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사가 충분하다는 데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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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사가 충분하다는 데 사실일까?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08.27 16:4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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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협, 의협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반발에 반박
의료격차‧의사 수 부족 ‘팩트’…“파업 정당성 없어”
공공의대 신설‧공공의료기관 확충 필요성 피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공동대표 우석균 유영진 이보라 이하 인의협)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의사협회가 진료거부를 벌이며 근거 없는 주장들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① 한국의 의사 수는 충분하다?

인의협에 따르면 ‘부족하다’. 인의협은 “한국의 인구 1천명 당 활동의사 수는 2017년 기준으로 한의사 0.4명을 포함해 2.3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에 비해 65.7% 수준이며, 인구 10만명 당 의대 졸업자도 7.6명으로 OECD 평균인 13.1명의 58% 수준”이라며 “의사 수가 부족하고 갈수록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치”라고 짚었다.

또 의협은 우리나라 인구 1천명 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3배이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사 증가율은 2.4%로 OECD 국가 중 1위라고 주장했다.

연평균 인구 당 의사 증가율(2005년~2017년)  (제공=인의협)
연평균 인구 당 의사 증가율(2005년~2017년) (제공=인의협)

 

연평균 인구 당 의사 증가율 추이 (2004~2017년) (자료 출처=state.oecd.org
연평균 인구 당 의사 증가율 추이 (2004~2017년) (자료 출처=state.oecd.org

이에 인의협은 “증가율은 분모가 작을수록 높게 나타나고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의협 집행부는 과거 어느 시점 한국의 높은 증가율을 제시했으나, 이는 역으로 당시 의사 수가 매우 적었다는 반증일 뿐”이라며 “증가율은 불변의 수치가 아니고, 한국도 의사가 많아짐에 따라 이 증가율은 점차 감소해 왔다”고 반박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인구 당 의사 증가율은 ▲2005년~2009년 4.2% ▲2007년~2011년 4.1% ▲2009년~2013년 3.0% ▲2011년~2015년 2.5% ▲2013년~2017년 2.0%로 매년 줄어왔다. 반면 OECD 평균은 같은 기간 ▲0.4% ▲0.5% ▲1.7% ▲1.6% ▲1.6%로 매해 증가했다.

② 2028년에 한국의 인구 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선다?

아니다. 인의협은 “의협 집행부는 한국 의사 증가율이 월등히 높았던 특정 시기를 포착한 후 그런 증가율이 변화하지 않고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의사 배출을 늘리지 않아도 증가율이 계속 유지되며 의사 증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데, 10명의 의사가 다음해 20명이 되니 그 다음 해에는 40명, 그 후엔 80명, 160명이 된다 식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의협은 “다른 OECD 국가들은 빠르게 의대 학생을 증원하고 있다”며 “한국이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의 10%를 줄일 동안, 2000년 이래 졸업자 증가비율은 호주 2.7배, 아일랜드 2.2배 네덜란드 1.9배, 캐나다 1.8배, 스페인 1.6배로 계속 증가해 왔다”고 지적했다.

인구 10만 명 당 의과대학 졸업자 수  (제공=인의협)
인구 10만 명 당 의과대학 졸업자 수 (제공=인의협)

그 결과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의대 졸업자 수는 2007년 9.0명에서 2017년 7.6명이 됐고, OECD 평균은 2007년 9.9명에서 2017년 13.1명이 돼, 한국의 인구 10만 명 당 의대 졸업자 비율은 OECD 평균의 58%로 최저수준이 됐다.

정리하자면 2017년 기준 OECD 국가들은 인구 10만 명 당 평균 350명의 의사가 활동하고, 연간 13.1명씩 졸업자를 배출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 당 230명의 활동의사가 있고, 매년 7.6명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이 주장하는대로 2038년 한국의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서려면 한국은 OECD와의 격차를 매년 10만 명 당 6.7명씩 줄여야 한다. 인의협은 “OECD 국가들은 매년 13.1명 혹은 그 이상을 배출할텐데 지금처럼 7.6명씩 배출하면서 가능할까?”라고 되물었다.

③ 우리나라 인구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의사를 늘리면 과잉공급 된다?

그렇지 않다. 인의협은 “2038년이 돼도 의사 수 격차를 상쇄할 만큼 급격한 인구 변화 격차가 발생치 않는다”며 “한국은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로, 2050년 노인비중이 세계최고가 될 것으로 예측되며, 2018년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4%였지만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40%를 썼고, 노인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진료비의 3배”라고 설명했다.

OECD 인구 변화 예측(제공=인의협)
OECD 인구 변화 예측(제공=인의협)

그러면서 인의협은 “향후 전체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의료이용을 주로 하는 노인층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급격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인구 대비 의료수요는 OECD 국가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④ 한국의 의료 접근성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아니다. 의협은 그렇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는 환자 1인당 외래진료 건수와 입원 일수 등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의 연간 외래 진료 건수는 16.6회로 OECD 평균 6.8회를 크게 상회하고 또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의협은 “의사진료 건수가 많다고 해서 의료접근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OECD는 해당 통계를 발표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의료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가가 증가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어 의료공급자들이 과잉의료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창출하기 때문이며, 진료 건수는 의사의 생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 이른바 ‘3분 진료’가 평균화된, 적은 수의 의사가 많은 수의 외래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진료 시간이 짧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자 1인 당 외래 진료 건수 (2000년과 2017년) (제공=인의협)
환자 1인 당 외래 진료 건수 (2000년과 2017년) (제공=인의협)

