(9항)하겠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도대체 이것이 정부의 문건인지 보험업계에서 만든 문건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세 번째로 건강보험에서 신의료기술의 불인정절차를 삭제(6항)하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의 무분별한 도입을 가속화할 것이며, 신약검증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신속 심사(fast-track)제도를 모든 신약으로 확대(9항)하겠다는 것은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들의 시장 진입장벽을 완화하여 거대 제약자본에게 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으며 신약에 대한 부실허가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영리병원의 실질적인 허용과 민간보험사의 병원지배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지금도 높은 병원 문턱과 날로 증가하는 의료비에 신음하는 국민들의 고통은 무시하고 이미 10조원을 넘어서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민간보험과 일부 대형병원체인의 돈벌이를 위해 의료체계를 부자의 의료와 가난한자의 의료로 두 동강내고 건강보험을 근간에서부터 붕괴시켜버리겠다는 것이다. 의료를 오직 돈벌이로만 바라보려는 정부의 시각은 의료산업화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정권 초기에서부터 일관되게 밀어붙여 온 것으로, 지금도 정부는 의료에 산업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어떻게든 팽창시키고 확대시켜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삼겠다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다. 이 얼마나 섬뜩하고 무지한 발상인가? 국민의 건강을 상대로 의료 장사를 크게 확대하고 팽창시켜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이 폭등한 국민의 의료비를 국가 발전의 중심 동력으로 삼자는 이야기가 아닌가? 민간보험의 발전이 공적보험(건강보험)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보험의 기반을 붕괴시키고 결국 의료체계를 양분화시켜 고비용 저효율의 의료정책실패로 귀결지어지는 것은 미국과 남미의 예에서도 이미 극명하게 드러났다. 미국의 의료산업은 보험업과 더불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팽창되어 있고, 고용부분에서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어느나라보다 높다. 그러나 전세계 의료비의 절반가까이를 소모하는 미국의 의료산업은 미국의 성장 동력이 아니라 폭등한 의료비가 국민의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엄청난 보험료가 기업의 고용의 장애물이 되어 미국 경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있으며 동시에 미국민의 건강 수준은 후진국 수준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보험업계의 정책이 아닌가 싶을 만큼 비대해지고 횡포를 일삼는 보험업계에 대한 지원과 특혜만 남발한 이번 대책안은 노골적으로 의료체계와 건강보험체계를 양분하고 의료의 양극화만이 의료산업발전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변하는 듯하다. 이제 더 이상 정부는 양극화 해소 따위의 기만적인 구호는 거론하지도 말 것이며, 의료를 노골적인 장사판으로 몰고 가려는 이번 의료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가 정부가 걱정하는 것처럼 경쟁력이 부족할까? 그리고 의료계의 경쟁이 부족해서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아직도 높은 것일까? 치과의 경우,늘어선 건물마다 치과가 있는 것은 더 이상 이야깃거리도 되지 못하며 심지어 한 건물에 두개 이상의 치과가 들어서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환자들의 치과에 대한 불만은 아직도 많지만, 치과가 부족해서 치과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환자는 사실, 많지 않다. 후배나 동료중에도 경영상의 문제로 개원을 접는 경우도 이제는 드물지 않게 접하는 현실에서 지금의 의료서비스의 문제가 결코 의료계의 경쟁이 부족해서이거나 의료계의 규제가 많아서이거나 영리법인을 통해 영리추구를 노골적으로 하지 못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치과의 경쟁력은 세계 어느나라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이든 제주특별자치도든 외국병원에 갖은 특혜를 주어도 쉽게 들어오려는 외국병원이 거의 없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의료서비스의 문제는 의료서비스의 경쟁력이 부족해서나 대규모의 외부자본이 참여해서 영리추구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과잉수준에 이른 인력을 공공부문의 영역을 확대 개발해서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려 하지 않고 끝내 민간에게만 맡겨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건강보험의 보장폭을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하여 확대하고 전체 의료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기보다 부족한 보장성을 민간보험으로만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감히 경고하건대 정부는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제도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데 대해 고민과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의동(논설위원, 서울 청구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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