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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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3.0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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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문정주 작가와의 만남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공동대표 김용진 양미화 최석곤 이하 성남시민행동)은 지난달 21일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의 저자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문정주 상임감사와의 만남을 언택트 방식으로 개최했다. 성남시민행동 박재만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문정주 상임감사는 지난 2015년 3달 동안 OECD 최고의 일차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지내면서 이탈리아 국영 의료 현장을 견학한 내용을 담담하게 전달해주었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대담 내용을 약간의 축약을 통해 전재하기로 했다.

- 편집자 주

성남시민행동은 지난달 21일 정기총회 후 문정주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성남시민행동은 지난달 21일 정기총회 후 문정주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박재만(이하 박): 세상에 참 많은 나라들이 있는데 왜 이탈리아를 가볼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문정주(이하 문): 오랫동안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해 오면서, 우리나라의 의료 제도 전체가 공공성에 있어서 굉장히 취약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껴오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제도를 가진 나라들과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영국은 아무래도 연구하는 이들이 많고,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너무 동떨어진다고 생각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가 아주 모범적인 국영의료를 하는 나라라 생각해서 이탈리아를 선택하게 됐다.

박: 이탈리아에는 3개월 동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남편과 같이 갔다가 귀국 후 나중엔 혼자서 다니셨는데 언어나 대화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떠했나?

문: 처음엔 걱정도 좀 했는데, 역시 짐작대로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탈리아의 남부와 북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제가 갔던 볼로냐를 포함한 북부 지역은 영어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특히나 국영의료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국가 간의 유대와 협력 등을 중요시 하기에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박: 이탈리아 의료체계는 일차의료 중심의 공공의료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의료체계의 특징은 무엇인가?

문: 국영의료를 하는 곳에서는 이탈리아가 특히나 모범적이지 않나 싶다. 국가가 의료를 책임진다는 것은 단지 우리나라처럼 비용만 책임지는 그런 제도가 아니라, 그건 뭐 당연히 포함 되는 것이고, 의료를 생산하고 의료를 꼭 필요한 위치에 놓아서 조직하고, 또 그것을 운영하는 것까지, 전체를 다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와는 굉장히 큰 차이이고,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의사들은 모두 공직자들이다. 특히나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의사나 간호사 할 것 없이 다 공무원들이다. 다만 일차의료 의사는 공무원이 아닌데 일차의료 의사는 우리와 똑같은 개원의이다.

이탈리아에서 일차의료 의사는 국영의료와 계약을 맺어서 일정하게 자기한테 등록한 사람들에 대해 그 사람 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 거다. 그렇게 우리와는 보수체계나 내용이 좀 다른 거지, 이들은 일종의 독립된 자영업자들이다. 그리고 일부의 전문의들, 즉 지역에서 외래만 보는 전문의들을 빼고는 모든 병원에 있는 이들이 다 공무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다.

박: 책에는 보니까 이탈리아는 공공의료가 80%, 사적 의료가 20%라고 했다.

문: 그것은 병상 기준으로 말한 것이다. 병원만 놓고 봤을 때 병원, 즉 호스피탈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종합병원같은 것인데, 우리는 사실 지역 의원도 병원이라고 부르지 않나?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종합병원이 아닌 지역에서 일상생활에 가까이 있는 그런 의원은 다 지역에 있는 동네의료에 들어가고 호스피탈(병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런 병원(호스피탈)을 놓고 봤을 때 공공병상이 80%라는 것이다.

박: 의료인들이 모두 공무원이라면 흔히 의사단체에서 말하는 사회주의 의료체계라 할 수 있겠다.(웃음) 

문: 그런가?(웃음) 이럴 때 내가 예를 드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소방’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방서원은 다 공무원이다. 만약 공무원이 아니었다면, 돈 많이 낼 수 있는 사람 집은 빨리 가서 불을 꺼주고, 돈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갈까말까 그러는 거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소방’을 아주 확실하게 국가 책임 아래 관리하고 있는데 국영의료는 바로 이 소방같은 것이다.

