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함께한 2020년 10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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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한 2020년 10대 뉴스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0.12.3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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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10대 뉴스]코로나19로 사회‧의료 공백 문제 두드러져…치과계, 1인1개소법 보완입법 통과 등 결실

2020년 시작과 끝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였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펜데믹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다. 기후문제로 인한 감염병 주기가 짧아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여기저기서 반성과 각성이 터져나왔다. 코로나19만으로도 힘든데 올 6~8월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거대한 태풍이 한반도를 직방으로 치고 지나갔다.

초기 방역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진단키트, 드라이브스루 검사 등 이른바 K-방역이란 이름으로 전세계 주목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평정하고 방탄소년단(BTS)는 빌보드를 석권하는 등 한국의 문화적 저력이 빛나는 해이기도 했다. 펜데믹 속 프로야구 대회를 열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정말 국뽕(?)이 잔뜩 들어간 한편이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사회를 멈추게 만들었다. ‘이불밖은 위험해’라는 인터넷상의 밈이 현실화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개인위생을 신경쓰는 것은 물론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 비대면 학술대회 같은 것은 일상이 됐다. 당연한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됐다.

또 의료공백, 돌봄공백, 소득공백이란 명칭으로 그간 등한시 됐던 우리 사회의 치명적인 문제들이 터져나왔고, 12월엔 일일 확진자 평균 1천 명이라는 대혼란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 와중에 국회는 자본의 숙원 사업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재차 발의했고, 정부는 공공병원 설립 관련 내년도 예산을 0원으로 책정하는 등 펜데믹 상황에서도 의료영리화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낙태죄를 유지시키려 하고,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누더기로 만들었다.

치과계는 코로나19로 위축되는 분위기였지만 연말에 나름의 성과를 거두는 해였다. 불법 사무장병원 처벌을 골자로 한 1인1개소법 보완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유O치과 연루자들이 무더기로 1인1개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반면 올 초 있었던 31대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선거는 막판에 마타도어로 얼룩져 최종 후보자들에게 상처를 남겼고 이는 또 다른 지난한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를 떠들썩하게 한 10대 뉴스를 돌아본다.

- 편집자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 학생 사망 진상조사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이 지난 16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제공=정유엽사망대책위)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 학생 사망 진상조사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이 지난 16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제공=정유엽사망대책위)

1. 코로나19…‘공백’을 드러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문제로 볼 수 있게 했다.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가 가진 한계를 故정유엽 군 사건과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면서 취약계층과 HIV감염인 등이 쫓겨난 ‘의료공백’으로 확인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비대면으로 시작하는 교육‧돌봄 등이 당연시되면서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아동과 보호자들은 집에 고립되고, 학대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찾아내기 어려운 ‘돌봄공백’이 생겼다.

사회는 멈추었지만, 아파도 쉴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 특히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처우 문제가 떠올랐다. 20~30대 여성들의 기록적인 자살률, 청년 세대의 구직 포기, 수많은 동네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서 ‘소득공백’ 문제가 드러났다.

2. K-방역의 성공, K-방역의 허상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로 초기 방역에 성공한 한국은 진단키트, 드라이스루 검사법 등을 세계에 수출하며 K-방역, 세계 최고의 의료제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3월 신천지발 대구‧경북지역 집단 감염 당시,  발생 초기 75명의 환자 중 20%는 입원도 못하고 사망했으며, 이후 분석 결과 사망자 중 70%는 인공호흡기조차 쓰지 못했고, 입원환자의 48.3%가 적절한 병원에 입원하지 못했다 .OECD 최하위권을 자랑하는 10%에 불과한 공공병상으로 확진자 치료를 전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문제는 일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가는 지금, 특히 환자가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지난 14일 자택대기자만 580명에 이르렀고, 그러다가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뉴스도 연일 나오고 있는 등 전혀 변화가 없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시민사회 단체는 병상‧인력 부족을 지금까지 수차례 경고하며 공공병원‧인력 확충을 촉구했음에도.

영웅으로 추켜세움을 받은 의료진들에 대한 희생과 노고에 감사하는 한편, 그들의 임금과 수당 미지급 문제가 떠올랐고,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피로도는 쌓일대로 쌓였다.

3. ‘의대정원 증원 반대’ 의사들 집단 행동…뭇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9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게 진료일선에 즉각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9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에게 진료일선에 즉각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파업과 코로나19로 민간병원, 수도권에 집중된 기형적인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문제가 드러났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을 핵심적으로 반대하며, 의사들이 전면 파업했다. 연이은 태풍과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긴급‧필수의료 마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던 올 8월이었다.

8월 7일 전공의 집단휴진을 시작으로 같은 달 14일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1차 전국의사총파업, 21일부터는 전공의 연차별 진료중단, 23일부터는 전공의 무기한 진료중단, 24일부터 전임의의 무기한 진료중단, 26일부터 28일까지는 의협 2차 전국의사 총파업, 30일 전공의 무기한 파업 계속 결정 등으로 진료 일선은 마비됐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정부 정책들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삼아 반대하며 집단행동까지 할 정당한 사유인지 의문”이라며 분노했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협 등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반시민적, 반개혁적, 비윤리적 진료거부”라고 질타했다.

