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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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본회의 통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01.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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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석 266명 중 찬성 164명‧반대 44명‧기권 58명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재석 266명의 의원 중 164명 찬성, 44명 반대, 58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출처=국회방송 화면 캡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재석 266명의 의원 중 164명 찬성, 44명 반대, 58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출처=국회방송 화면 캡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결국 누더기인 채로 국회를 통과했다.

오늘(8일) 열린 제 2차 임시국회 본회의에서는 14번째 안건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을 표결에 부쳤고, 국회의원 재석 266명 중 164명 찬성, 44명 반대, 58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먼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법안 취지 설명에 나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산업재해뿐 아니라 시민재해까지도 포괄한 것”이라며 “이러한 재해를 예방하고 안전‧보건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한 것으로, 원청 대표를 비롯해 중앙행정기관의 장도 책임자로서 처벌이 가능한 유일한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법의 적용에서 소상공인, 학교,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는 배제됐지만, 여전히 원청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며 “안전‧보건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50인 이상 사업장엔 공포 후 3년, 50인 미만 사업장엔 공포 후 2년 이후 적용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 해 2천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면서도 “노동계 역시 이 법이 부족하다고 생각해도 영세 소상공인을 이렇게 처벌하는 게 맞는지도 함께 생각해 달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법안에는 산재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목숨 차별하는 대안에는 찬성할 수 없어”

강은미 의원 (출처=국회방송 화면 캡쳐)
강은미 의원 (출처=국회방송 화면 캡쳐)

이어 6명의 의원이 찬반토론에 나섰다. 이 법안의 발의자이기도 한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산재사망율 OECD 1위, 산재 공화국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국민의 70%가 찬성한 법안인데도 불구하고 양당 합의안이 제출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이 법이 제정돼도 1년 뒤에 시행이고, 3년 뒤에도 전체 사업장의 1.2%만 적용을 받고 나머지 98.8%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산재로 죽은 사람들의 평균 목숨값은 420만 원이고, 이번 법안에는 상한액만 있어 한계가 우려되지만 사법부에서 재해 예방이라는 이 법의 취지에 따라 적극적 해석과 판결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 제정되는 것은 목숨을 건 국민들이 이뤄낸 성과”라며 “이 법의 처음 목적을 잊지 않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호정 의원도 이번 합의안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배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시행 유예 ▲경영책임자의 책임의무 삭제 ▲발주처의 공기단축의무 요구 금지 삭제 ▲일터 괴롭히 예방 삭제 ▲형사상 인과관계 추정 삭제 ▲인허가권 행사 공무원 처벌 규정 삭제 ▲법인 처벌 시 매출액 기존 규정 삭제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상한 축소, 하한 삭제 등을 규탄했다.

류 의원은 “2020년 12월 29일 처벌 수위를 낮춰달라는 경총의 제안을 김도읍 의원이 받아 자유형에 해당하는 1~3년형, 벌금형을 삭제하고, 해외 플랜트 산업 수주 시 발주처의 안전보건의무 조치 부과는 과잉이라는정부의 요구를 또 김도읍 의원이 받아 발주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켰다”며 “이어 12월 30일에는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대표이사 위에 회장이 있는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없지 않냐는 유상범 의원의 주장대로 기업총수에 대한 책임회피 규정이 마련됐고, 지난 6일 정부의 요청대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처벌은 예방을 위한 것인데, 본래 법안 취지를 역행한 조정이 이뤄졌다”며 “사람이 먼저라는 집권당의 국정철학은 사라지고, 가진 사람이 먼저라는 것만 남았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류 의원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을 차별하고 목숨값을 달리하는 대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며 “법안이 제정된 만큼 취지에 맞는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고,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번 표결에서 기권을 선언했다.

“기업주 처벌 강도 강화…기업 옥죄는 횡포”

권성동 의원 (출처=국회방송 화면 캡쳐)
권성동 의원 (출처=국회방송 화면 캡쳐)

국민의힘 권성동‧김태흠‧송석준 의원은 이 법에 대해 반대 토론을 이어갔다. 권성동 의원은 “이 법에 대한 치열한 토론 끝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안의 독소조항이 많이 빠진 것은 다행”이라면서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며, 산재라는 과실범을 고의범보다 높게 처벌하는 건 형사법 상으로도 균형이 맞지 않고, 수백개의 하청을 거느린 원청이 모든 현장을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산업이 위축되고 경제 생태계를 파괴시킬 것”이라며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 징역 1년 이상,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행정제재뿐 아니라 법인 처벌까지 몇 중으로 가중처벌하는 법으로, 이는 정치권력이 시류에 영합해 기업가만 옥죄는 횡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산재사고가 많은 건설업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 원인은 관리소홀 46%, 개인부주의 20%, 개인부주의인지 관리소홀인지 모호한 경우까지 합치면 50%는 개인부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안전시설 갖춰도 개인이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경영자 처벌에만 치중하면 누가 건설산업하고, 기업을 운영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 법안 심사의 보류를 주장했다. 그는 “이 법의 궁극적 목적은 재해 예방이지만, 유례없는 고강도 기업처벌법으로, 이것으로 근본적으로 산재가 예방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실상황에 맞는 사업주, 현장 책임자 등의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근무환경 개선의 책임이 있는 노조의 책임도 함께 규정하지 않고 오로지 기업주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일자리와 세수를 책임지는 기업을 또 다른 위기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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