사회주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쿠바와 비교해보면, 이탈리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이기도 하지만, 일차의료도 굉장히 조직화가 돼 있어 사적 의료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같다. 그래서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가 전부라고 할까? 그것 외에는 없는 거다. 그리고 일차의료 의사들까지 포함해 거긴 전부 다 공무원일 테니까 공직자가 아닌 의사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국가가 의료를 책임지기는 하지만 국가가 책임지는 의료가 아닌 다른 의료를 이용하고 싶으면 할 수가 있다. 비용이 많이 들고 굉장히 불편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정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그리고 사적 의료 시장이 작지도 않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한다면면 너무나 작긴 하지만 국영의료의 나라에서 그 정도 있다는 게 상당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편이었다.

특히나 전문의를 통한 외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의들이 개원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그런 것 말고 병원(호스피탈) 밖의 전문의가 활동하는 외래진료 영역은 사적인 의료회사가 전문의들과 계약해 운영하는 것이, 성형외과 이런 쪽으로는 굉장히 많았다. 그런 식으로 사적 의료도 얼마든지 있는데, 다만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고, 그리고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그 제한된 영역안에서 사적 회사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달랐다.

박: 이탈리아는 국영의료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해 대체적으로 다 보장을 해주고, 또 예외적으로 사적 의료가 있어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문: 그렇다. 사실 우리는 국영의료의 나라에서 안 살아보지 않았나? 이탈리아에서 기본은 법률이었다. 국영의료법은 국가가 의료의 모든 영역에서 모든 활동, 모든 시설, 모든 내용을 국가가, 공화국이 제공해야 한다고 시작을 한다. 

문정주 상임감사
문정주 상임감사

박: 좀 더 구체적으로 책에서 보면 일차의료, 동네의료, 병원의료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각각의 역할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이탈리아와 한국의 의료체계 차이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린다.

문: 국영의료는 그야말로 세금을 재원으로 해서 국가가 완전히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당연히 세율은 우리보다 더 높다. 평균 세율이 대체로 소득의 35~40% 정도인데 우리는 현재 20% 정도된다. 물론 그 차이는 의료만을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고, 유럽이 복지국가라고 하는 것을 만들면서 의료와 교육, 주거, 노후에 이르기까지 그런 기본적인 것들을 다 국가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 그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재원 중 일부를 가지고 국가가 의료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데 의료라고 하는 거는 내 몸에 대한 것이고 내 생명과 관계된 것이기에 사실 각 개인들에게 굉장히 절대적인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면 무한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큰 욕구들을, 어떻게 국가라고 하는 공조직이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사로서 굉장히 궁금했다.

비결이 있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지금 당장 국가가 전부 의료를 담당한다고 하면 이해가 잘 안되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이탈리아에서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일차의료에 있는 것이었다. 일차의료라 함은 각 사람사람한테 그 사람을 가장 깊게 이해하고 이 사람과 함께 할 의사가 있는 거였다. 그리고 이 의사한테 연락해서 시간 맞춰서 진료하고 상담하고 필요하면 집에 와서 해달라 그러고. 그래서 이 의사가 상담하고 진찰하고 또 처방을 하고 그리곤 어찌어찌 길잡이를 해주는 이런 모든 것이 무료였다.

그 의사와 나의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국가적 체계이고, 일단 관계가 되고 나면 아무 비용이 들지 않은다. 이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있어서 책임은 국가가 진다. 의사가 하는 일은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이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고 더 좋은 수준의 건강을 얻을 수 있는 걸 도와주는 건데, 가벼운 건강문제는 간단하게 금방금방 진찰하고 안심시키고 상담하고 처방을 줘서 그 약을 쓰게 하는 걸로 끝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꾸준히 관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또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검사를 받게 해주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같이 상담을 해주고, 그런 것들을 다 하는 거죠.

그렇게 의사는 환자가 가장 효과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그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기도 하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가장 꼭 필요한 것을 우왕좌왕하거나 괜히 돌아갔다가 헷갈리거나, 괜한 쇼핑에 시간을 쓰거나 할 필요 없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의료가 낭비없이 이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차의료의 힘이 어마어마한 욕구를 다 수용해 만족감도 주고 신뢰감도 주고 안정감도 주면서 또 온갖 의료를 이용하게도 해주는, 그러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이탈리아에 갔을 때는 그쪽 병원(대부분 공공병원) 체계와 우리나라의 병원체계의 차이에 대해 비교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가서 보니까 이건 일차의료의 힘으로 이 국영의료가 탄탄하게 유지되고 더 발전하고 그렇게 되는 것이구나 하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일차의료의 내용이 훨씬 더 비중이 커진 것이다. 

