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안 “文정부 최대 실책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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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법 개정안 “文정부 최대 실책 될 것”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1.06.0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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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 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안 “미국식 의료영리화 발판”
보험업계 “의료민영화는 기우일 뿐…환자 동의 기반 편의 제공일 뿐” 반박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토론회’가 오늘(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개최됐다. (출처=참여연대 유튜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토론회’가 오늘(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개최됐다. (출처=참여연대 유튜브)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소비자 권리보호와 편의성 증진이 아닌, 보험사 이익률 개선 나아가 보험사가 병원을 지배하는 미국식 의료영리화 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인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오늘(2일) 오전 10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으로 제기된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개정안은 실손보험의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청할 경우 요양기관은 진료비 영수증‧계산서,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토록 하고, 해당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등과 같은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하는 내용으로 국회에 총 5건이 발의된 상태.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사보험사의 의료정보 축적, 정보주체 동의 없는 개인정보의 활용‧매매, 종국엔 당연지정제를 기반으로 한 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최대 실책이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실상 ‘무규제’ 실손보험…국제기준에도 미달

발제에 나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우석균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은 여타 OECD 국가에 비해 15~25% 정도 낮고 보장률도 60% 초반으로 평균 이하다. 반면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은 3천800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80% 가까이 되지만, 실비보험은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이지 못했고 지급률은 55% 수준이며, 실제 보험금 수령액은 6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외국의 실손보험은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이 민영보험을 감독 ▲민영보험사의 최소 손해율 설정 ▲노인의 실손보험 가입 보장 ▲실손보험율의 지급 하한선 규정 등이 우리나라의 경우와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환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아닌 민영보험사의 보험에 대한 몰이해이며, 개정안을 통한 환자 의료정보 취득에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업계에서는 상위 10~20%의 가입자의 과다이용, 전체 보험청구의 14.4%가 보험사기 등을 이유로 진료내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실비보험이 정작 필요한 노인과 질환자의 가입은 막는 등 이미 역선택을 구조화하고선 이를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로 풀어내고 있다”면서 “보험은 원래 예상 못 한 사건, 목돈이 드는 질환으로 인한 치료비를 가입자 함께 지는, 부조가 기본원리인데 일부 이용자의 과다이용을 문제 삼는 건 사회적 원리를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 대표는 소액청구를 위한 가입자 편의성과 행정업무 근로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자적 전송’이 필요하다는 보험업계의 주장에 대해 “소액청구 간소화를 위해서라면 이미 여러 방법이 존재하며, 소액청구이므로 진료세부내역이 아니라 영수증만 자동 청구화하면 해결될 일”이라며 “비급여 내용뿐 아니라 보험청구와 무관한 보험진료내역까지 달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 범위도 불명확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제출방식이 종이에서 전자로 넘어갈 경우의 위험성은 디지털정보는 질적으로 축적‧갱신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며 “이미 가입한 80%의 국민의 건강보험진료내역 전체를 ‘표준화된 전산자료’를 사보험사가 송부받는다는 건 지급율을 높이겠다는 목적에도 맞지 않고 목적에 불비례한 위험만 클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 대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10년 정부와 수의계약을 맺고 낸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를 언급하며,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 보고서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주춧돌일뿐이라고 비판했다.

우 대표는 “이 보고서에서는 핵심산업분야의 하나로, 개인의료정보 데이터베이스화와 환자 정보 공유 등 의료정보화를 꼽았으며, 이를 징검다리 삼아 자사보험을 병원과 연계된 공적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으로, 나아가 당연지정제 폐지까지 담고 있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개인정보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 문재인 정부의 마이헬스데이터 등 이 보고서를 지침으로 의료영리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 2016년 한국약학정보원 등이 한국 IMS헬스에 개인의 조제‧처방자료를 팔고, 2017년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바대로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SCI평가정보,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이 1년 간 정보제공자 동의 없이 결합한 데이터는 개인정보 1억7천만 건에 이르렀고, IMS헬스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이미 드러났다고 우 대표는 짚었다.

