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엽법 제정해서라도…의료공백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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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엽법 제정해서라도…의료공백 막아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6.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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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유엽사망대책위 출범…의료공백으로 인한 죽음‧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 촉구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 학생 사망 진상조사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이 지난 16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제공=정유엽사망대책위)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 학생 사망 진상조사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이 지난 16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제공=정유엽사망대책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의심받아 제 때 치료받지 못해 지난 3월 만 17세의 나이로 사망한 故정유엽 군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코로나19의료공백으로인한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이하 정유엽사망대책위)가 출범했다.

정유엽사망대책위는 지난 16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故정유엽 군이 의료공백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 경과와 더불어 정유엽사망대책위 발족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故정유엽 군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경과를 짚으며 각 과정 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내용으로는 ▲故정유엽 군이 선별진료소 운영시간이 아니란 이유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한 것처럼 제때 검사 받지 못해 사망하는 다수의 환자가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 ▲故정유엽 군은 코로나19로 의심돼 정상적인 초기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이는 다른 환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병원 및 의료진, 질병관리본부 누구도 故정유엽 군 부모에게 정확한 진료 내용이나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 의혹을 방치했다는 것 등이다.

이에 정유엽사망대책위는 "앞의 두 가지 문제점은 코로나19 중심의 국가의료체계로 인해 일반 환자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의료공백 또는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故정유엽 군이 사망했고, 그 부모가 의혹 혹에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은 인간 존엄의 상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들은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 존엄은 인간이 인격 주체로 존귀한 가치를 지니므로, 행복을 추구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인데, 정 군의 부모는 이를 상실한 상태"라며 "우리 사회가 나서 문제 원인을 찾고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누구나 의료공백으로 희생되고, 인간 존엄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책위 발족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에 ▲故정유엽 군 사망 진상 조사단을 구성하고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공백으로 인한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유업법' 제정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정유엽사망대책위는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지침과 대응과정의 문제점은 없는지, 감염병 상황에서 일반환자나 중증환자에 대한 의료공백 문제는 없는지 찾아야한다"며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경산중앙병원과 영남대병원의 의료행위는 적정했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를 가감 없이 밝혀 故정유엽 군 부모의 의혹을 풀어주고 상처도 보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초과사망, 의료 상업화의 결과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공백으로 발생한 '초과 사망'에 대해 짚고, 이에 대한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 인권위원장에 따르면,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자 수를 보면 코로나19가 유행한 1분기 대구·경북지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0여 명의 사망자가 더 나온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같은 기간 타 지역의 초과사망률 6%보다 높은 10%였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우리나라 전체 277명, 그 중 대구·경북지역에서만 24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규진 인권위원장은 “지난해와 같은 평온한 시기였으면 죽지 않았을 1천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음을 맞은 것이고, 대구경북에서만 약 700여 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것”이라며 “대한역학회 김동현 회장, 대한응급의학회 허탁 이사장 등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러한 ‘초과 사망’의 원인을 의료공백을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 위원장은 이러한 의료공백으로 인한 ‘초과사망’은 정치적으로 의료상업화를 부추긴 결과로 일어난 ‘인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경북지역의 병상수는 인구대비 서울보다, 전국 평균보다 높지만 대다수 ‘민간’의료기관으로 채워져 있고, 병원 간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응급환자 사망률이 유독 높은 것으로 전부터 지적받아 왔다”면서 “그럼에도 메디시티다 뭐다 하며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상업적 의료를 부추기는 중에 코로나19를 맞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닌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사과하지 않고, 대책도 내놓지 않는건지 모르겠다”면서 “故정유엽 군 사망에 관심을 갖고 그의 사망 이유를 밝히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단 한 사람의 억울함을 푸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초과사망자 수’라는 전문용어를 써서 그렇지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군가의 자녀이고 누군가의 부모다”라며 “사실 더 큰 문제는 그 ‘초과사망자 수’에 들어간 사람들 대다수가 故정유엽 군처럼 하루하루 성실히 살았던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로, 건강보험과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에 의존하지 않으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짚으며, 의료공백을 막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고 피력했다.

특히 최 위원장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사망자에 대한 진상조사는 정의의 문제이며, 향후 대한민국의료의 방향성을 좌우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은 K-방역에 취해 원격의료, 바이오산업 같은 상업적 의료를 내세울 때가 아니라 의료공백으로 고통받고 죽어간 사람들을 추적해 향후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며 “이는 정의의 문제이며, 대한민국 의료가 어디로 나아가느냐의 문제일뿐 아니라 당장 코앞에 닥친 코로나19 2차 유행을 막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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