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경은 충청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에게 받은 DNA덕분에 자연스레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이 품고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꽃, 그 자체보다 꽃들이 살고 있는 곳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로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겸손하다. 더 낮고 작고 자연스런 시선을 찾고 있다. 앞으로 매달 2회 우리나라 산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 편집자 주
폭염 속에 찾아간 그 계곡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 작은 꽃들이 자리 잡은 곳은 시원하고 촉촉한 물가가 아니라 계곡 건너편 척박한 석회질 바위 위였다. 키도 작고 꽃달림도 약하고… 예전에 찾았던 옥천 ‘병아리풀’의 호텔급 터에 비하니 너무나 안쓰러웠다.
그곳은 ‘자생지보호’라는 간판이 서있고 바위지만 이끼가 제법 깔려 있으며, 얇지만 흙도 폭신했다. 그래서인지 잎과 꽃, 그 앉은 자태에서 여유로움이 풍겨나고 있었다.
사는 곳은 경기도 일부와 강원 이북!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충북 옥천은 씨를 뿌려 자리를 잡았고 자치단체에서 훼손 정도를 살피고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작은 꽃들 앞에는 수식어가 붙는다. 각시~ 애기~ 좀~ 왜~ 벼룩~ 등. 병아리도 그 중 하나이다.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돌틈이나 풀숲에 숨어 있는 병아리풀이 존재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분홍빛 병아리의 벌어진 입에는 노오란 구슬이 물려져 있다. 작아서이기도 하지만 노른자를 물고 있어 ‘병아리풀’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드물게 흰색 병아리풀도 볼 수 있다.
꽃이 한쪽으로만 치우쳐 피어난다. 어느 해는 추석 즈음에 만났는데 아래서부터 피는 꽃차례 그대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생명이 있으니 당연히 감내해야 할 숙제이나 매달려 있는 다음 세대가 참 버거워 보였다.
그 와중에도 화려하게 빛나는 진분홍 꽃빛은 돌틈에 몸 붙이고 부릴 수 있는 가장 큰 객기인 듯 여겨져 기특하기도 했다. 오늘 비소식이 더없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