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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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법
  • 김기태
  • 승인 2021.05.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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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김기태 사무국장

의료는 그 자체로 공공의 성격을 띤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안아줘야 하니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환자의 입장에서야 의사의 불친절과 여러 검사같은 과잉진료만 아니라면, 우리 사회에서 의료만큼 공공성을 갖는 분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의료의 공공성이 낮은 이유는 공공의료량의 절대적 부족과 공공보건의료체계 없음을 먼저 꺼내든다. 당연한 지적이고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공의료가 부족하다보니 의료의 많은 부분을 민간의료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민간의료에 의료의 공공성만은 지켜달라는 요구는 설득의 힘이 부친다.

환자를 성심껏 진료하고 치료하는 역할 외에 무엇이 의료기관의 공공적인 모습일까? 여기서는 특히 지역사회,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는 의원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에 도움이 되는 진료활동을 하는 의원에 항목에 따라 점수를 주고 이를 근거로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지원을 해주는 방법이다. 점수를 주는 항목은 이렇다.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에는 등록점수를 주자. 소비자들의 의료쇼핑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데 주치의제가 통할 것 같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주치의제와 비슷한 여러 시범사업을 펼쳤다.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사업,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 그리고 이 모두를 통합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통합 시범사업이다. 이들 사업들은 하나같이 환자 등록과 예방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주치의제와 맥이 닿아 있다. 민간에서는 적자를 무릅쓰고 지역민의 건강을 위해 과감한 주치의제 실험을 진행한 곳도 있다.

환자는 의료기관을 찾아 헤매고 의료기관은 환자를 나눠서 받아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한 장애인건강주치의제를 하는 기관에는 기존 시범사업 수가 외에 가산점을 주자.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지역사회통합돌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는 점수를 매길 수 있는 항목이 많다. 다양한 직역이 모이는 팀 진료, 방문재활, 방문약료, 방문간호 등 의료기관이 결합하는 사업에 따라 점수를 주는 식이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들에 대한 추가 점수도 고려해 보자. 현재 시범사업 중인 수가는 외래 진료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 방문진료는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만큼 점수에 인색해선 안 될 것이다. 

의료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미등록 노동자와 난민, 그들의 아이들을 위한 진료에 나서는 의원도 생각해야 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권의 차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이 없다면 한국 사회의 농촌과 공장은 돌아가지 않으니 꽤나 현실적이지 않은가.

특정과 전문의만 길러내는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지역사회(동네) 의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는 실습점수를 주는 것도 생각해보자. 1·2·3차간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방법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공휴일과 야간진료를 하는 의원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필요가 많은 곳이다. 단독개원의 한계가 있지만 방안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모 지자체에서는 여러 명의 의사가 공동으로 밤 10시까지 진료와 공휴일·주말 진료를 해주는 '조건'으로 지자체가 시설 지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직원들 인권교육에 적극적인 의료기관에는 안전점수를 주는 것은 어떨까? 혐오와 편견, 차별을 없애는 투자야말로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마련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는 데 많이 이들이 공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의료의 사전적 정의는 의술로 병을 고치는 일이다. 공공성은 사회 일반의 여러 사람 또는 여러 단체에 두루 관련되거나 영향을 미치는 성질을 말한다. 앞서 열거한 내용들이 의료에 공공성을 더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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