또한 우 대표는 이번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가 주창한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보장률 강화, 일명 ‘문재인 케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맹비난하며, 실손보험이 건강보험과 비급여를 위한 비급여를 늘리는 등의 악영향을 규제하기 위해 금융당국뿐 아니라 보건당국이 나서 실손보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보험사가 금융당국뿐 아니라 보험당국에게까지 규제를 받는 게 국제 기준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고 있고, 위험손해율이 아니라 영업손해율이 국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우 대표는 ”보험사에 개인의료정보를 넘길 경우의 부작용은 해외 여러 사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고,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법적, 윤리적, 사회경제적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비판적 실손의료 방치…건강보험 허문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이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로 의료공급자와 민간보험을 계약관계로 만드는 것을 꼽았다, 그는 “한국 의료체계가 당연지정제로 운영되는 공공방식이라는 전제하에 민간보험사와 의료공급자의 환자정보교류는 공적보험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전산적 송부를 위해 정보표준화와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이는 쉽게 신용정보, 통신정보 등과 결합돼 개인이 특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체계에 대한 평가와 전망 없이 민간보험 상품 출시를 방관하고, 보장성 강화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공공의료 확대가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개정안에서 가입자 편의성을 강조하는데, 정작 필요한 ‘편의성’은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 필수 상황에서 의료공급자를 환자가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데 적용돼야 한다”면서 “편의성을 높이고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보건복지부가 나서 본인부담금을 낮추는 방안에 착안하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보건복지부가 실손보험상품 확대 방치로 ‘인보사 사태’가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유전자조작으로 성분자체가 달라진 ‘인보사’가 임상현장에서 1천6백 케이스나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은 실손보험에서 보장됐기 때문”이라며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로 인보사 같은 약의 오남용을 방치하고, 여기에 기생하는 실손보험을 좌시하는 게 복지부의 역할도 아니고 순서도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지부는 실손보험 보험약관의 표준화, 간소화를 주도하며 민간보험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영향력 평가를 복지부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주체의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 위험 커

이어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과 전자정부법에 대한 법률적 문제를 지적했다.

변호사이기도 한 참여연대 이찬진 집행위원장은 “전자정부법은 심평원 정보와 건보공단 정보가 민간보험사에게 포괄적, 자동적, 전자적, 정기적으로 이관되는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으로 보호되는 건강정보 일체를 민간보험사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악법으로 헌법상 사생활 비밀 보장권을 형해화하는 위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재수 의원이 낸 보험업법 개정안을 보면 보험사가 의료정보를 사용한 뒤 삭제하도록 하는 조항이 전혀 없어, 개인 의료정보는 보험사 소유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정보 제공에 동의했더라도 그 동의를 철회할 권한을 줘야 하는 데 이런 내용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상임이사는 “데이터3법 개정으로 민감정보도 가명처리만하면 제한없이 기업이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석되고 있는 한편, 우리나라의 민감정보 보호체계는 한계가 있다”며 “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화는 정보주체에 대한 프로파일링처리, 나아가 보험금 지급 거절 등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 이사는 “국민 개인정보를 포함한 공공데이터 접근권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우선할 수 없으며, 최소한 민감정보의 자동화된 처리에 대해서는 정보주체의 명시적 동의와 기술적‧관리적 안전조치 뿐 아니라 목적 외 이용 및 제3자 제공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법률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면서 “목적에 적합한 처리방식, 보험금 지급목적에만 필요한 자료에 대한 열람만, 자료의 저장금지, 삭제, 목적에 적합한 처리방식 또한 규정돼야 입법정당성이 갖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규제? 의료민영화 발판?…주장 진정성 의문”

반면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시민사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당혹감을 표했다. 손해보험협회 박기준 장기보험부장은 “새로운 제도 도입 시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에 이견과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사실확인도 안된, 근거조차 불분명한 주장으로 비약하고 억측하면 제도가 나올 수 없다”면서 “청구 간소화 요구는 갤럽, 코리아리서치 등의 조사기관을 통해 나온 여론이며, 9만7천개의 약국과 병원을 가입자가 일일이 재방문해 영수증을 발급받는 불편함에 대한 현실적 문제 제기”라고 밝혔다.

