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자 없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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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자 없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멈추라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05.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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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 방향성 재차 강조…"책임자 처벌·재발 방지"

4월 22일 故이선호 군 평택항에서 300kg 철근에 눌려 사망
5월 6일 경기 시흥 자동차 부품공장 노동자 조립기에 끼어 사망
5월 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 11m 높이 탱크에서 추락사
5월 8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단독 근무자 기계 이상음 점검 중 머리가 끼어 사망

이들의 사고 사망 장소는 다르지만, 원인은 비슷했다. 인원부족을 이유로 2인1조로 해야하는 작업을 '혼자서' 감당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안전을, 위험을 봐 줄 사람도 없었고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고, 기계의 검사와 정비를 위해 기계 운전을 정지하거나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호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전설비도 안전조치도 없는 불안정한 일자리지만 가족과 생계를 위해 그 일이라도 할 수밖에 없어 원청의 지시를 따라야만 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이러한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억울한 죽음을 막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에 구체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본부는 하위법령에 ▲중대재해 중 직업성 질병 범위를 규정하고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되는 포괄 장소를 정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의무 내용의 확인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의 안전보건교육 이수방안 명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 공표 방법 등이 담겨야 한다고 짚으면서 "정부가 이 법의 취지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면, 재해발생 원인 제공 기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시행령에 담아야 하는데, 책임자가 불분명하면 꼬리 자르기가 반복되고 안전은 예방조치 없이 다시 방치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예산과 인원, 조직구조에 결정 권한이 있는 자가 책임자이며, 그런 결정에 따라 운영되는 구조를 품은 법인이 책임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본부는 "인원이 부족한데 채용하지 않고, 업무를 통폐합해 하청으로 넘길지 결정하고 안전조치를 위한 비용 책정, 생산량과 이익을 맞추기 위한 기자재 구입, 근무체계와 노동시간 설정 등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나 조직이 책임자"라고 콕 짚으면서 "경영계에서 주장하는 안전관리 담당이사 배치는, 최종 결정권자 사이에 중간다리를 하나 더 두고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라고 기업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본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은 법 제정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원청에게 책임을 묻고 결정권자에게 제재를 가하고 법인의 잘못된 조직운영을 책임지게 해야 한다"며 "장시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방사선 피폭, 화학물질로 인한 직업병 등도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본부는 "눈 앞에서 동료가, 가족이 죽는 고통을 끝내고, 이미 산업재해로 돌아가신 분들의 죽음을 헛되지 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위법령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들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는 제대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 제정으로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한편, 노동자 시민들의 요구로 2020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고 2022년 1월 시행 예정이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책임지는 자 없는 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존재 의미와 하위령 제정 방향을 확인한다!

5월의 첫 주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족을 잃은 이들이 늘어났다. 지난 422, 평택항에서 300키로 철근에 눌려 사망한 고 이선호 군에 이어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하여 사망했다. 현대제철 노동자는 이상음을 내는 기계를 점검하려다 머리가 끼여 469번째 산재사망이 발생했고,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자동문을 수리하던 노동자는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지 않아 끼어서 사망했다. 어디 이들뿐이었겠는가!

사고사망 장소는 다르지만, 원인은 비슷하다. 인원이 부족하다고 업무를 통폐합하고 21조를 하지 않아 위험을 봐줄 사람이 없었다. 처음 하는 일에 교육은 없고, 안전관리담당자를 배치하지도 않았다. 검사와 정비를 위해 기계 운전을 정지하거나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방호 장비를 해야 하지만, 정비와 검사를 위해 노동자들을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빨리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숨은 뒷전이었다. 안전설비도 안전조치도 없지만, 불안정한 일자리지만 그 일이라도 하려면 원청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런 죽음을 막아보자고 노동자 시민들은 모여서 요구했고, 2020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었고, 20221월 시행 예정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시민의 억울한 죽음에 책임질 자를 분명히 하고, 다시 그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처벌이라는 제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 죽음들을 막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하위법령을 통해 구체적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중대재해 중 직업성 질병 범위를 규정하고,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되는 포괄 장소를 정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의무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의 안전보건교육 이수방안을 명시하고,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공표할 것인지를 담는다. 시행령에 대한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 나오지 않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려고 했던 취지를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면 시행령에 담길 내용은 너무 명확하다. 국민의 목숨을 지키고, 재해 발생 원인을 제공한 기업과 책임자에게 확실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한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와 목적을 담아야 한다.

누가 책임질 위치에 있느냐가 분명하지 않으면 꼬리 자르기가 반복되고 안전은 예방조치 없이 다시 방치될 것이다. 그래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져야 할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포괄적이고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안전보건 담당자를 따로 두고 그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게 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명백한 꼬리 자르기였다.

예산과 인원, 조직구조에 결정 권한이 있는 자가 책임자다. 그런 결정에 따라 운영되는 구조를 품고 있는 법인이 책임져야 한다. 인원이 부족한데 사람을 더 채용하지 않고 업무를 통폐합하고, 하청으로 일을 줄 것인지를 결정하고, 안전조치를 위해 얼마의 비용을 책정할 것인지, 생산량과 이익을 맞추기 위해 어떤 기계를 더 도입하고 수리하고 근무체계와 노동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나 조직, 그 단위가 책임자다. 그런데 경영계에서는 안전관리 담당 이사를 두겠다고 한다.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라 중간 다리를 하나 더 둬서 그에게 책임을 묻자고 한다. 꼬리를 길어지게 할 뿐이다.

따라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은 법 제정의 취지를 더욱 잘 이행하도록 제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노동자의 목숨을 더 이상 죽이지 않으려면 원청에게 책임을 묻고, 결정권자에게 제재를 가하고, 법인이 잘못된 조직운영에 책임지게 해야 한다. 긴 노동으로 직장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방사선 피폭을 당하고, 화학물질로 직업병에 걸리고, 암 환자가 되는 이들도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해야 한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가족을 봐야 했던 이 고통을 또 다른 누군가가 겪기 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여전히 기업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5월 따스한 봄날을 채 누리지 못한 이들에 대한 추모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 제정으로 할 것이다. 그분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유족들의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2021510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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