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해 작성한 입장문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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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해 작성한 입장문 입니까?”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6.29 17: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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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치·구강보건학회 성폭력 입장문 관해 내부 비판 목소리
“코로나19 핑계로 학회 집행진 무책임‧무능 가릴 수 없어”
“피해자에 대한 사과‧학회 전반 성평등 문화 점검‧개선해야”
정세환 교수가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정세환 교수가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이하 학회) 내부 성폭력 사건 처리과정의 문제를 짚고, 반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회 이사이기도 한 강릉원주대학교 예방치학교실 정세환 교수는 지난 26일 학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입장문이 아니라 사과문이어야 합니다』 제하의 글을 올리고, 지난 24일 최충호 전 회장 명의로 발표된 학회 입장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정 교수는 “(최충호) 학회장 명의의 입장문을 읽고 참을 수 없는 참담함과 슬픔을 느끼며 이 글을 쓴다”며 운을 떼고 피해자에게 학회 집행진이 진솔한 사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회 주관 공식행사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면 학회 집행진의 공식적 사과가 우선”이라며 “단순히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징계요청을 처리하기로 했다는 것만으로 해당 사건에 대한 집행진의 관리책임은 분명하고, 개인적 잘잘못과는 별개로 집행진의 책임만큼은 결코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입장문 제목에서부터 첫 번째 유감 표명 내용까지 사건에 대한 집행진의 진솔한 사과가 아닌, 특정 치과계 신문에 보도돼 어쩔 수 없이 이끌려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읽힌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학회 집행진의 책임을 통감하는 진솔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학회 윤리위원회 개최 지연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학회 집행진의 무책임과 무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초 징계 요청이 작년 11월, 소위원회 조사가 올 1월 마무리됐고 상임이사회, 확대 이사회를 거쳐 지난 2월 윤리위원회에서 처리하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순연됐다고 하는데, 대구 신천지 발 환자가 폭증한 2월 18일~19일 직전엔 신규 확진자가 거의 0명에 가까운 수준이었다”면서 “2월 말 이후 상황에 코로나19 영향이 있었으나, 3월부터는 온라인 회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가 운영된 점에 비춰봐도, 6월말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해 차기 집행진에 과제를 넘긴 것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 교수는 학회 입장문에 피해 당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2018년 한국 사회에서 미투운동이 본격화된 이후, 사회 다양한 변화 중 하나는 신속한 사건처리로 당사자의 고통을 최소화 하는 것”이라며 “특정 사업체 또는기관이라면 1개월 내 처리를 권고할 정도인데, 학회라는 조직의 한계라고 하지만 8개월 동안 (고통)받았을 당사자에 대한 위로 한마디조차 없다는 사실이 저를 가장 힘들게 한다”고 성토하면서 피해 당사자에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그는 학회 윤리 규정과 교육 강화 이전에 기존 학회 문화에 대한 반성, 다수의 남성 치과의사와 다수의 여성 치과위생사 출신 대학원생으로 이뤄진 학회 구성을 고려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회 전반의 성평등 문화를 점검‧개선해야 한다고 차기 집행부에 촉구했다.

정 교수는 “이번 사건을 당사자 간의 문제로만 돌리고, 문제 발생 이후의 규정과 교육 강화로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학회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폭넓게 함께하는, 하지만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라는 위계적 관계 더구나 남성 치과의사(교수)-여성 치과위생사(대학원생)으로 이뤄진 형태 등 타 학회에서 경험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학회 관련 문화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확인된 문제가 있으면 솔직한 반성과 개선을 약속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회는 지난 24일 최충호 전 회장 명의로 『최근 치과계 신문에 보도된 2019년도 종합학술대회 뒤풀이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대한예방치과‧구강보건학회 입장문』을 발표하고 해당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해 ‘회원에게’ 사과했다.

참고로 학회 최충호 집행부는 지난 27일 정기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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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2020-06-29 21:17:08
학회입장문이 학회 전체의견이 아니라 다행이다. 학연, 지연으로 얽혀 다른 목소리 내는게 쉽지 않을텐데 용기내주어 다행이다. 아직 희망이 있는 세상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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