박: 책에서 보면 이탈리아는 어떤 한 사람이 내가 질병의 문제이든 돌봄의 문제이든 어떤 문제가 생기면 뭔가 메트릭스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자동적으로 가정의를 찾게 되고, 그럼 그 가정의가 어디로 가라, 누구를 만나라, 어디 등록해라, 예약해라 등등 이렇게 메트릭스에서 계속 도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우리나라는 스스로 그걸 다 선택해서 찾아다녀야 한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국가에서 한 사람의 건강 문제나 돌봄·복지 문제 등을 주도적으로 해결해주는 경우 우리는 보통 공공의료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있다. 국영의료와 공공의료가 같은 말인가? 아니면 차이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문: 우리는 흔히 공공의료하면 공공병원에서 하는 의료를 공공의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지난 2012년에 법률을 개정하면서 정의 자체를 넓혀서 지역, 계층, 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공공의료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 실은 모든 의료가 다 들어가게 된다. 지역, 계층, 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공공의료라고 했을 때 그거 아닌 게 뭐가 있겠나?

개념적으로 말하면 이런 것인데, 사실은 내가 공공의료에 대한 일을 하면서 외국 사람들하고 교류하고, 외국학회도 가고, 외국 자료도 참고하고 하면서 그 개념 자체를 찾아보았는데, 영어로 된 그 어떤 문헌에서도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퍼블릭헬스라고 하는 것은 공중보건이라고 해서 훨씬 더 큰 개념이었다. 상수도와 하수도, 대기오염 이런 것들까지 다 포함한… 우리가 생각하는 공공병원이 주로 하고 가난한 사람들 주로 보호하는 공공의료라는 개념이 영어로 된 어떤 문헌에도 없었는데, 그러면 뭐냐? 헬스케어가, 그냥 그게 공공의료인 것이다. 그런데 헬스케어를 번역할 때 우리는 공공의료라고 번역을 하지 않고 그냥 의료라고 번역을 한다. 왜냐하면 헬스케어는 그냥 의료니까… 영어권의 헬스케어는 결국 공적인, 다같이 건강하고 다같이 잘살기 위한 의료인 것이다. 그래서 이 헬스케어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거고…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의료가 얼마나 왜곡돼 있나 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의료라고 했을 때 공공이라고 생각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공공의료라는 말을 따로 쓰는 것이다. 서유럽에서는 어떤 나라에서도 공공의료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의료는 당연히 공적인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걱정 없이 의료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 그 사회의 책임이자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국가가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제도를 내셔널 헬스서비스, 국영의료라고 부르는데 국영의료는 영국이 지난 1948년 가장 먼저 시작했고 지금은 서유럽 나라들 중 약 60% 정도가 시행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영국만 알려져 있는데, 보험 방식으로 하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베네룩스 3국 등 외에는 대부분 국영의료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1948년 헌법에서 국영의료에 대한 기본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실제로 시행한 것은 지난 1978년이었다. 국영의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정치 투쟁과 갈등, 진전 속에서 성취했기 때문에,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국영의료는 굉장한 긍지로 자리잡고 있다.

이날 대담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대담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박: 이탈리아의 경우 무솔리니 등 파시즘이 무척 성행했던 나라인데, 어떻게 국영의료라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을까, 그런 역사적 배경이 궁금하다.

문: 정말 중요한 질문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계란과 노른자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솔리니는 히틀러가 엄청 존경했을 만큼 대단한 독재자였다. 히틀러보다 나이가 한 열 다섯 정도 더 많은데, 무솔리니는 과거의 로마의 영광을 되찾아 스스로 황제가 되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폭력적 독재를 한 사람인데 그 사람이 1945년까지 23년 동안 철권통치를 한 거다. 근데 그러고 나서 완전히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을 했다. 

무솔리니는 전쟁만 일어나면 다 쓸어버릴 것같이 장담을 했는데 온갖 전투마다 패전을 하고 또 거기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면서 정부 곳간은 완전 바닥이 나고 거지꼴이 된 상태에서 결국은 연합군이 밀려 들어왔던 것이다. 그렇게 이탈리아반도 전체가 전쟁통이 휩쓸려버렸던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 연합군이 올라오는 동안 북쪽에서는 히틀러가 내려왔는데, 그러면서 북쪽에서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자기들을 지키기 위해 어마어마하게 했었다.

