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사망자 명의로 의료용 마약류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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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사망자 명의로 의료용 마약류 처방?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10.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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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병‧의원 돌며 망자 49명 명의로 154회 걸쳐 6,033개 처방…처벌 0건
강병원 의원, 국감서 “구멍 뚫린 건보시스템…수진자 조회 시스템 즉각 개편”
강병원 의원
강병원 의원

지난 2년 간 사망자 명의를 도용해 병‧의원에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건수는 154건, 마악종류만 6천여 개에 달하지만 처벌받은 사람은 1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감시하는 건강보험 시스템이 허술하고, 관계기관 또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사망자 명의 도용 마약류 처방 세부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과 2019년 병‧의원 등에서 사망자 49명의 명의로 154회에 걸쳐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가 6,033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관계기관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처벌받은 경우는 전무하다.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17번 처방자는 2018년 11월 10일부터 2019년 11월 21일까지 1년 간 의원을 옮겨다니며 사망자 명의로 30번에 걸쳐 3,128개에 달하는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치료 목적이라고 볼 수 없는 양이 처방됐음에도 식약처의 제재는 없었다.

또 31번 처방자의 경우 지난 2007년 사망한 사람의 명의로 지난 2019년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 받았고, 35번 처방자는 지난 2012년 사망한 자의 명의를 도용해 2019년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신경정신과 등 관련과 외에도 2018년엔 6월엔 6개월 전 사망자 명의로 치과병원에서 펜디예뜨정(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사례도 발견됐다.

강병원 의원은 사망신고 후 최대 12년이 지난 망자의 명의로 진료와 처방이 가능한 근본 원인을 현행 국민건강보험 수진자 조회 시스템에서 찾았다. 이 조회시스템에서는 ‘사망자’와 ‘자격상실인’을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사망자의 성명과 주민번호를 제시해도 건보 수진자 시스템에는 자격상실인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건보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사망자 명의로도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며 “이렇게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가 범죄 등 다른 목적으로 악용됐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충격을 금하지 못했다.

단순 자격상실인과 사망자의 화면 캡쳐 (제공=강병원 의원실)
단순 자격상실인과 사망자의 화면 캡쳐 (제공=강병원 의원실)

이어 그는 “현행 의료법 등에도 진단‧처방 시 반드시 본인 확인을 하도록 하는 강제 의무 조항이 없는 등 이 조회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며 “건보 수진자 조회 시스템에 별도코드를 넣어 사망자, 장기체납자, 이민자 등으로 분류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수진자 조회 시스템을 개편해 사망자 명의 도용을 원천 차단해야한다고 피력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사망자 명의를 도용해 가장 많이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는 정신안정제의 일종인 알프라졸람으로, 총 2,973개에 달했다. 이어 ▲졸피뎀(수면제) 941개 ▲클로나제팜(뇌전증 치료제) 744개 ▲페티노정(식욕억제제) 486개 ▲로라제팜(정신안정제) 319개 ▲에티졸람(수면유도제) 200개 ▲펜터민염산염 120개 ▲디아제팜(항불안제) 117개 ▲펜디라정(식욕억제제) 105개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향정신성 의약품인 ▲알프라졸람 ▲졸피뎀 ▲클로나제팜 ▲로라제팜 ▲에티졸람 ▲디아제팜 등은 인체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해 오‧남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적정량을 투약해야 한다. 실제로 해당 약물들은 강력범죄에 악용돼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 의원은 “식약처 역시 의료용 마약류 관리에 책임이 있는 기관임에도 제도의 허점을 방기하고 의심 처방 사례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건보공단, 식약처 등 관계기관이 함께 사망자 명의 처방 방지를 위한 건보 시스템 개편 및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상 의심 사례에 대한 즉각 조사 체제 구축 등의 대책을 내놓을 시점”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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