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강화할수록 의약품 가격만 높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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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 강화할수록 의약품 가격만 높일 뿐”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1.08.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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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세넷 등, 온라인 간담회 ‘지식재산권’… 저소득국가 등 의약품접근성 높일 수 있는 방안 모색
건세넷 등이 지난 12일 지적재산권 관련 온라인 기획간담회를 개최했다.
건세넷 등이 지난 12일 지적재산권 관련 온라인 기획간담회를 개최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지도 1년 6개월이 넘어섰지만,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 쇼크만큼이나 지독한 고소득 국가들의 백신 사재기와 이기주의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써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접근권이 전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거대제약사들의 독점권에 가로 막혀 진전을 보이지 못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 신종플루) 대유행 때에도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개발사인 길리어드와 판매권을 독점했던 로슈는 타미플루의 지구적 공급을 가로막아 세계시민사회의 비난을 받았던 바 있다. 당시 타미플루의 생산량은 로슈의 공장을 10년간 쉬지 않고 가동해도 세계 인구 20%가 복용할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는 자신들의 ‘권리’라는 미명 하에 타미플루의 생산과 공급을 틀어쥔 채 놓지 않았고, 전 세계의 고소득국가들이 웃돈을 쥐어주며 타미플루를 구매하는 바람에 두 회사는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의 목숨을 댓가로 엄청난 ‘돈방석’에 앉게 됐다. 과연 의약품 특허의 인센티브를 지금처럼 독점적인 형태로 유지해야만 하는가?

건강세상네트워크(공동대표 현정희 조선남 이하 건세넷)가 지난 12일 더 나은 의약품생산체제를 위한 시민사회연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민중건강운동 등의 단체들과 함께 온라인 기획간담회 ‘의약품특허 인센티브는 반드시 독점적 형태여야 하는가?’를 개최해 지적재산권이 기술혁신과 R&D 촉진을 통해 의약품접근성을 향상시켰는지를 살펴보았다.

임소형 활동가
임소형 활동가

건세넷 김재천 운영위원의 사회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주발제자로 나선 민중건강운동 임소형 활동가는 “이상적으로는 지적재산권 제도에 따라 R&D가 촉진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의약품들이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줘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R&D를 장려하는 지적재산권이 제약사들에게 독점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을 줘 결과적으로 의약품 접근권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의약품 개발에 여러 형태의 공공의 돈과 지원이 들어간 것에 비해 그 접근권과 수익이 오롯이 제약사들과 그들의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현재의 구조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 바로 지적재산권”이라면서 “특허 제도가 아무리 발달돼 있다고 해도 돈이 되지 않는 질환, 주로 구매력이 부족한 중저소득 국가의 민중들이 고통받는 질환들에 대해서는 백신이나 치료제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면 할수록 오히려 의약품의 가격만 높일 뿐”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임 활동가는 “지난 1995년 체결된 트립스 협정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받는 제약사의 독점적 가격 설정을 기존보다 더욱 용이하게 하고 복제 의약품의 생산을 위축시켜 의약품 접근성과 공급에 대한 불평등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며 “제약사들이 진정으로 코로나19 종식을 위한다면 백신의 R&D에서 공적자금이 얼마나 투입됐는지, 백신의 생산과 공급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인지, 각국에 얼마의 가격으로 백신을 판매하고 있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이는 백신의 가격, 즉 자신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결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물론 코로나19 백신 제약사들이 생산기술이전과 생산 파트너쉽 등의 방법으로 백신의 공급량을 늘리고는 있지만, 이는 철저히 이윤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 코로나19 백신의 공정한 분배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는 제약자본의 지적재산권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 전 세계인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들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유예시키거나 철폐토록 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권미란 활동가
권미란 활동가

지정토론자로 나선 정보공유연대 권미란 활동가도 ‘에이즈, 신종플루 유행 대응에서의 교훈’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생산역량 확대를 위해서는 트립스협정안 유예와 실질적 기술이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의약품 연구개발 및 생산·공급 과정에서 민간 초국적제약사가 압도적 지위를 가짐으로써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의약품 연구개발이 필요(needs)에 근거하지 않고 오로지 시장이윤만을 좇아 이뤄짐으로써 돈이 안되는 병(neglected disease)과 의약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지지 않고 있는 것과 특허권 및 자료독점권 등을 통해 의약품을 독점 생산하면서 생산량과 약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권 활동가는 “특히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압축적으로 직면하게 된다”면서 “팬데믹 발생 시 단 시간내에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지만 사전 예측의 어려움과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감염병 대비 연구개발의 경우 시장실패를 가져와 주로 공공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연구개발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신종플루와 관련해서도 “유행 5개월만에 백신이 개발되면서 치료제의 활용보다 백신접종에 집중했지만 선진국의 기부는 약속과 달리 많지 않았고, 제약사의 기부는 선진국에서의 접종이 거의 완료될 무렵 이뤄져 저소득국가에서는 선진국에서 유행이 거의 끝날 무렵부터 백신분배가 가능했다”며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전 세계 인구 80%가 단시간내에 백신접종을 마치기 위해서는 강제실시나 자발적 실시, 기부 등을 통해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는 방식보다는 트립스협정안 유예와 실질적 기술이전을 통한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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