그렇게 1943~45년의 레지스탕스 기간이 있었고, 이어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이탈리아는 엄청난 변화를 하게 되는데 그때까지 왕국이었던 이탈리아는 왕을 폐하고, 공화국이 된다. 사실 무솔리니의 집권은 이탈리아에 군국주의적인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무솔리니를 완전히 법을 떠나서 이상한 방법으로 권좌에 올린 게 자본가 계층, 기득권층, 권력층이었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 

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 이후 이탈리아에서의 서민들 삶은 너무나도 극심한 빈부 차이와 생활고로 인해 피폐해졌고 결국 1919년과 1920년 이탈리아 민중들의 투쟁은 정말 어마어마했는데 당시 자본과 권력층들이 더 이상 민중들의 투뱅을 짓누를 수가 없었던 속에서 무솔리니가 등장했던 거다. 다시 말해 민중들의 요구와 조직된 힘, 그리고 사회적 변화가 이미 계속해서 있어왔던 것이고, 막판에 무솔리니라는 하나의 최악의 선택이 있었지만, 2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함께 민주공화국이 탄생을 하면서 지금의 이탈리아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다만 국영의료가 왜 1948년이 아니라 1978년에 되었나 하는 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레지스탕스로 목숨을 걸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면서 싸워온 이들을 이끌었던 것은 당시 사회주의 계열의 세력이었는데, 소련이 동유럽을 지배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공산당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또 미국이 이탈리아 공산당 세력이 의회의 다수당이 되면 앞으로 외교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CIA가 어떻게 했다는 소문도 있고, 그리고 또 이탈리아 카톨릭 세력이 사회주의 세력을 굉장히 적대시 하면서 미국과 협력해 첫 총선부터 무솔리니의 잔당들이 포함된, 우리로 치면 친일파들이 다수당이 된다. 이러한 역사가 지난 1992년 마니풀리테 사건이라는 엄청난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지기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국영의료의 경우 지난 1978년에 시작되는데 그러면 당시는 아직 이탈리아에서 기독교민주당이 쌩쌩할 때인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느냐 하면 그때는 또 이제 6.8혁명 이후에 완전히 사회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기독교민주당에 대해 그전에는 신부님 앞에 있는 것처럼 기독교민주당 권력에 무조건 복종하고 투표하고 추종하고 했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객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기독교민주당의 정치적인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국영의료법이 통과되고 이탈이아에서 국영의료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 것이다.

박: 파시즘이 만연했던 국가 시스템에서 국영의료라는 굉장히 인간적인 제도를 만들었다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책에서 일차의료 부분을 보면 가정의에 대한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가정의가 거의 국영의료의 핵심인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 가정의가 어떤 역할을 하는것인지 설명을 부탁드린다.

문: 가정의는 패밀리 닥터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주치의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사실 의미는 주치의와 같은데 무척 고민하다가 가정의라고 쓴 것은, 이탈리아에서 패밀리 닥터라는 말은 굉장히 보편적이고, 제너럴 매디슨 닥터(일반의)라는 그런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문의를 따지 못해서 일반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 그거랑은 전혀 다른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 공공의료를 소개하는 건데, 그 나라의 상황과 용어에 충실해 보자는 의도로 가정의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증처럼 이탈리아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국영의료카드가 발급된다. 그 카드를 만들 때 가장 마지막 단계가 자신의 일차의료 의사를 정해야 하는데 이탈리아에서 조금 과장하자면 국영의료는 일차의료이다. 국영의료는 일차의료 의사와 함께 관계를 맺음으로써 시작하는 건데 의료카드만 있으면 돈 한 푼 안 들고, 그 의사에게 모든 걸 상의할 수 있게 된다. 

이들도 다 전문의들이다. 3년 동안 전문의 수련을 받는데 일종의 일차의료 전문의로 수련과정은 우리나라의 가정의학과하고 비슷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와의 큰 차이는 우리의 경우는 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등등 병원에 레지던트로 들어가 수련을 받는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주 정부가 수련을 시킨다. 국영의료 자체의 운영을 주 정부가 하다보니까 일차의료 의사도 주 정부에서 양성을 하는 것이다. 월급도 다 정해져 있고, 36개월 중에 18개월은 우리나라처럼 종합병원에서 근무를 한다. 그리고 남은 18개월은 주 정부가 지역으로 보낸다.

