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보험에 관심 있으세요?”
상태바
“치아보험에 관심 있으세요?”
  • 김의동
  • 승인 2021.11.03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아보험 솔루션 - 프롤로그] 서경건치 김의동 전 회장

밤에 이 안 닦고 자면 망태할아버지가 천만원 뜯어간다는 모 온라인 커뮤니티 유머에 피식하지만 어쩐지 씁쓸해 지는 건, 그만큼 치과 치료비가 부담스럽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양치라는 기초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천만원까지는 치료비로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치아보험 가입 전화를 심심치 않게 받고, 그만큼 주변에서도 치아보험 든 사람도 쉽게 보인다. 그러나 정말 낸 만큼 혜택을 보고 있는지, 정말 괜찮은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회장 구준회) 전 회장이기도한, 청구치과 김의동 원장은 민간보험사의 18개 치아/손실보험을 비교 분석한 것을 토대로 치아보험의 특징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향에 대해 제시하는 『치아보험 솔루션』을 매주 수요일 연재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출처=pixabay)
(출처=pixabay)

치아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환자들의 치아보험 보험금 청구서류를 작성하는 일이 거의 일상에 가까운 일이 됐다. 일주일에도 평균적으로 몇 장씩은 쓰게 되는 것 같고, 어떤 날은 하루에도 서너 장을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 치아보험은 환자의 치료비에 보탬이 돼 치과치료를 받는데 도움을 주니 고마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치과의사가 직접 보험금을 받는 것도 아닌데 보험사마다 보장 수준과 내용은 천차만별이고 그에 맞게 치료 확인서를 작성하고 보험금 청구서류를 일일이 발급해 주는 일은 작은 동네 치과에서는 점점 무시 못 할 수준의 업무부담이 돼 간다.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민간보험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민간보험사마다 보험금 지급 심사를 위해 많은 다양한 서류를 병원에 요구하다보니, 그 업무부담이 적지 않아 상당수의 병원에서 민간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할 담당 직원을 따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치아보험 청구 사례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 말을 충분히 납득하게 됐다.

그리고 치아보험사에 제출할 다양한 치과치료 확인서를 작성해 주면서, 이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이 보험은 뭐지? 고가의 치료비 보장은 하나도 항목이 없고, 대부분 몇 만원밖에 안 되는 건강보험 진료비만 보장해 주는 건가? 이런 치아보험에 왜 가입하는 거지? 아니, 환자가 이런 보험의 보장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입했을까?”

“이런 경우엔 중복 보장이 되는 건가, 아닌 건가? 치과의사인 나도 헷갈리는데, 가입자들은 당연히 모를 것이고, 보험사들은 이걸 명확히 구분해서 심사할 수 있는 기준이나 능력이 있을까?”

대부분의 치과의사는 민간 치아보험에 별로 관심이 없다. 앞서 얘기했듯, 아무래도 치아보험금을 치과의사들이 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부분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치아보험의 종류와 수준이 제각각이고 그것마저도 또한 자주 바뀌어서 알고 싶어도 잘 알기 어렵고, 안다고 해도 별로 쓸모가 없으니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또한 특정 치아보험에 대한 평가는 자칫 보험사와 연계돼 있지 않나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 쓸데없는 참견을 하고 싶어 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치과의사 입장에서 치아보험과 관련해 가장 안타까운 경우 중의 하나는, 치아보험에 가입한 환자가 아직 보험 적용이 되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중요한 치료를 늦추다가 살릴 수 있는 치아를 결국 뽑게 되거나 멀쩡하던 치아도 쓰러져서 이를 씌우거나 신경치료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지금 치아보험을 보장받지 못해 치료비가 조금 더 들더라도 치료받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을 드려도 당장의 치료비를 마련할 수 없거나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는 일단 보험 적용이 되는 시기까지 치료를 늦추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대안으로 느껴지게 된다.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늦추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는 비단 치아보험만이 원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치료비를 보조하겠다고 만들어진 치아보험이 치료를 늦추게 만들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구강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를 접할 때에는 치아보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경우는 치과의사들의 치아보험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한 몫 했을 것이다. 

반면 환자 입장에서 치과치료는 무서워서 가기 싫고, 여러 번 가야해서 귀찮고, 치료비 많이 나와서 걱정부터 앞서는 치료인데, 그 중에 치료비 부담이라도 좀 덜어보고자 치아보험에 가입하는 것이고, 어떤 환자들에게는 실제로 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치아보험에 가입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해 봐도 각종 보험사들의 현란한 광고와 보험 설계사들의 비교와 홍보만 넘쳐날 뿐, 어찌 보면 보험보장에 대해 나름 합리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치과의사들의 조언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치과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미 수백만명이 가입한 치아보험을 무시하거나 비난만 하는 것보다 환자들이 가입을 고민할 때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게끔 도와 드리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키백과를 보면, ‘보험’이란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일정한 위험(사고)에서 생기는 경제적 타격이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다수의 경제주체가 협동하여 합리적으로 산정된 금액을 조달하고 지급하는 경제적 제도를 말한다.

한때는 민간보험사를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서 이윤을 얻고 건강보험과 같은 공보험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이는 나의 지나친 편견이었다고 생각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가 많은 치과치료의 특성상, 환자들의 치과치료비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서의 치아보험의 역할을 인정하되, 합리적으로 산정된 금액을 조달하고 지급하는지 감시하고, 좀 더 바람직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반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작금의 현실에서 더 필요한 일일 것이다. 

수많은 보험 상품의 홍수 속에서 환자들이 최소한의 평가기준과 자신에게 맞는 보험선택의 기준을 알게 되고 최종적으로 치아보험 가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런 작은 노력이 치아보험을 보험의 본래의 의미에 충실한 보험으로 만들어 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한편, 김의동 원장의 '치아보험' 관련 인터뷰 영상은 건치신문TV 『건치가 간다』링크(https://youtu.be/9D9Xskb9dHI)를 통해 볼 수 있다. 치아 보험 관련 질의는 유튜브 영상 댓글로 하면 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