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처음 본 것은 전국 곳곳 관광지 입구에서 건강식품으로 파는 빛깔이 바랜 말린 ‘겨우살이’다. 나무에 매달린 겨우살이는 언뜻 보면 영낙 없는 까치집이다. 그 열매가 이리 곱고 어여쁘다는 것은 한겨울 한라산 숲속에서 '붉은겨우살이'를 만나고 확실히 알게 되었다. 물론 맨눈으로는 어려워 배율이 높은 렌즈의 도움을 받았다.
기생식물이다. 주로 참나무종류에 얹혀산다. 빌붙어 살아 겨우살이인지 겨우내 푸르게 살아있어 겨우살이인지… 얄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염치는 있는지 엽록소를 갖고 있고 광합성도 한다. 완전 기생식물은 아닌 셈이다.
꽃은 봄에 암수딴그루로 핀다는데 몸 붙여 사는 어미나무의 무성함에 가려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열매가 노란 '꼬리겨우살이'를 제외하고는 늘 푸른 상록수이다. 어미나무가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해진 이 겨울에 그 푸르름은 더욱 빛이 난다.
강원도 홍천 깊은 숲에서 처음 ‘꼬리겨우살이’를 만났을 때 땅에 떨어진 녀석이 있어 만져보았다. 잎은 두텁고 열매는 말랑말랑거리며 끈적끈적한 액체가 들어있다. 그 끈적한 액체가 씨앗이 나무에 붙어있도록 접착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운반자는 물론 새이다.
영명이 미슬토(Mistletoe)인 겨우살이는 서양에서는 성탄장식에 많이 쓰이며 전설속 사랑이야기에 등장한다. 또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항암제의 재료 외에도 여러 가지 약효로 인해 요즘은 깊은 숲 아주 높은 나무를 올려다봐야 겨우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5종의 겨우살이가 있다. ‘겨우살이’와 ‘붉은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동백겨우살이’, 그리고 ‘참나무겨우살이’이다. ‘동백겨우살이’는 주로 동백나무, 모새나무, 사철나무에 살고 ‘참나무겨우살이’는 후박나무, 생달나무, 사스레나무 등 제주 일부지역 상록수에만 살며 겨우살이와는 종(種)이 다르다. 누가, 어찌 이리 혼동스럽게 이름을 짓고 정리를 했는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