5. 공공의료 태부족인데…의료영리화 추진 고삐 조이는 정부

보건연합 등이 오늘(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를 주장했다.
보건연합 등이 오늘(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서비스산업발전법' 폐기를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11월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 삭감, 공공의료 확충 관련 예산 전액 감액,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은 0원으로 책정했다. 반면 의료산업 육성 예산은 전년 대비 1,227억 원 증액된 6,857억 원을 편성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국회에서는 보건복지, 의료, 운수, 정보통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산업화‧민영화하며, 관련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마련을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논의했다.

참고로 이 법은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법안’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지난 2015년 말 재벌들이 미르재단에에, 2016년 초 K스포츠재단에 입금한 바로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과 대국민 담화에서 이 법을 거론하며 즉각적인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일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가니 이제야 생색내듯 2025년까지 지방의료원 9개 신설, 11개를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6. 전태일 서거 50주년…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아직도 안돼?

올해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자신을 태운 전태일 열사의 항거가 있은 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기업의 안전관리부실로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故김용균 씨의 2주기이기도 하다.

인터넷 쇼핑몰이자 배송업체인 쿠팡에서 배송기사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우리 사회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처우에 관심을 보였다. 누구나 안전하게 일하다 죽지 않도록 하는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대부분의 대형재해 사건이 특정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강화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 법의 핵심들은 모두 살이 잘려나가고, 기업에 대한 각종 유예조항들이 추가된 ‘누더기’법으로 통과될 위기에 놓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이 법의 온전한 제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7. ‘건강사회 위한 소통’…건치 김형성‧조병준 체재 출범

(왼쪽부터) 조병준‧김형성 공동대표
(왼쪽부터) 조병준‧김형성 공동대표

지난 1년 간의 초유의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를 극복하고,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 제33기 공동대표에 건치 김형성 사무처장과 부경건치 조병준 전 공동대표가 신임 집행부에 당선됐다.

김형성 신임 공동대표는 ”건치와 사회와의 접점을 고민하고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중요며, 이러한 방향들을 모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조병준 신임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두드러지고 있는 소외계층의 건강불평등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연대하기 위해, 건치 지부들의 지역 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을 전했다.

8. 치열한 접전‧마타도어 선거 전쟁 속 이상훈 집행부 출범

코로나19로 선거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그 내용만큼은 치열했던 제31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회장 선거에서 기호 4번 클린캠프 이상훈 회장 후보, 장재완‧홍수연‧김홍석 부회장 후보가 당선됐다. 기호 1번 박영섭 후보와의 치열한 접전 끝 2차 결선투표에서 52.6%의 득표율 얻었다.

31대 이상훈 협회장은 "클린‧개혁‧소통‧민생‧화합‧비젼제시 집행부가 되겠다"며 ▲치과의사 인력수급조절 ▲건강보험수가현실화 ▲치과진료영역사수 ▲개원질서 어리럽히는 행태 교정 ▲1인1개소법 보완입법 국회 통과 ▲보조인력난 해결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등의 공약을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한편, 상대 후보자에 대한 폭로로 선거 막판 정책선거가 아닌 마타도어 선거로 분위기가 흘러갔고, 결국 결선투표 직후 박영섭 후보가 결과에 불복했다. 박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제출했으나 기각당하자 이상훈 협회장 등 선출직 회장단 4명을 상대로 직무정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소송전을 사실상 진행하고 있다.

9. 사무장병원 처벌…1인1개소법 보완입법 국회 통과

치과계 숙원 사항이자, 31대 치협 집행부 공약이기도 한 1인1개소법 보완입법이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보완입법’에는 1인1개소법 위반 의료인, 요양기관에 대한 제재와 처벌,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및 부당이득 환수 등의 근거가 담겼다.

치협은 “1인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에 대한 실효적 제재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영리추구만을 목적으로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질서를 매우 심각하게 해치는 기업형 불법 사무장치과 발본색원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10. 유O치과 1인1개소법 위반 벌금형…9년 전쟁 종지부

(왼쪽부터) 치협 최원진 정책국 차장, 김재성 법제이사, 최치원 총무이사, 원용섭 정책국 총괄국장.
(왼쪽부터) 치협 최원진 정책국 차장, 김재성 법제이사, 최치원 총무이사, 원용섭 정책국 총괄국장.

지난 12월 10일 법원은 1인1개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O치과 K대표를 비롯한 15명의 관계자에게 벌금형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K씨는 (주)유디 대표이사로, 회사를 총괄하는 입장이고, 오 모씨는 회사 부사장으로서 자금관리를 유 모씨, 양 모씨, 권 모씨는 회사 경영지원본부에서 치과개설과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책임이 비교적 무겁다”면서 K씨에게는 벌금 1천만 원을, 오 모씨에게는 벌금 700만 원을, 유 모씨‧양 모씨‧권 모씨에게는 벌금 각 500만 원을 선고했다.

치협 최치원 총무이사는 “유디치과 기소를 위해 밤낮 최선을 다했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면서 “피고인들을 1인1개소법 위반으로 법정에 세우고, 선고를 받아내고, 약 9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 자체로 만족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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