건강의 집 같은 주 정부의 보건의료본부에서 지정하는 곳으로 정신센터 같은 곳도 가고, 청소년상담센터같은 곳도 가고 이렇게 병원 밖 지역사회에서 수련받는 18개월이 있다. 이렇게 일차의료 전문의가 되면, 우리로 치면 개원을 해야 하는데 어느 지역에서 일할 것인가는 의사 자신이 정한다. 어느 권역으로 갈 것인지, 보통은 자기 고향으로 많이 가는데, 빈자리가 막 나지는 않으니까, 그러면 기다려야 한다. 누군가 퇴직할 때까지.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에는 당직의사가 되기도 하고, 휴가를 간 의사의 대진을 하기도 하고, 또 교도소 진료도 하고 그렇게 기다렸다가 TO가 나면 그 권역에 일차의료 의사가 인구 1,000명 당 1명 정도의 TO가 있는데, 그 리스트 안에 들어가면 이제 등록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저는 1차의료보다는 일차의료로 표기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데 일차의료는 프라이머리(primary) 케어라고 하지 않나? 프라이머리 케어는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째의, 가장 중요한, 최고의 등의 뜻을 갖고 있다. 낮은 단계의 1단계 이런 뜻이 아니라 최고로 중요하고 주된 것이라는 의미에서 일차의료라 표기하자는 것이다.

박: 가정의라고 하면 의료뿐만 아니라 돌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고령화사회에서 만성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돌봄 영역에서도 가정의의 역할이 중요해지니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하려고 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에서 병원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런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박재만 사무처장
박재만 사무처장

문: 맞다. 정말 중요한 얘기인데 이탈리아는 어떻게 보면 아주 초고령사회이다. 일본이 노인이 너무 많은 초고령사회인 건 다들 알고 있을 텐데 OECD 전체로 보면 일본 다음이 바로 이탈리아이다. 차이가 별로 없다. 제가 방문했던 지난 2015년에 이미 24%였다. 당시 우리가 약 11~12% 정도였으니 이탈리아는 어마어마한 초고령사회인 것이다.

그래서 고령자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기 삶을 활발하게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굉장한 사회적 과제일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건강하면 할수록 이들도 행복하지만 사실 사회적 비용도 덜 들게 된다. 그래서 의료가 굉장히 중요해지니까 정책적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정도의 고령화가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1990년도에 나타났고, 90년대 말쯤 제가 갔던 볼로냐를 주도로 하는 에밀리아로마냐주 이런 데에서는 굉장히 체계적으로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정책의 핵심은 바로 일차의료였다. 나이가 많아지면 고혈압, 당뇨병이 생기고 그게 또 합병증으로 가고, 가벼운 뇌졸중이 왔다 하면 이미 건강이 나빠지고, 제대로 관리 안 하면 계속 입원하게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이 돌아가시기 전 5년 동안 평생 쓴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고 한다. 결국 그 돈의 규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예방이 최고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 예방을 어떻게 할까? 아이들은 소아마비 예방주사를 맞으면 예방이 된다. 그런데 노인들의 예방은 그런 게 아니다. 이미 노인이 됐으며 여러 건강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예방은 바로 지금 그 상황에서 최적의 건강을 유지하게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건 바로 생활 속에서 긴밀하게 의사와 만날 수 있고, 가장 쉽게 만날 수 있고, 그 의사에게 자기의 궁금한 점을 계속 얘기하고, 또 그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처방을 받아들이고 해서 생활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면 고혈압, 당뇨병이 다 있어도 병원에 입원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효과인데 합병증이 생기지 않아 병원에 입원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합병증이 생기지 않으려면 생활 속에서의 자가관리와 건강관리가 이루어져야만 하는데, 이건 의사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일차의료의 역할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고령화대비 의료가 되었는데, 그렇다 해도 100살 넘는 이들이 많아지다보니까 이런 초고령 연령층에서는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병원에 입원하고 퇴원을 하게 되면 퇴원하고 어떤 주는 24시간, 어떤 주는 48시간 안에 퇴원한 사람 집에 가정방문 팀이 가게 돼 있다. 퇴원한 정보가 전달이 되고 반드시 그 집에 가야 하고, 퇴원한 상태에서 어떻게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지, 약이나 필요한 치료가 반드시 돼야 하고 퇴원했으니 돌봐야 한다는 거다. 

