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에 대한 흔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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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에 대한 흔한 오해
  • 최선임
  • 승인 2021.06.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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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건강세상네트워크 최선임 운영위원
청와대로 찾아간 간호사들: 2020.7.6. 의료연대본부&행동하는간호사회 기자회견 장면(사진제공= 최선임)
청와대로 찾아간 간호사들: 2020.7.6. 의료연대본부&행동하는간호사회 기자회견 장면(사진제공= 최선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되면서 환자를 돌볼 중환자 병상 부족과 숙련된 간호인력 부족이 사회문제로 제기됐고 간호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 증가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는 지난 2020년 고등학생 희망 직업 2위, 중학생 희망직업 8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간호학과 입시경쟁률은 전국적으로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취업과 모집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전국의 지자체와 대학에서 간호학과 정원을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선 현장의 많은 간호사는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고군분투하다 병원을 떠나고 있다. 정부는 상황이 심각함에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이런저런 무성의한 방안만 남발한 채 손쉬운 간호학과 정원 확대만 추진하고 있다.

간호사를 둘러싼 태움, 폭력, 처우 문제 등 여러 문제가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면서 간호사집단은 뭔가 문제가 많고 복잡한 집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언론은 진정성을 갖고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려는 취재와 보도를 하기보다는 자극적인 보도로 관심을 끄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방송 드라마에서는 간호사를 주인공 의사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소재나 배경으로, 때로는 성적 대상으로 상징화하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상당수 유투브채널이 조회수를 위해 사실 무근의 자극적인 소재로 무책임하게 간호 문제를 악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간호사에 대한 흔한 오해는 국민건강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 것일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되지 않고, 법적으로 처벌될 일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 일반인들의 간호사에 대한 이해 부족에 바탕을 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간호사라는 의료인에 대한 대다수의 몰이해나 무관심 또는 무책임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이러한 문제들이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지역 간 건강불평등을 심화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간호사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중소병원, 특히 지역 공공병원의 간호인력 부족 문제, 병원간호사의 과중한 노동과 숙련된 간호인력 부족, 태움 등 병원간호사와 관련된 현실과 해결방안에 대해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간호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는 중요 요인의 하나가 간호사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해라고 생각하기에 우선 간호사와 관련된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간호사는 가까운 동네의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가벼운 건강 문제가 있을 때 우리가 주로 이용하는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에서는 간호사를 거의 찾기 어렵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의원의 경우 2∼3곳 당 간호사 1명, 한의원 15곳 중 1명, 치과의원 50곳 당 1명의 간호사가 근무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신장투석 등 특별한 의료적 처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 진료보조나 행정업무가 주로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사실상 간호사를 거의 볼 수 없다.  

과거에는 외래 환자진료에도 간호사를 일정 수 배치하도록 법으로 규정했으나 거의 지켜지지 않아 법조항이 폐기됐고 현재는 의료법 27조에도 불구하고 의원급에 한해서는 간호 및 진료보조를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최근에는 이름표에 직역을 표시하도록 의료법에서 명시하고 있으나, 일반 병의원의 간호조무사나 행정업무를 하는 직원을 간호사로 오해하게 하거나 사칭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 왔던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고, 치과의원에 있는 치과위생사(의료기사)를 간호사로 오해하는 경우, 심지어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동물병원의 직원을 간호사로 표시하는 어이없는 경우도 보았다.

간호사는 3년제 전문대학을 나오면 될 수 있다?

간호는 모든 개인과 가정,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건강의 회복, 질병 예방, 건강 유지와 증진에 대한 지식, 기력, 의지와 자원을 갖추도록 직접 도와주는 활동이다. 간호사는 이를 위해 간호학과 더불어 생물학, 의과학, 인문학 및 사회과학과 관련된 방대한 영역의 통합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간호교육기관은 기존에는 3년제 전문대학과 4년제 학사학위 프로그램으로 이원화돼 있었지만 사회변화발전에 부응해 수년 전부터 4년제 학사학위 과정으로 일원화됐다. 간호사가 되려면 다른 의료인과 마찬가지로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간호학 전공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전문간호사의 경우는 실무경력을 갖추고 석사과정인 전문간호사 과정 완료 후 자격을 취득한다. 간호사의 상당수는 간호학석사 혹은 박사학위를 취득해 보건의료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간호사는 주사 놓고 진료 보조만 하는 사람이니 친절하기만 하면 된다?

간호사는 의료인이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5종이다(의료법 제2조). 의료인은 종별에 따라 임무를 수행해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 

의료법에는 간호사의 담당 임무를 4개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➀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➁간호요구자에 대한 교육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보건 활동 수행 ➂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진료의 보조 ➃간호조무사의 수행업무에 대한 지도이다.

