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잘못한' 쿠팡… "피해자들에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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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잘못한' 쿠팡… "피해자들에 사과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0.08.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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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 시민사회단체, 지난 18일 기자회견… 재발방지대책 마련 및 부당해고 철회 촉구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를 비롯한 8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8일 잠실 쿠팡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를 비롯한 8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8일 잠실 쿠팡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대표 권영국 이하 지대위)를 비롯한 80여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8일 잠실 쿠팡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피해자들에 대한 쿠팡 김범석 대표의 사과 및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 김소연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대위 권영국 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쿠팡은 방한복과 안전화를 세탁도 없이 돌려쓰게 하고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도 2일간이나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현장노동자들을 방치시켜 15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가족 및 동거인에게도 전파돼 한 근무자의 경우 남편이 지금까지 의식불명 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라며 "회사의 방역 잘못으로 감염자가 집단으로 발생하고 코로나 확진자로 판정된 근무자에게 산재가 승인됐음에도 쿠팡은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자신들과 무관한 일인 것처럼 침묵과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훼손하는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명숙 활동가는 "인권침해실태조사를 하며 만난 노동자들은 불안과 좌절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쿠팡은 안전도 고용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가 2차 확산 조짐을 보이는 이 순간에도 쿠팡 노동자들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말한 방역지침을 따를 수가 없기 때문에 안전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아프면 쉬라고 하지만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대부분이 3개월, 9개월 단기계약이라 아파도 쉴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명 활동가는 "방역을 하려면 소독을 한 후 노동자들을 내보내야 하는데 노동자들은 한번도 쉰 적이 없었고 지난 7월 영업을 재개한 후에는 잠깐 달라진 듯했으나 다시 뒤로 가고 있다"며 "안전관리사라는 사람인 왓쳐를 고용했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1m 간격을 표시하고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게 전부였고 초기에 물량이 없어 앉아 쉬었다고 두시간씩 벌을 세우기도 했다. 물량이 많아지자 이조차도 하지 않으면서 물량을 해결하려고 2인1조로 밀착해 일하게 하는 등 노동강도를 완화시킬 인력수급이나 환기를 위한 대책도 없었다"고 고발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나래 상임활동가도 "쿠팡의 부천신선센터는 그토록 강조되는 '거리두기'가 이루어질 수 없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취약한 물리적 환경에 놓인지 오래였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환경, 감시하는 관리자때문에 화장실도 마음 편히 다녀오지 못하고 있는 노동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 물량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 사지로 몰아 넣어"

"쿠팡의 부당함 세상에 알린 노동자 계약해지는 부당해고"

남편의 급작스런 병세 악화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치 못한 A 피해노동자의 입장문을 B 피해노동자가 대독하고 있다.
남편의 급작스런 병세 악화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치 못한 A 피해노동자의 입장문을 B 피해노동자가 대독하고 있다.

남편이 전염돼 사경을 헤매고 있는 A 피해노동자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 4월 28일 3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포장업무를 담당했다"며 "5월 23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에도 쿠팡은 확진자의 동선을 알려주지 않고 방역을 철저히 했으니 안심하고 일하라는 말만 했다"며 "출근할 때, 작업장 들어갈 때, 식당 이용할 때, 퇴근할 때 쿠팡은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았고 작업대PC와 PDA, 작업복, 안전화 등 작업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소독과 세탁없이 같이쓰고, 입고, 신게 하면서 개인위생을 지키지 못하게 해 감염병인 코로나19를 확산시켰다"고 증언했다.

또한 그는 "락커룸과 식당, 통근버스, 흡연실, 엘리베이터 등 다수가 이용하는 편의시설은 이용하지 않고 자차로 출,퇴근하면서 근무 중에도 마스크와 장갑을 철저히 착용하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켰지만 회사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코로나에 걸렸고 남편과 딸까지 감염됐다"며 "현재 55세인 남편은 5월 27일 인천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6월 2일 상태가 나빠져 입원 11일째 되는 날 급성호흡부전으로 심정지가 왔고 3달 가까이 의식불명 상태"라고 전했다.

끝으로 A 노동자는 "당연히 알아야만 하는 확진자의 동선을 노동자들에게 함구하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의무를 소홀히 하고 회사의 이익만을 쫓아 택배 물량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부천신선센터 책임자의 처벌과 김범석 대표의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과 보상"을 촉구했다.

지대위 법률지원팀 정병민 변호사는 쿠팡의 감염법 위반 및 부당해고에 대해 고발했다.

