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건강한 사회를 위해 출발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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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건강한 사회를 위해 출발합시다”
  • 조병준
  • 승인 2020.12.3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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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조병준 공동대표
조병준 공동대표
조병준 공동대표

나 혼자만 건강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라는 덕담, 수많은 건강식품과 운동법, 단톡방에 올라오는 건강정보 등 이런 단면이 보여주는 우리들의 건강에 대한 개별적이고 무한한 욕망들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마스크 한 장이 너와 나의 건강의 보루이자 안전망이었고, 우리는 ‘함께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고는 건강한 개인이 존재할 수 없다’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더하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그나마 잠잠하던 여름에는, 우리는 뜨거운 여름과 연이은 큰 태풍을 맞으며 전 지구적 기후위기를 체감했습니다. 콘크리트와 내진설계, 이중삼중 샷시의 아파트에서의 흔들리는 두려움은 큰 태풍이 지나가고도, 안도의 한숨보다 다음과 내년을 더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거대한 지구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합작으로 우리의 삶의 방식과 방법에 대한 경고의 시그널이었습니다.

이런 전쟁같은 일이 휩쓴 일상에서는 그늘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또렷이 보였습니다.

당연하지 않은 코로나19로 인한 800여 명이 넘는 죽음들, 초기부터 드러낸 중국인 혐오와 이주민 재난지원금 같은 인종적 차별과 혐오, 다수의 생활을 위해 건강할 수 없는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 이주노동자나 비정규직으로의 위험의 외주화와 재해기업의 처벌을 미뤄가며 수십 년간 줄어들지 않는 산재 사망자 2천여 명,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늘어나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사건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갈 병원이 없어진 건강 취약계층, 국가재정을 국민의 생존보다 더 걱정하는 기획재정부, 의료공공성에 대한 전환적 사고를 여전히 하지 않고 의료산업화 로드맵만 맴돌고 있는 촛불정부, 공공병원설립예산 0원 후의 병상부족사태 등…

그 곳곳에, 마스크 한 장에 의존하여 나와 너, 우리가 서 있습니다.

2020년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고는 건강한 개인이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되새기고, 다가오는 2021년은 새로운 출발선을 그어야 할 것입니다.

마이클 마멋은 『건강격차』에서 “건강이란 말은 안부의 말을 넘어 많은 것을 포괄할 수 있는 단어이고, 소모적 대립이나 정파를 넘어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 목표를 제시하고 방법을 함께 할 수 있는 아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는 2021년 함께 건강한 사회로의 출발선은 어디에 그어야 할 것일까요?

세계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온 지금 ‘누가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나?’라는 물음에 먼저 의료진과 요양시설의 노약자 등이 맞아야 한다는 이성적 합의와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반면 캐나다는 인구대비 527%의 백신을 확보하는 등 고소득 국가의 경우 39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상태이고, 저소득 67개국 90%의 국민들은 내년에도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의 전 세계적인 합의와 분배, 우리의 동의는 신자유주의와 자국 이기주의, 증오적 포퓰리즘을 헤치고 앞으로 인류가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출발선을 긋게 될 것입니다.

함께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한국 사회는, 서울 강남구와 부산의 영도구 주민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사실을 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할 것이고, 택배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산업재해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고, 미세먼지와 탄소배출, 세계 3위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도 줄여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새해 치과의 문을 열어 보겠습니다. 아파서 치과문을 열고도 치료를 적절히 받지 못하거나, 치과로 오기 힘든 사회경제적 조건을 지닌 환자를 여전히 만나게 됩니다. 의료 상업화와 경쟁으로 생기는 과잉진료와 더불어, 적절한 구강 건강에 필수적인 치료를 하지 못한 부족진료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진료 항목의 적정 보상에 대한 요구와 더불어, 지역·장애·소득 등에 따른 구강 건강과 치과 진료의 이용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모든 환자에게 적정한 필수 치과 진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료인으로서의 권리와 대책도 함께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맥락으로 틀니·레진·임플란트 등의 보장성 확대가 있었고, 매해 맞는 독감예방접종과 같이 예방관리가 필요한 아동청소년기와 관리의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노인 등에 대한 치과 주치의제도의 국가사업으로의 확대 시행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설레는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에 실린 글을 발췌해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카렌나 고어는 지구윤리의 정립을 위해 모든 국제회의 석상에는 세 개의 빈 의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의자, 미래 세대를 위한 의자, 비인간 생명체를 위한 의자가 그것이다. 이는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존재들을 위한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새해는 그 빈 의자에 앉지 못한 모두가 함께 건강한 사회를 위한 출발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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