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응급환자들 위한 매뉴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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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응급환자들 위한 매뉴얼은 없었다"
  • 이인문·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5.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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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긴급토론회]① "지역사회 공공의료 컨트롤 타워 통해 환자 의뢰 체계 등 확립해야"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 본지 후원으로 지난 21일 오후 3시부터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의료현장 증언을 통한 교훈: COVID-19 치명률을 줄이기 위한 국내 의료대응 체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로 오인된 경산시 17세 소년 사망 경위(고 정유엽 학생 부모님)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 간호노동의 절박함(행동하는 간호사회 김수련 간호사) 등의 제1부 증언과 ▲코로나19 유행시기 의료공백 문제와 의료접근권(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코로나19 일선 간호노동자의 현실과 보호‧지원방안(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 ▲의료붕괴 막기 위한 우선순위 과제와 공공의료 강화 방안(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 등 의료대응 능력 구축을 위한 대안 발표가 진행된 제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에 본지는 이날 진행된 토론회 내용을 2차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좌) 고 정유엽 학생 어머니 (우) 고 정유엽 학생 아버지
(좌) 고 정유엽 학생 어머니 (우) 고 정유엽 학생 아버지

건강과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 제1부에서 고 정유엽 학생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대응 매뉴얼들이 많이 만들어졌지만 일반응급환자들에 대한 대응 매뉴얼은 없었다"면서 정부에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병원에서 조치했던 모든 의료행위와 과정상의 문제점에 대한 진상조사, 그리고 ‘정유엽법’제정을 통한 재발방지와 행정·제도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고 정유엽 학생의 죽음이 "코로나 19중심의 국가의료체계로 인해 일반 환자가 치료를 제때에 받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정유엽 학생의 치료 경과 과정을 자세히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3월 12일 오후 7시 30분 경 고 정유엽 학생이 감기 증상으로 고열이 지속돼 안심병원인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당시 경산시에 코로나 확진자가 513명이나 발생하고 있던 상황임에도 선별진료소가 오후 6시에 문을 닫아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하고 항생제, 해열제 처방만 받고 귀가했다"며 "경산중앙병원은 당일 5분 거리에 있는 세명병원에서 오후 10시까지 선별진료소 운영을 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다음날인 3월 13일 오전 다시 경산중앙병원을 방문해 폐X선 촬영과 독감검사,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으나 코로나 의심환자로 입원이 거부돼 다시 귀가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오후에 상태가 계속 악화돼 중앙병원에 연락하니 그제야 소견서를 써주겠다고 해 다시 중앙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장으로부터 갑자기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오전에 바로 큰 병원으로 의뢰하지 않은 경산중앙병원의 조치를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당시 경산중앙병원은 대구영남대병원을 추천했지만 구급차 이용을 거부해 암환자인 아버지가 직접 운전해 영남대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영남대병원에서는 가족들이 암환자인 아버지와 고모가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보면 코로나 감염은 아닌 것 같다고 언급을 했음에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판정 결과가 2차례나 나온 상태에서도 보호자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계속해 실시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들은 "영남대병원에서는 3월 13일 오후 6시 13분 도착 후부터 지속적으로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면서 심폐소생술이나 신장투석 등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3월 16일 담당전문의가 그제야 왜 신장투석 및 다른 처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며 지난 3월 12일 고 정유엽 학생이 처음 경산중앙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을 때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경산중앙병원이나 대구영남대병원 측에서 좀 더 발 빠른 조치를 취했더라면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17세 소년이었던 정유엽 학생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 정유엽 학생처럼 코로나19 의심환자 의뢰체계 등 매뉴얼 갖춰야"

"지역사회 공공병원 전체를 코로나19 병원으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이와 관련 제2부에서 '코로나19 유행시기 의료공백 문제와 의료접근권'을 주제로 발표를 한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은 "고 정유엽 학생의 병명은 원인모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비정형성 폐렴으로 대부분의 의사들이 알고 있어 코로나 감염사태가 급격히 확산된 시기가 아니었다면 적절한 대처가 이뤄졌을 것"이라면서 ▲당시 지역사회 선별진료소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았고 ▲국민안심병원인 경산중앙병원은 코로나 의심 환자를 병원내에서 진료할 수 없었기에 환자를 귀가시키는 등 코로나19 환자로 의심되는 폐렴환자에 대한 환자 의뢰체계와 작동하지 않으면서 진료공백 상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이러한 진료공백 상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대유행시기 선별진료소를 24시간 운영하고 ▲국민안심병원을 포함한 지역사회 의료기관 내에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호흡기 증상, 발열 환자 단기 치료를 위한 공간과 시설(음압병상)을 확보해 코로나 의심 환자를 무작정 돌려보내는 상황을 방지한 상태에서 이들 환자들에 대한 지역사회 진료의뢰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 연구위원은 "고 정유엽 학생의 경우 3월 13일 경산중앙병원에서 X레이 검사를 통해 폐렴이 확인돼 빨리 다른 병원으로 보냈어야 함에도 그냥 귀가조치만 취한 것은 당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 의심 환자 및 일반환자들에 대한 지역사회 의뢰 체계 등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역 공공병원의 확충뿐아니라 이들 병원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체계(컨트롤 타워)도 함께 수립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감염병 사태 발생 시 지역사회 공공병원 전체를 코로나19병원으로 운영하는 것도 환자 본의의 의사와 관계 없이 이루어지는 퇴원 및 지역사회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던 필수 의료서비스 부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도에 따라 빠른 환자 분류를 시행하고 ▲의료기관 병상은 초기 환자나 상대적으로 중증인 환자 중심으로 입원케 하며 ▲경증 환자는 빠르게 생활치료센터로 이동시키고 ▲지역사회 의료자원 분포를 고려해 필수의료서비스 공급이 저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공공병원을 코로나19 환자 병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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