그는 "쿠팡은 부천물류센터 발 집단 감염이 이태원을 방문했던 학원 강사의 거짓말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 추가확진을 막지 못했던 것이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쿠팡은 확진자가 확인된 5월 23일 이후인 5월 24일에도 계약직 및 일용직 노동자 수백명을 한 곳에 몰아두고 사측이 밀접 접촉자로 추정한 몇몇 노동자만 호명해 추출한 뒤 나머지 노동자들은 정상 근무하게 했고 결국 노동자들은 그 다음날인 5월 25일에도 물량을 열심히 맞추다 물류센터의 폐쇄를 통해 코로나19 추가 확진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는 사업주는 근로자들의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피력했다.

더불어 정 변호사는 "쿠팡은 쿠팡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린 계약지 노동자 2명에 대한 해고를 자행하면서 단순한 계약만료 통보라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서울행정법원은  3년 전 쿠팡이 산재 중인 노동자를 해고한 것에 대해 '쿠팡맨이 계약직 노동자여서 기간의 정함은 있지만,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 즉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쿠팡의 계약 갱신 거절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기에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바 있다"며 쿠팡 측의 부당해고를 규탄했다.

규탄발언을 하고 있는 정병민 변호사
규탄발언을 하고 있는 정병민 변호사

한편 지대위는 이날 발표한 시민사회 입장문을 통해 "쿠팡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지 87일이 지난 지금까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는 쿠팡 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보상 및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여러 차례 면담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인 채 오히려 재발방지대책도 없이 재가동 중인 부천신선물류센터에서는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 퇴사를 종용하는 등 인권침해를 가하면서 두 명의 노동자에게 계약해지라는 사실상의 해고통보를 하기까지 했다"면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의 면담 요구에 적극 나설 것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쿠팡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할 것 ▲노동자들이 피해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만나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겸허히 경청하고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것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의 부실대응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산재 치료 중인 노동자를 해고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철회할 것 ▲‘로켓배송’이라는 화려한 소비자 광고 뒤에 숨어 노동자들의 인격과 권리를 무시하는 기업경영에 대해 깊이 성찰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다음은 이날 지대위가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응원하며 김범석 쿠팡 대표의 사과를 촉구합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경험하며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감염병을 제대로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콜센타 노동자들, 쿠팡 등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집단감염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비대면 코로나19 시대에 좁은 공간에서 더욱 높은 강도의 노동을  강요받았던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감염병에 더 취약했던 것입니다.

감염병으로 고생하고 있거나, 완치된 후에도 사회적 낙인과 가족 감염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감염병이 발생한 회사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격리되고 생계의 위협을 당해야 했던 노동자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감염병에 취약한 사업장일수록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쿠팡 부천신선센터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에 노동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가족 감염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에게도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쿠팡의 피해노동자들은 노동자 스스로가 뭉쳐서 목소리를 낼 때에야 비로소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됨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을 구성하고 당당하게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피해자모임을 응원합니다. 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꾸고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원천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피해자모임과 함께 김범석 쿠팡 대표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의 면담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랍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피해 해결은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쿠팡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회사의 잘못된 대처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노동자들이 피해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지급 기준도 알 수 없는 금액을 ‘휴업급여’라는 명목 하에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위입니다.

넷째,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만나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겸허히 경청하고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물류센터 작업장에서는 현재도 방역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불안하다는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섯째,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의 부실대응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산재 치료 중인 노동자를 해고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철회하기 바랍니다.

여섯째, ‘로켓배송’이라는 화려한 소비자 광고 뒤에 숨어 노동자들의 인격과 권리를 무시하는 기업경영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정부에도 촉구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작업장 예방 지침을 내린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취약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상시적으로 살피고 쿠팡처럼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노동자들이 직접 고발하는 업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트라우마 치유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노동자들이 현장에 복귀할 때 혹은 복귀 이후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는지, 현장에 재발방지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었는지를 감독해야 합니다. 정부도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일터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의 곁에서, 위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일터가 더 안전해질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입니다.

2020년 8월 18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함께 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

NCCK인권센터,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건강한노동세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노동건강연대 , 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노동당,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해방투쟁연대(준), 늘픔약사회,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라이더유니온, 문턱없는한의사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법률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민중과함께하는한의계진료모임 길벗,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빈곤과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인천시당,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생명안전  시민넷, 서교인문사회연구소,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서울인권영화제,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인권과평화를위한국재민주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천인권영화제, 전국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 전국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전국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의당 노동본부,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주권자전국회의, 직장갑질119, 참여연대,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천주교 남자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 예수회JPIC 위원회,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청년광장,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 지원대책위, 통일문제연구소, 통통톡, 평등노동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위원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현장을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형명재단 (이상 80개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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