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한미FTA 6차 협상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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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한미FTA 6차 협상에 대해서
  • 전양호
  • 승인 2007.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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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3일 미 의회 의사당에서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후 어느덧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한미 양국을 오가며 5차례의 협상이 진행되었고, 지난 1월 15일 6차 협상이 한국에서 시작되었다.

다섯 차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국내에서는 찬반논쟁이 이어져왔고, 정부는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결코 미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의 만료시점에 쫓겨 협상을 마무리 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다짐한바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빅딜설이나 정부의 협상에 나서는 태도를 볼때 TPA의 만료 전에 협정을 마무리 지으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

TPA는 전적으로 미국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미국은 1990년대 들어 WTO 다자간 협상을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무역장벽을 허물어 자국산 상품의 수출을 늘리려고 노력하였지만 오히려 농업보조금과 반덤핑조치를 비롯한 미국의 비관세장벽을 낮추라는 개도국의 저항에 부닥치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 이른바 쌍둥이 적자로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게 되자 미국은 다자간 협상에서 양자간 FTA로 방향을 전환하여 자국의 비관세장벽을 유지하면서 협상대상국의 무역장벽을 낮추려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TPA는 이러한 미국의 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제도이다. 미국 헌법 1조는 ‘외국과의 통상을 규제하는 권한은 의회에 속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양자간 FTA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지난 2002년 교역협상의 권한을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한시적으로 이양받고, 의회는 90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찬반투표만을 하게 되는 TPA를 도입하게 되었다.

애초에 아무런 준비 없이 미국과의 협상을 서두르게 된 이유도 6월 말의 TPA 만료 전에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정부 관료들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여러 쟁점들이 부각되고 미국의 완강한 태도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고, 미국은 그동안 불공정함이 꾸준하게 지적돼왔던 비관세장벽의 유지, 다른 국가들과의 FTA에서 관철해왔던 사항들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을 자진해서 해결하면서까지 협상을 구걸한 우리 정부로서는 이미 지고 들어간 협상인 것이다.

이번 6차 협상에서는 핵심쟁점인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위생검역 4개 분과에 대해서는 아예 협상의제로 올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정부는 시간에 쫓겨 주고받기식의 고위층의 정치적 타결을 통한 협상 타결을 시도할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단 말인가? 우리 농민들의 피와 눈물, 우리 국민들의 고귀한 건강권, 우리의 문화. 이런 것들을 내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협정에 의한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도 오히려 손해가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설사 이익이 있더라도 그것은 자본의 것이지 일반 민중들의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전 세계적인 양극화의 확대재생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TPA는 미국의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제도이지 우리 민중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제도가 아니다. 지금 정부가 할일은 시간에 쫓긴 협정 체결도 아니며 한미 FTA를 반대하는 평화적인 집회의 원천봉쇄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실익을 따져보고 주고받기식의 협상이 아닌 지켜야하는 것은 지킬 수 있는 협상을 진행해야 하며 만약 실익이 없다면 과감하게 협상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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