암이라든가, 큰 수술을 했다든가, 중풍 같은 경우 여러 가지 후유증이 있게 되는데 단지 약 먹고 주사 맞고 드레싱 하고, 상처 치료하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환자가 후유증이 있다면 움직일 수 있게끔 집에서 생활하면서 물리치료 운동을 할 수 있게, 집의 상황이 어떤지 봐야 하고 집에서 식사가 안 된다고 하면 식사를 가져다주고, 환자가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서 간호사가 일주일에 2~3번 오는 걸로 충분할지, 아니면 약사가 와서 방도를 찾아야 하는 건지, 이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에 다 대처를 하는 거다.

그리고 또 환자가 외로우면 우울해지고, 그러면 그 상황에서 환자가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접촉이나 활동을 연결할 필요가 있고, 아니면 자주 방문해야 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위해 사회복지사가 방문해서 그 상황을 판단하고, 이게 다 통합가정돌봄인 것이다. 그 돌봄에서의 중심은 우선 일차의사가 되는데 왜냐면 약이라든가 그 환자의 질병과 건강에 관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하고, 환자들에게 어떠한 것이 필요한지 판단을 하는 것 등이 바로 일차의사의 몫이고 여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상담심리사 등이 여러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다.

이게 기본 팀이고, 환자들이 집에 편안히 있으면서 돌봄 팀들이 일정에 맞춰 돌봄을 해주는 거다. 이것은 의료만으로는 안 되고 의료 이상의 것이 필요한데 집 문제, 먹는 문제, 사회적인 관계의 문제, 소득의 문제, 이런 것까지 다 있는 거다. 이런 일은 시청에서 담담해 이런 프로그램들과 재정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사회복지사들은 이런 것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전체를 통합가정돌봄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국영의료가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무료의료 중에 하나로 포함돼 있다.

박: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가정의가 마을 주민들에 대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건강  지휘자라 할까, 통합가정돌봄 팀의 여러 직종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정자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톡으로 온 질문인데 의료의 본질을 공공성이라 할 때 한국에서는 의료의 공공성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 의견을 부탁드린다.

문: 이탈리아에서는 우리로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그런 것들을 국가적인 제도의 힘으로 해오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제가 일찍이 가정의학을 선택했을 때는 사실 이탈리아처럼 그런 활동을 위해 가정의학과 의사가 된 것인데, 사실 굉장히 부럽고 뭔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것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나라는 일단 굉장히 의료수준이 높고, 발달한 의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랑이다. 그리고 또 전 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좋은 기술과 건강보험이라고 하는 의료비 문제를 해결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의료가 시장이다. 시장에서 상품을 거래하는 형식으로 의료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까도 말했지만, 소방이라고 하는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을 만약 시장에 맡겼다면 어떻게 됐겠냐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동안 우리는 시장에 맡기는 방법을 통해서 많은 걸 해결해 왔다. 이게 지난 1950년대, 60년대, 70년대 상황을 생각해보면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것은 여러 면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는 방식인데, 그러한 제한을 넘어서는, 그것보다는 우리의 삶의 질을 확고하게 보장할 수 있는 그런 제도로 나아갈 기회를 놓쳐 왔고, 지금까지 지연해 온 것 같다.

놓쳐왔단 것은 우리가 전 국민 건강보험을 도입할 때 이러한 방향에 대한 고려도 필요했다는 것인데,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 시장에서 의료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의료를 하면서 전 국민 건강보험을 통해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일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지금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느냐 하는 것은 우선, 우리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한 참고할만한 제도를 가진 나라들이 있다는 것과 둘째,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재난이 계속 예상되는 상황에서(기후위기와도 연결돼 있지만), 셋째는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들을 염두에 두면서 우리의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그 방향에서 확실한 것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공공성이 뚜렷한, 공공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시장이 아닌, 공공성이 좀 더 분명한 제도를 만든다고 할 때, 시급한 것은 우리한테는 없는 제도화된 일차의료, 제도로서의 일차의료가 도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성남시의 경우에 예로 든다면 성남시의료원이라는 큰 결실을 보기도 했지만 이런 병원만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병원은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게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 견제하는 활동과 함께, 그것 이상의 지역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령의 시민들과 거기에서 우리가 공공적인 삶의 기반을 확보하는 문제에 있어서 의료영역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인지, 더욱 많은 관심과 고민, 그리고 논의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