병원에 있는 간호사는 의사와 함께 환자를 돌보며, 환자와 보호자에게 요양 방법이나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한다. 주사 놓는 일은 빙산의 일각이다.

간호사가 다른 의료인과 다른 점은 처방전을 작성교부하지 못하고 조산원을 제외한 의료기관(병의원)을 개설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 전문간호사의 경우는 클리닉을 운영하며 일정 범위의 진료행위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간호사는 노인요양시설, 산후조리원 등 요양관련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의료기관을 설립하거나 운영하지는 못한다.

간호사가 간호와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고용돼야만 한다. 그래서 민간의료기관이 대다수인 우리나라의 간호사는 의료기관과의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고용과 인력, 근무조건 등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간호사는 병원에만 있다?

간호사는 우리 생활의 많은 영역인 삶터, 배움터, 일터의 곳곳에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일을 한다. 대표적으로 전국 지역 보건기관의 주요 인력은 간호사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면서 일부 기관에서는 보건소장으로, 대다수는 간호직 혹은 보건의료전담 공무원으로 선별진료소와 백신접종센터 설치와 운영 및 감염병 대응을 위해 크고 작은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보건교사로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을 위해, 기업에서는 보건관리자로, 소규모 기업 노동자의 건강을 돌보는 지역의 근로자건강센터나 안전보건센터에서, 그 외에도 노인복지시설 등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간호사는 미혼의 젊은 여성이 잠시 거쳐 가는 직업?

남자 간호사가 이미 1만 명이 넘었고, 최근 매년 면허 취득자의 15% 가량이 남자 간호사이다. 근래에는 다른 학과를 졸업하고 직업 활동을 하다가 다시 간호학과에 지원해 간호사가 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간호사를 사칭하는 것은 해도 되는 가벼운 애교?

어느 폭력 관련 공익광고에는 장난으로 그냥 툭 친 거라고, 또는 친구 사이에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치부되는 일도 당하는 사람에게는 폭력이고 인권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칭은 이름, 직업 따위를 거짓으로 속여 이르는 것이다. 손쉽게 간호사를 사칭하거나 간호사에 대해 근거 없는 말을 하는 것은 의사나 법조인을 사칭하는 것보다는 가벼워 보이니 애교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넘어가도 될까?

면허대여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이다. 무책임한 말이나 무례한 언행은 힘든 여건에서도 소임을 다하고자 하는 간호사의 자긍심과 사기를 꺾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 간호사는 참 많이 아프고 힘들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에 간호인력정책과가 신설됐다. 폐지된 지 수십년 만의 부활이다. 정부의 주요 정책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확대,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확보, 치매국가책임제,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을 갖춘 숙련된 간호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 뒤늦게라도 장기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구한말 우리나라 근대보건의료의 시작과 함께한 간호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간호부, 간호원, 간호사로 이어지며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변화발전과 함께 발전해왔다. 근래 30∼40년간 보건의료분야는 급속도로 확장되고 전문화, 세분화됐다. 새로운 직역들이 생겨나고 각 분야에서 많은 보건의료인력들이 활동하고 있다.

법으로 규정한 보건의료인은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을 포함해 약사, 한약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안경사, 응급구조사, 영양사이다. 

그 외에도 관련된 여러 자격분야가 있다. 최근에는 PA(physician assistant 의사보조) 공식화, 합법화 논란까지 있다. 이러한 보건의료인들이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해 매우 필요한 일이다. 

음압병실로 투입되고 있는 서울의료원 간호사들.
코로나19 병실로 투입되고 있는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사진제공= 건강세상네트워크)

그런 중심에 간호사가 있다. 간호사는 활동하는 전체 보건의료 인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핵심 의료인력인 간호사가 곳곳에서 활기차게 적극적으로 수준 높은 활동을 할 수 있다면 나라 전체 보건의료와 국민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간호사의 현실은 심적으로 물적으로 참 힘들고 위태롭다.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간호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건강형평성과 국민건강 증진에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학교에서는 보건의료의 발전과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질 높은 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쓰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픈 이를 도와주는 직업이 보람차고 즐거울 것 같아 간호사의 꿈을 품고 입학하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는 병원을 떠날 계획부터 미리 세우고 입사하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으로 보면 자원낭비이고 손실이며 보건의료안전망이 위태로운 일이다. 세계 여러 나라 많은 의료인들은 국민의 존중과 신뢰를 통해 어려움을 견딜 힘을 얻고 사명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간호사들이 의료인으로서 자긍심을 잃지 않고 국민의 건강과 질 높은 간호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가 절실한 상황이다.

최선임(인천재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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