또 인의협은 입원일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의 건강 평균 입원일수는 18.5일로 OECD 평균인 7.7일의 2배 이상”이라며 “이는 의료 접근성이 높은 게 아니라 비효율과 열악한 의료대응을 시사하는 지표로, OECD는 민간의료중심 체계의 경쟁적 의료공급시장과 지불제도가 일으키는 과잉 의료공급으로 인한 문제라고 지적키도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인의협은 우리나라 의료의 ‘경제적’ 장벽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OEC는 의료접근성 항목으로 의료의 공적 보장성, 본인부담 의료비 비중, 미충족 의료 등을 주요 지표로 삼는데 한국은 의료비 보장 수준이 59%로 OECD 평균이 73%에 훨씬 미치지 못해 가계 의료비 부담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어 인의협은 “높은 본인부담 때문에 가처분 소득의 40%이상을 의료비를 쓰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가구’가 미국보다 많다”며 “경제적 부담으로 진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고, 특히 의학적 필요수준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의료장벽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2017년 한국의 빈곤율은 17.4%고, 의료급여수급율은 2.9%에 불과했다. 아울러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상병수당이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최종 가구소비 중 본인부담 의료비 비율 (2017년)
최종 가구소비 중 본인부담 의료비 비율 (2017년)

 

의료비 보장 수준 (2017년)
의료비 보장 수준 (2017년)

또한 인의협은 한국은 지방 의료공백‧의료소외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도권과 대도시에 한해서는 의사 만나기가 편할 수 있으나,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정부가 최근 제시했듯 인구 1천명 당 의사가 서울은 3.1명, 경북은 1.4명에 불과하고 서울 종로는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가 16.27명인데 반해 경북 영양은 0.72명으로 무려 22배의 격차가 난다”고 짚었다. 인구 1천명 당 의사가 1명이 채 안되는 시군구는 9개에 이른다.

‘치료가능한 사망률’의 경우 2015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서울은 44.6명, 충북은 58.5%로 30% 이상 차이가 나고, 서울 강남구는 29.6명인데 반해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3.6배나 차이 난다.

단적으로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3대 중증응급환자의 발병 후 응급의료센터 도착시간은 평균 4시간에 달하고, 정부에 따르면 응급취약지는 99개 시군구로 집계됐고, 응급의료기관이 전혀 없는 시군구도 3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의협은 “한국의 의료접근성이 경제적, 지리적으로 이미 OECD 국가 상위권이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심각한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역 간 치료가능 사망률 격차 (출처=보건복지부)
지역 간 치료가능 사망률 격차 (출처=보건복지부)

 

의협 주장 ‘팩트 아냐’…환자 저버린 진료거부 ‘정당성 없어’
의료격차 극복 위해 ‘공공의료기관 확충‧공공의사 양성’ 대안

이러한 의료격차를 극복하고 경제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의협은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공공의사 양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의협은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해야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적정진료와 저소득층 진료 역할을 하고 재난시기 의료를 담당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시기에도 대다수 환자가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인구 1천명 당 공공병상이 1.3개에 불과해 역할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들은 “2017년 기준 공공의료분야 미충족 의사 인력은 2천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이 미확보된 의료취약지에 해당 전문의를 최소 1명씩만 배치하려해도 공공의사가 약 260명 필요하다”며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이 있어도 의사가 부족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은데, 2017년 2월 기준으로 전문과목 미충족 의사인력 수요는 최대 225명”이라고 주장했다.

인구 천 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2017년) (출처=보건사회연구원)
인구 천 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2017년) (출처=보건사회연구원)

인의협은 “지금까지 시장주의적 해결책으로는 지역격차 해결에 실패해 왔다”며 “지역 의사 연봉은 서울의 최대 1.5배인데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정부 책임으로 공공의사를 충분히 양성해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도록 해야한다”고 피력했다.

또 인의협은 정부의 의사충원 계획이 졸속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보다 더 개혁적이고 실효성 있는 의사 증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안에는 공공의료기관 확충계획이 거의 없는데, 이는 의사가 배출되도 일할 곳이 없다는 것”이라며 “의무복무 10년은 인턴‧레지던트 5년, 전임의까지 7년으로 대부분 채워질 것이고, 민간병원에서 필수 공익 역할을 담당하리라 보장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의협은 “의과학자 양성은 산업체 돈벌이를 위한 방안일 뿐이며, 임상의가 부족하다면서 사업체에서 영리 추구할 의사를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공의대 정원은 겨우 49명으로 매우 부족하므로, 공공의대를 권역별로 충분히 신설하고 국립의대도 활용해 공공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인의협은 의협이 의대 증원 자체, 공공의대 신설조차 거부하는 것은 ‘반시민‧반개혁적 요구’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의사가 부족하지 않고, 의료접근성이 충분하다는 의협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근거 없는 주장을 바탕으로 진료를 거부하고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시기에 응급실‧중환자실 환자 치료까지 거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인의협은 “의사들의 진료거부는 환자 치료 개선이 주요 목적임이 명백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응급환자가 버려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의협의 집단행동은 이런 기본 전제를 만족시키기 못하는 등 정당성이 없는 이러한 비윤리적 진료거부는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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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두 2020-08-31 16:08:18
의사 수를 늘리면 공공의료가 해결된다는 말은,
식당 수가 늘어나면 밥 굶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논리네요

우상두 2020-08-31 16:10:44
파업의 정당성 이전에, 백년 대계의 중요한 법을 졸속으로 만든 정권의 부당함이 문제아닌가?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정당한 호소가 막히니 골리앗 트레인으로 올라가게 되지 않는가?

2020-08-29 20:32:28
내용에 대해 반박은 못하니까 오타지적하시는게
제가 다 부끄럽네요 ㅎㅎ

동종업계 2020-08-28 10:24:51
한구긔, OEC
얼른 오타 수정하세요. 제가 다 창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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