박: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 이탈리아 국영의료가 잘 된다고 하는데 올 2월 19일까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278만 명이었고 사망자가 95만 명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탈리아 국영의료가 실속이 별로 없었던 거 아니냐,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것 같은데…

문: 지난해 유럽에서 코로나19 감염율을 보면 이탈리아는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이런 나라들 다음 정도였고, 이탈리아보다 좀 덜한 곳이 덴마크, 독일, 필란드, 노르웨이였으며 아일렌드가 이탈리아와 비슷한 정도였다. 스위스나 벨기에, 네덜란드의 경우 인구 규모 자체가 작다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이다.

어쨌든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해 3~4월 초까지는 너무 끔찍했고 5월 후반부터는 굉장히 좋아지면서 6~7월 경에 지금 우리나라 정도가 됐다. 어쨌든 이탈리아에서 유행이 끔찍하게 일어난 건 사실인데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한편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롬바르디아 주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최고로 난리가 났고 지금까지도 환자 발생률이 가장 높다.

그런데 롬바르디아 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잘사는 곳이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도 가장 잘 사는 축에 들어가는데 그중에서도 밀라노는 엄청난 부자들이 사는 동네다. 가장 잘살고, 의료기술도 가장 첨단을 달리고 그런 곳인데, 거기에서는 가장 잘살고 또 의료수준이 최고로 첨단인 반면 정부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펴 왔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각 주별로 지방분권이 굉장히 강한데, 우리가 생각하는 지방자치 정도가 아니라 거의 하나하나가 다 나라다고 할 정도인 것이다. 그래서 국영의료도 국가가 전체적인 틀을 가지고 세금을 배분해주고 추진해 나가지만, 실제 집행에서는 각 주에게 맞겨져 있다. 그런데 롬바르디아 주는 유독 국영의료의 취지를 거스르는 정책을 써온 것이다. 말하자면 민영화를… 이탈리아에서는 공공 병상이 80이라고 했는데, 롬바르디아 주는 50대 50이다.

집권당이 극우당인데, 베를루스코니라는 밀라노 출신의 기업가이자 정치가가 지난 1995년쯤부터 계속 집권을 해왔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이 국영의료의 필수적인 제도를 끊어버리고 민영화를 한 거다. 내용적으로 들어가 보면 응급을 약화시키고, 중환자 병상을 축소하고, 그러면서 점차 공공의 비율을 줄이면서 자꾸 민영화하면서 국영의료를 아주 위축시켜 놓았다. 그러니까 이탈리아 전체에서 의료수준이 가장 높은데, 실제 코로나19가 터져 보니까 응급도 안 되고, 중환자 병상은 너무 부족하고,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환자는 엄청나게 발생하는데, 대처가 전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 왔기 때문에 방역에 있어서도 처음부터 경총 등에서 회사들이 “무슨 소리냐 다음 달 언제까지 수출 해야 한다. 당신이 책임질 거냐” 그러면 주지사가 “알아서 하시오” 이런 식으로 경제활동을 다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해놓고서는… 롬바르디아주의 산업 록다운은 결국 중앙정부의 총리가 전국의 모든 회사 문을 다 닫으라고 했을 때 그때서야 닫은 거다.

이미 늦었던 건데, 어쨌든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동아시아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많았던 것은, 이탈리아를 포함해서 유럽 전체로 봐야 하는데, 일단 방역에 실패했던 점이 컸다. 방역이 실패했고, 거기에는 극우적인 정치가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영국 총리라든가 그런 정치가들의 어떤 잘못된 판단과 함께 기본적으로는 통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나치를 겪으면서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만들어온 자부가 굉장히 큰 서유럽에서 통제가 잘 먹혀들지 않고 마스크도 쓰지 않고 하는 그런 것이 기본적으로 시민들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박: 지금까지 오랜 이야기를 통해 이탈리아 사례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이탈리아가 그 나라만의 역사가 있고 또 우리는 우리 나름의 역사와 문화가 있기에, 그대로 베껴 온다고 해서 이게 잘 되는 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어쨌든 이탈리아가 그동안 긴 시간 동안 축적해 왔던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한 의료체계가 사람들의 삶과 건강에 대해 굉장히 많은 진전을 이뤄왔다는 점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됐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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