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대유행보다 더 무서운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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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4차 대유행보다 더 무서운 질병
  • 원용철
  • 승인 2021.07.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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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시론] 원용철 논설위원
코로나19 병실로 투입되고 있는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사진제공= 건강세상네트워크)
코로나19 병실로 투입되고 있는 서울의료원 간호사들(사진제공= 건강세상네트워크)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유례없는 폭염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다시 2주간 연장되는가 하면 전국적으로는 지자체별로 자율적으로 적용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괄적으로 3단계가 적용되고,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경우는 인구대비 확진자 비율이 서울 다음으로 많아져 내달 8일까지 2주간 거리두기 4단계로 격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4차 대유행보다 더 위험한 것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피로가 누적돼서 그런지 사회적 무관심과 극단적 이기주의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가 끝 모를 터널에 갇혀 버린 것 같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초기만 하더라도 비록 혼란은 있었지만 사회적 무관심과 극단적 이기주의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최소한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도 있었고, 서로 배려하며 지혜를 모아 빨리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4차 대유행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며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보다는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 남의 아픔과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만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남 탓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럴 때 일수록 모두가 차분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등 지혜를 모아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내로남불 하고 있다. 이렇게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은 증폭되고, 분열되고, 혐오하고, 거기에다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는 등 사회 전체가 위기상황이 되어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던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사회는 새로운 4계급이 출현했다고 했다. 첫 번째 계급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로 이들은 코로나19 이전과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는 위기를 잘 건널 수 있는 계급이다.

두 번째 계급은 필수적인 일을 해내는 노동자(The Essentials)로 의사·간호사, 재택간호·육아노동자, 농장노동자, 음식배달(공급)자, 트럭운전기사, 창고·운수 노동자, 약국직원, 위생관련 노동자, 경찰관·소방관·군인 등으로 위기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해내는, 일자리는 잃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 부담에 노출된 노동자들이라고 했다.

세 번째 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The Unpaid)로 소매점·식당 등에서 일하거나 제조업체 직원들로 코로나19 위기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며, 마지막 계급은 잊혀진 노동자(The Forgotten)로 미국인 대부분이 볼 수 없는 곳, 이를테면 감옥이나 이민자수용소, 이주민농장 노동자캠프, 아메리칸 원주민 보호구역, 노숙인시설 등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코로나19가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하면서 필수적 노동자들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 한다면, 임금 미지급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일터로 돌아간다면, 잊혀진 사람들이 그대로 잊혀 진다면, 그 사회는 어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라이시 교수의 말처럼 지금 우리 사회도 극단적 이기주의로 인한 사회적 갈등, 불평등의 심화로 인한 양극화,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극단적 개인주의,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조상 탓이란 말처럼 남 탓하기 등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병이 번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사회적 질병이 대유행을 하면서 더 심각한 사회적 재난상태가 된 것 같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별(astro)이 없는(dis) 상태가 바로 재난(disaster)이라고 했다. 지중해를 향해하던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망망대해에서 별을 보고 항로를 찾아야 했기에 그들에게 별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배가 항로를 잃는다는 말이고,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회적 무관심, 극단적 이기주의, 혐오 등으로 항로를 잃어버린 배처럼 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다. 힘들 때 진짜 친구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친구가 필요하다. 다시 상생과 협력, 더불어 사는 별을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의 유발 하라리(Y. Harari)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인류는 특별히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전체주의적 감시체제와 민족주의적 고립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와 글로벌 연대의 길로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배려와 협력,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재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극단적 개인주의를 벗어나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자세로 주위를 둘러보자. 그리고 서로 격려하자. 그리고 손을 맞잡자. 그것만이 배들이 하늘의 별을 보고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코로나19 재난을 잘 극복할 수 있는 길이다.

원용철(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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