이어 박 부장은 “4차산업 시대에 혁신을 외치는 정부와 회사들의 변화에 함게 해보고자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법안이 발의된 것”이라며 “이런 취지를 시민사회에서 의료민영화다, 영리목적의 개인정보 무단 사용을 위한 발판이다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당황스럽고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의 취득, 활용 등은 금융회사가 절대로 무단으로 마케팅 목적 등에 사용 할 수 없고, 동의와 선택을 기본으로 하며 선택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무단사용 등은 상정하지 말아달라”며 “정보보안 우려 때문에 전자적 송부 중계기관을 공적기관인 심평원을 선정하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 부장은 “외국의 손해보험사의 적정지급율이 80~85%라는 건 우리도 아는데, 한국 손해보험사의 지급율은 116.2%라 고민이고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한해 보험사로 들어오는 청구는 1억6천 건, 종이로 환산하면 4억장에 이르는데, 서류작업을 위해 병의원 원무과 직원, 스탭은 물론 보험사 직원도 힘들어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도로 혜택을 받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근거없는 불신을 거둬달라”며 “소비자를 위해 어떤게 좋은 지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이동엽 보험정책과장도 “의료계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 방식이 핀테크 업체가 중심이 돼 선택적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논의가 발전 중인데 다른 이야기가 나와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운을 뗐다.

이 과장은 “이번 토론회를 들으면서 의료계(시민단체)의 주장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보안 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우려가 의료계가 진정성을 갖고 문제제기를 하는건지 전산화를 무산시키기 위한 시도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장은 “김병우 의원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녹색소비자연대 윤영미 대표가 이러한 의료계의 궤변에 울분을 토하며, 실손보험 간소화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이미 자동차 보험하면서 관련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정보유출 문제도 없기 때문에 실손보험도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의료민영화 이야기 많이 나오는데, 건강보험 보장율이 60%고 민영화 될 수 없다”며 “한국 의료계가 글로벌에서 1등 산업으로 발전하길 바랄 뿐이며 의료계가 의료민영화 프레임 뒤에서 혁신과 시도의 싹을 잘라내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보험업에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여러 의견을 들어 의료행위 소지가 없는 것만 담았으며, 그 목적은 국민들이 재밌게 건강관리를 받도록 하는데 있다”며 “민주적 국민 주권, 견제, 균형을 이번 청구 간소화를 위한 전산화에 대입해 봤는데 이는 소비자의 자기 정보 결정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공·사보험의 정보연계 통한 공적기능 강화 극대화

이에 보건복지부 공인식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이 보험사가 가진 정보와 공적 정보가 연계돼 공적 가치를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 과장은 “개인 의료정보가 의료기관과 환자의 공동 정보라는 것을 이해했고, 환자 기록에 대한 소유, 이동, 활용, 가치 창출에 있어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간의 가치 충돌이 있는 것 같다”며 “우려는 최소화하고 공적기능을 최대화한다는 원칙하에 정보 범위 표준을 명확히하고, 어떤 장치를 만들지 논의를 구체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공 과장은 “공사보험관계 설정을 건강히하기 위해 공사보험협의체라는 단체를 꾸리고, 실손보허 상품 구조, 비급여 이용자와 공급자 관리체계, 도덕적 해이 등을 논의한다”며 “보험업법 관련한 실태조사를 안정적으로 실시하고, 공보험과 사보험이 필요한 정보를 연계하고 분석을 통해 상호보완하면서, 공사보험의 공적기능 극대화를 목표로, 현장 의견 수렴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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