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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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은 누구인가?
  • 송필경
  • 승인 2020.08.1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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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태일인가?』- 열 한 번째, 마지막 이야기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올해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50주기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열사가 살던 옛집이 남아 있는 대구에서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경지부 등 대구시민사회단체들이 오는 11월 13일 열사의 분신 50주기를 맞아 대구전태일기념관 개관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본지에서는 한국 노동운동의 첫 출발점이자 우리 현대사에 가장 큰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 중의 한 분인 전태일 열사의 분신 50주기를 맞아 그의 삶이 우리 역사에 남긴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대경건치 회원으로 오래 전부터 열사의 삶의 족적을 쫓아온 송필경 논설위원의 『왜 전태일인가?』를 연재한다. 송필경 논설위원의 『왜 전태일인가?』는 오는 8월까지 1달에 2-3회 연재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백 살을 살아도
깃털보다 가벼운 삶이 있고,
스무 살을 살아도
태산보다 무거운 삶이 있다.

전태일!
고통이 울부짖는 어두운 숲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 숲에는 밝은 태양 빛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정은 가난의 어둠에, 사회는 착취의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전태일!
그가 성장했을 때 마치
거센 풍랑에 부서진 배에서 목숨을 구해
가까스로 정글의 해변에 이른 존재 같았다.

이 착취의 정글에는 돈벌레들이 마치
썩은 시체에 굶주린 하이에나 같이 득실거렸다.
먹어도 만족을 모르는 이 짐승처럼
돈벌레들은 돈을 아무리 먹어도 탐욕을 멈출 줄 몰랐다.

전태일은 돈 악취 나는 정글에서
괴로운 숨을 헐떡이며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갖은 힘을 다해 겨우 겨우 한발씩 딛고 나갔다.

전태일이 학교에서 배운 교육 기간이라곤
초등학교 2년, 중학교 1년 정도였을 뿐이었다.
이런 학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밑바닥 노동자라는 영원한 형벌을 의미했다.

그런 끝없는 고통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수정보다 맑은 눈과 천사 같은 마음을 간직했다.
혼자서 안락을 찾아가기에는 너무도 감수성이 예민하여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진실인 고난과 직면했다.

자신이 마주대해야 할 부당한 고통들에 대한 분노보다,
자신의 안락을 얻기보다,
저 어린 여성 노동자의 고통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 22살의 싱싱한 몸을 불살라 불꽃이 되었다.

한없는 연민이, 그 연민이 양심의 가책이었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벗어날 수 없는 고뇌가 되어
숭고한 유언을 남기고
몸을 태워 영원의 불길을 남겼으니…

5년간 노동자 생활에서 직관으로 깨달은 무서운 통찰을
벼락처럼 이 땅에 내리치고 섬광처럼 떠났다.
이 어찌 경이롭지 않으냐, 이 어찌 불가사의하지 않으냐.
그러기에 끊임없이 해석하고 해석해야 할 존재다.

문학평론가들은 셰익스피어 작품 속 위대한 인물들은
희곡 밖으로 걸어 나와 우리 의식 안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셰익스피어가 글로써 5백 년 전 창조한 인물들은 허구의 존재지만,
그들은 현대 실존 인물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전태일의 아름다운 삶과 맑은 영혼 역시,
우리 의식 안에 활발하게 살아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우리 시대 기적이고 신화다.
단 깨어있는 사람만이 이 기적과 신화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인간의 의지와 행위로는 가장 숭고했던,
우리 시대에 있었던 깜짝 놀랄 전설과 신화를 해석하려 한다.
내 글쓰기 수준으로 나타내기에는 너무나 무모하지만,
내 나름의 관점도 있을 수 있다고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어린 여성 노동자와 함께 영원의 삶을 얻은 22세 전태일,
그 분이 이 땅에 복음의 말씀을 남긴 지
올해 50주년!
아, 한없는 희생으로 그윽한 사랑을 남기신 그 숭고함이여…

전태일이 살던 대구 남산동 생거지(사진제공= 송필경)
전태일이 살던 대구 남산동 생거지(사진제공= 송필경)

전태일 열사가 일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 기억하고 있는 청옥고등공민학교 다닐 때 살던 집이 대구 남산동에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대구에 있는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에서는 이 생거지를 매입하여 전태일 기념관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대구 시민과 국민의 힘으로 매입 자금(4억5천만 원)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후원해 주시면 훌륭한 전태일 기념관을 대구에서 만들어내겠습니다.

<대구 전태일 기념관 조성 시민 모금>
대구은행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 504-10-351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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