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죠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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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죠르바』
  • 조부덕
  • 승인 2021.03.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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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덕의 '작은 연필 드로잉'- 세 번째 이야기

조부덕 원장은 지난 1989년 전남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했다. 2014년 『주기적 전문구강건강관리에 의한 치면세균막 관리능력변화』라는 논문으로 조선대학교에서 치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광주광역시에서 하나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매달 1∼2회에 걸쳐 직접 그린 드로잉과 함께 책 소개를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그리스인 조르바(= 조부덕 作)
그리스인 조르바(= 조부덕 作)

살아있는 이가 느끼는 자유는 몇 gm일까?
 
바이올린 선생님들이 내가 힘을 빼지 못한다고 수십년 말해오셨다. 
얼마 전엔 활은 안 떨어진다고 하면서 가볍게 쥐라 하고는
해보니 떨어지더라도 활은 부러지지 않더라 말씀하셨다. 
드디어 내겐 그 활을 쥐는 힘이 '담배 한 까치 쥐는 가벼운 힘'으로 들렸다.
 
핸드피스의 가하는 힘은 50gm, probing은 20gm, 와따나베 잇솔질은 250gm이다. 그 힘은 오른손 중지로 지지를 하고 엄지와 검지로 쥐는 손 모양을 해야 가볍게 현을 울리듯 작업하게 되는,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가벼운 힘이었다. 무를 썰든 김밥을 썰든 가볍게 칼을 쥐는 힘을 이야기하지 않듯 치과 진료 자세를 기억하고 논하는 이는 없다.

누구에게는 근골격성 직업병을, 누구에게는 근육의 피로감을 부르는 치과의사의 습관이 되었다.

그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팔다리에 날개가 달린 것 같았다.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채 온몸을 던져 위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이 흡사 반란을 일으킨 대천사처럼 보였다. 그는 하늘에 대고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전능하신 하느님, 당신이 날 어쩔 수 있다는 것이요? 죽이기밖에 더 하겠소? 그래요, 죽여요.상관 않을 테니까. 나는 분풀이도 실컷 했고 하고 싶은 말도 실컷 했고 춤도 실컷 추었으니… 더 이상 당신은 필요 없어요!"

부처 이야기를 쓰는 30대 작가 카잔차키스가 노가다 일을 찾는 60대 죠르바를 만났다. 크레타섬에서 케이블카 사업이 망한 직후, 그리스 춤을 추는 죠르바를 그린 대목이다.
 
자유는 춤을 추는 정도의 가벼움, 중력을 거스르고 공중에 뛰어오르는 몸짓 정도의 가벼움일 듯하다.

자유는 우리의 오래된 습관으로 과부와 사랑을 하고도 그녀의 죽음 앞에 나서지 않던 젊은이처럼 우리 모두 살인자 몸짓을 할 때 그녀를 지키려 몸을 던진 죠르바 몸짓의 무게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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